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고, 더 튀게"
가요계가 파격에 빠졌다. 화려한 시각 요소를 배치해 음악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아이돌의 차별화 전략이 눈에 띈다. 독특한 안무와 스타일로 포화 상태인 가요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누가 더 독특하고, 색다른가가 관전 포인트다.
아이돌의 파격은 안무와 스타일에서 나타난다. 맨발로 춤을 춘다는 비상식적 설정부터 물구나무서기 같은 고난도 동작까지 척척 소화한다. 남성 헤어에 깃털을 장식하거나 징이 박힌 후드티를 입는 등 개성 그 이상을 보여주며 신트렌트도 이끌고 있다.
파격 경쟁은 아이돌이 포화된 시장에서 새로운 해법으로 작용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일종의 충격요법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음반 활동주기가 짧아진만큼 첫 방송에서부터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다보니 파격적인 설정이 늘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이돌 스타들의 파격 비주얼을 살펴봤다. 그리고 파격에 빠진 이유를 짚었다.
◆ 파격 안무 - "맨발춤에서 물구나무까지"
가요계는 '포인트춤'이 대세였다. 누구나 따라하기 쉽고, 반복되는 동작이 필수였다. 하지만 가을 가요계는 대중성보단 개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술이 수반되는 고난도 동작과 독특한 설정이 많다. 가인의 '맨발춤', 미스에이의 '물구나무춤'이 대표적이다.
솔로로 변신한 가인은 타이틀곡 '돌이킬 수 없는'에서 '맨발춤'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신발을 신지 않은 상태로 무대에 올라 남성 댄서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것. 탱고 리듬에 맞춰 맨발로 소화하는 춤이 묘한 섹시함을 불러일으킨다는 평을 받고있다.
'미스에이'도 파격적인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신곡 '브리드' 후렴구에서 중국인 멤버 페이와 지아가 물구나무서기를 한 상태에서 다리를 구르며 나머지 멤버와 호흡을 맞추는 일명 '물구나무서기춤'을 추고 있다. 다른 걸그룹과 차별화 된 튀는 퍼포먼스다.
'아시아의 별' 보아도 다소 센 안무로 후속곡 활동에 정점을 찍었다. 그녀가 선보이는 안무는 '쩍벌춤'으로 다리를 벌리며 앉았다 일어서는 체력이 많이 소진되는 동작이다. 너무 파격적인 동작인 탓에 한 때 선정성 논란에 휩싸일만큼 화제의 중심이 됐다.
가인 소속사인 내가네트워크 측은 파격 안무에 대해 "차별화에 중점을 뒀고, 다른 가수들과 색깔을 달리하고 싶었다"면서 "맨발로 춤을 추는 것도 그랬다. 음원 발표 전까지 성공여부에 대해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안무로 인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 파격 스타일 - "깃털에서 블랙아이까지"
스타일도 파격적이다. 다소 과해보이는 신 메이크업을 시도하기도 하고, 다소 독특한 소품을 통해 다른 느낌을 나타내기도 했다. 때론 의상에 특이한 장식을 가미해 자신들만의 개성을 찾고, 시선몰이도 한다. '2PM'의 블랙 아이와 '비스트' 깃털 헤어가 그 예다.
'비스트' 멤버 용준형은 파격 스타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있다. 신곡 '숨' 무대에서 그는 헤어 뒷부분에 풍성한 검정색 깃털을 장식한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남자 가수가 헤어로 깃털을 장식하는 것은 이전에 볼 수 없던 새롭고, 신선한 모습이다.
'2PM' 역시 파격적인 스타일로 컴백을 알렸다. 이번엔 메이크업이 특이하다. 눈두덩 전체에 블랙 아이섀도를 발라 스모키보다 한층 강렬한 느낌을 나타내고 있다. '짐승돌' 이미지에서 한층 더 나아간 것으로 블랙 색상을 아이섀도로 활용한 점이 파격적이다.
파격 스타일하면 '2NE1'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2NE1'은 해골문양이 새겨진 후드티를 선보였다. 모자 부분에 원뿔 형태 징을 박아 그들만의 개성을 드러냈다. '박수쳐' 무대에선 아프리카를 연상케하는 기하학 타투로 다소 난해한 패션을 소화하고 있다.
'2PM' 소속사 관계자는 튀는 스타일에 대해 "이번 새 앨범은 전체적으로 파워풀하고, 강렬한 에너지를 담고있다"면서 "2PM활동에 정점을 찍을 미니앨범이란 생각을 갖고있는만큼 2PM만의 스타일 정점을 찍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파격 스타일이 완성됐다"고 말했다.
◆ "세게 더 튀게" - 아이돌, 파격에 빠진 까닭
최근 아이돌은 '개성' 그 이상의 '파격'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가요판 '베버의 법칙'이다. 처음 가해진 자극, 그보다 큰 자극을 줘야 '차이'를 인지할 수 있다는 이론과 부합된다. 대중에 '더' 어필하기 위해선 '더' 튀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스타일리스트 이보라 씨는 "유행에 맞게 스타일을 만드는 가수들은 많다"면서 "하지만 가요계서는 단순히 잘 입는 게 미덕이 아니다. 대중성도 중요하지만 누구나 시도하기 힘든 파격 스타일로 다른 가수와 차별성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빨라진 가요계 활동주기와 아이돌이 난무하는 시장 상황과도 연관된다. '파격'이라는 설정 자체가 홍보의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가인의 경우 '맨발춤'이 화제를 모으면서 신곡 '돌이킬 수 없는'에 대한 관심도가 폭발적으로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화제를 모으면 음반홍보가 저절로 된다. 비슷한 콘셉트 그룹이 많은 아이돌은 그래서 '파격'을 찾을 수 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단순히 시각적 효과만으로 대중성을 얻기는 힘들다. 파격설정이 1차원적인 홍보라면 롱런의 조건은 좋은 음악이다. 두 가지 모두가 조화를 이룰 때 차별화를 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