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빛은 흰빛입니다.
우리 주위의 온갖 색깔의 근본이 되지요.
마찬가지로 흰색은 모든 색을 담을 수 있는 그릇입니다.
영화관의 스크린도 흰색이라 천연색 영상을 비춰줄 수 있지요.
우리 조상들이 좋아했던 흰색은 온갖 문화와 철학과
종교를 다 융합시킬 수 있는 넉넉하고도 순수한 색이었습니다.
흰 색은 그래서 범접하기 힘든 형이상학적인 색입니다.
다른 모든 색들은 비교하자면 형이하학적이겠지요.
그런데 시인의 말씀처럼 어느새 우리 주변에서 흰색이 사라져갑니다.
이러다가는 태극기도 노란 바탕에 그려질 날이 올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라지는 것은 흰색뿐이 아닙니다.
역사가 사라지고 예절이 사라지고 전통이 사라지고 조상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협동심과 애국심과 효와, 품격도 자비도 여인네들의 아름다운 심성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백의민족의 흰색이 사라진 공간에는 넘실대는 원색들,
본능적이고 말초적으로 운명을 살아가는 백의민족의 후예들이 있습니다.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온통 원색의 아비규환입니다.
이제 백의는 TV의 사극속에서 조차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그저 한숨만 나옵니다.
<아침글밭 가족/농발게21> 배경음악: 꽃별 3 [Fly Fly Fly]-Feeling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