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소련·동구권의 몰락과 중국의 개혁 개방으로 외부 지원이 크게 줄어든 1990년대부터 여러 차례 경제 관리 개선 조치를 시행했다. 일종의 암시장인 '장마당'이 발달해 부실한 계획경제를 보완했고, 북한 경제의 버팀목인 자원 개발도 본격화됐다. 시장경제를 배우기 위해 경제 관료들이 해외로 학습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이런 실험은 번번이 몇 년을 못 가고 중단됐다. 북한 전문가들이 '좌(左) 5년, 우(右) 5년'이라고 부르는 변덕스러운 정책 때문이었다. 당장 경제가 곤란할 때는 개혁에 나섰다가, 다시 먹고살 만해지면 기존 체제의 관성(慣性)으로 돌아가는 일이 되풀이됐다. 그런 와중에 그나마 시장경제를 안다는 북한 관료들은 줄줄이 숙청을 당해 지금은 북한에서 제대로 된 경제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집권 이후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을 '당이 분투하는 목표'라고 했다. 미키마우스 공연을 보고 여성에게 자전거 타는 것을 허용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이런 행보 어디에서도 절박함과 간절함을 느낄 수 없다. 그런 덕목 없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난에서 벗어나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