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소고기 협상에 대한 축산농가들의 반발이 거세다. 최근 한우농가들과 국내 소비자들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 거부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본이 지난해 12월12일부터 재개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한 달여 만에 전면 금지하면서 본격화됐다.
일본의 이 같은 조치는 미국산 수입 소고기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들어있는 소 등뼈가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또 일본과 캐나다에서는 광우병(BSE)소가 잇따라 발견됐다.
한우농가들은 “정부가 소고기 협상에 기준도 없이 임하고 있다”며 “광우병이 발생하지도 않은 우리가 광우병이 발생한 일본보다도 못한 조건으로 미국산 소고기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먹어야 하느냐”며 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거세지는 축산농가 반발
한우농가를 비롯한 한국농업후계자연합회 중앙회와 경상남도연합회 등은 최근 ‘국내 축산농가의 연쇄 파산을 조장하는 한미 소고기협상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잇따라 냈다. 한농연은 성명서에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극력 반대했다.
이들은 특히 정부가 미국의 입장만을 그럴 듯하게 포장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자료를 인용해 30개월령 이하 뼈 없는 살코기를 수입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광우병 발생국인 일본이 수입하기로 한 ‘20개월령 이하의 뼈 없는 살코기’보다도 훨씬 못한 것으로 일방적 합의라고 주장했다. 또 광우병 비발생국이라는 장점도 전혀 살리지 못했고, 국민 건강도 고려하지 못한 이번 대처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역시 성명서를 내고 “국민생명을 볼모로 한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수입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수입재개의 직접적 피해 당사자인 축산업계를 비롯한 농민단체의 의견수렴도 없이 농민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결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수입재개 결정의 즉각적인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지난 24일 잇따라 캐나다와 일본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고, 일본에 수입된 미국산 소고기에서 SRM이 발견되면서 미국산 소고기 거부 움직임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은 지난 23일 성명서를 내고 “광우병이 발견된 미국 소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정부 측에 촉구하고 나섰다.
홍 의원은 “일본은 지난 21일 미국 소고기에서 SRM이 들어있는 등뼈 부분이 발견되자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 한 달 만에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더구나 이와 관련해 농림부가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 일정에 변화가 없다고 밝히면서 축산농가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지난 23일 “일본의 경우 뼈와 살코기를 함께 수입하는 바람에 광우병 위험물질인 등뼈가 잘못 수입돼 문제가 되고 있다”며 “그렇다고 예정된 미국산 소고기 수입 일정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수입을 기정사실화했다.
축산농가들은 이에 대해 “정부가 미국산 소고기를 들여올 마음뿐으로 당초 수입금지 대상이던 차돌박이를 다시 수입키로 하는 등 갈팡질팡할 뿐 축산농가 죽는 줄은 모른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우값 바닥이 없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가시화하면서 국내 소고기 시장이 폭락을 거듭, 한우농가들을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
농협 조사 결과 가축시장에서 거래되는 한우값(수소 500㎏ 기준)은 지난해 10월 평균 446만원에서 11월 413만원, 12월 말 370만원대로 급락했다.
농협 관계자는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미국 소고기 수입 재개 이후 예상되는 가격 하락 불안에 대비해 농가들이 미리 소를 내다파는 바람에 한우값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 파급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올 초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재개될 경우 한우 산지가격은 6.4∼39.2% 하락하고 대체 육류인 돼지고기는 4.1∼18.5%, 닭고기는 1.9∼14.5% 산지값이 각각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더구나 한육우 사육두수는 2003년 12월 148만마리에서 작년 12월 182만마리로 20%가량 늘어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도 한우 가격은 복원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올 농업전망에서 한우값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더욱 암담하다. 연구원은 지난 24일 ‘농업전망 2006’을 통해 올해 한우가격은 지난해보다 14% 정도 하락한 330만원대일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소고기 수입량이 20만t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한우의 조기·홍수 출하를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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