북한이 28살짜리 풋나기에게 감투씌워주기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정작 속도전을 벌여야 할 개혁개방에는 깜깜무소식이면서 말이다. 김정은이 ‘공화국 원수’에 올랐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정오 예고된 ‘중대보도’를 내보내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 칭호를 수여할 것을 결정한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후계자로 추대된 2010년 9월 군 대장에 임명됐으며 이번에 차수를 거치지 않고 원수에 올랐다. 지난 15일 군부 최고실세인 이영호(70) 총참모장의 전격 해임과 이틀 뒤 현영철의 차수 승진에 이어 속전속결로 나온 인사이기에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영호의 숙청 등 군부를 중심으로 한 북한 권력 수뇌부의 이상 움직임과 김정은 원수 칭호의 관련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에게 원수 칭호를 준 것은 무엇보다 북한군 최고사령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춰주자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김정일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가장 먼저 최고사령관 자리를 물려받았지만 20대 후반의 나이는 아무래도 부담이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대장 계급으로 한 단계 위인 차수 그룹의 10명 가까운 70대 이상 군부 인사를 이끌기엔 모양새가 어색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차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원수로 가는 무리한 수순을 밟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다. 후계자에 대한 군부의 지지를 이끌어주도록 김정일이 낙점한 이영호를 축출하고 원수 칭호를 받는 과정을 볼 때 김정은과 그 후견세력이 뭔가 서두르고 있는 느낌이란 게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일각에서는 군 원로 세력이 군 경력이 없는 김정은의 초고속 승진잔치를 못마땅해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군부들이 애송이에게 승복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북한에서 정말 일어나야 할 속도전은 김가일족 3대독재세습 붕괴 속도전이나 주민들 배고픔 해결할 개혁개방 속도전이다. 풋나기에게 감투씌워주기 속도전은 저들만의 쇼에 불과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