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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은 안전하다는 믿음 VS 또 한번의 락다운
코리안위클리  2020/11/19, 10:59:20   
ⓒ Mark Senior

코로나바이러스라는 환경에서 공연계는 고통스럽게 무기력하고 나약하다. 하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미국과 영국 프로듀서들의 대응방식은 표시 나게 다름이 목격된다. 대부분의 미국 공연 프로듀서들은 위기를 돌파하려는 고민보다는 그들이 준비하던 공연을 내년까지 미루고 단순히 제작을 포기하는 입장을 취한 반면 영국의 카운터파트들은 비록 패배를 맛보긴 하지만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가고 창의력을 통해 새로운 방식을 찾아가는 고군분투의 모습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1800년대 말 미국에서 시작된 실용주의(Pragmatism) 철학적 전통이 대서양 건너편 태도의 배경을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그래서 영국의 가을과 겨울은 뭔가 만들어 낼 수 있음에 서로를 위로 하곤 했다.
지난 10월부터 작품이 하나둘씩 나타나더니 마침내 런던에서 ‘코비드19’ 속에 관객들과 배우들의 경계가 없어 감염의 위험도가 상당히 높은 작품으로 인식되고 재공연은 다소 상상하기 어려웠던 ‘이머시브(Immersive) 개츠비(The Great Gatsby)’가 다시 막을 올렸고 기다렸다는 듯 관객들은 공연장으로 돌아왔다.
공연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간다는 것이 매우 걱정스러운 요즘, 정부의 ‘코로나 주의 2단계’인 런던에서 이머시브 공연(무대와 객석이 사라진 형태로, 일반적으로 관객들이 공연장을 자유롭게 돌아보면서 둘러보거나 참여할 수 있는 형식의 작품)으로는 가장 오랫동안 공연되어지고 있었던 ‘위대한 게츠비’가 조심스럽게 다시 돌아온 날, 팬데믹 시기의 공연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알려주는 경험이 시작되었다. 입구에서부터 감염 경로를 추적할 수 있도록 바코드를 찍어 방문 기록을 남기고, 손 소독 및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작품의 배경이 그러하듯 제이 개츠비(Jay Gatsby)의 대저택에서 파티를 준비하는 메이드들이 분주히 이동하며 관객을 좌석까지 안내했고 함께 온 관객이라도 가족이 아니라면 합석을 허용하지 않는 등 사회적 거리 두기를 철저히 적용했다.
흐릿한 조명아래 자리하고 라이브 피아노와 재즈 음악을 들으며 메이드로부터 와인을 한 잔 전달 받으면 1920년대의 로맨틱 드라마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러허설 한 번 없을 법한 관객과의 직접적인 즉흥 연기 장면이 과도한 접촉을 생략한 채 되살아났고 간간히 선택된 관객들은 배우들의 안내에 따라 극중 다른 공간(방)으로 이동해 이야기 뒤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지극히 “프라이빗”한 상황 속에서 “밀접 접촉”하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스스로 택했을 장면으로 ‘이머시브’작품에서 생생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가장 특별한 체험이 아닐 수 없었다.
반면 공연 내내 단 한번도 선택 받지 못한 관객들은 ‘무대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off-stage noises)’으로 끊임 없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되는데 아마도 향후 이 공연을 다시 찾게 하는 극적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같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공연장을 찾았으나 아예 보지 못하는 장면이 있다는 것이 유료 관객들에게 불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주 무대 중앙에서 일어나기에 물론 이 부분을 경험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공연을 이해하는데 지장은 없었다.

ⓒ Mark Senior
ⓒ Mark Senior
 
12월 2일이 되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반복될 것인가?
매번 뒤로 밀려나며 열고 닫기를 반복하지만
이는 공연장이 안전하다는 인식만은 가져가고 싶다는 공연계의 몸부림이다.


관극 내내 미리 시켜 둔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고 옆에 앉은 사람들과 간혹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팬데믹 기간만이라도 공연 중 식음료 판매를 잠시 멈출 수는 없을까 생각했다. 1막이 끝나고 잠시 지인을 찾아 이동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동안 잠깐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음을 지적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런 철저한 방역 노력들에 조금은 구멍이 보였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자 배우들은 늘 그랬던 것처럼 그날 공연의 반의 역할을 맡아 준 관객들의 수고에 감사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박수와 이번 작품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는 프로듀서의 짧은 무대 인사에서 묘한 감동이 전해졌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바로 뒷자리에 앉아도 서로를 알아볼 수 없었던 프로듀서는 그렇게 끝내 말을 잊지 못했다. 런던의 공연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순간적인 감정에 젖어 현실의 검은 그림자를 잊었던 것일까? 오프닝의 기운을 이어가며 국립극장을 포함해 런던의 크고 작은 공연들이 다시 오픈을 준비하고 리허설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갑작스런 영국 총리의 ‘락다운(Lockdown)’이 발표되었다. 12월 2일까지 한달이다.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가끔 들어왔던 ‘셧다운(shutdown)’은 가게, 식당, 공장 등과 같은 상업 시설의 운영을 중단하는 폐쇄조치를 의미하지만 ‘락다운’은 사람의 이동을 제재하는 봉쇄의 의미이다. 이는 바이러스가 사람들간 전파로 퍼진다는 전제가 바탕에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지 않는 ‘셧다운’보다 매우 강력한 조치로 회사는 물론 학교, 카페 등도 문을 닫아야 하는 조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공연장은 닫아야 하지만 연습실에서 리허설은 가능하고 같은 공간에서 커피를 앉아서 마실 순 없지만 들고 나가는 것은 허락된 상태로 완화되었다.
12월 2일이 되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마치 지금의 영국은 코로나와 공연계의 수 싸움을 보는 것 같다. 슬그머니 공연장의 커튼이라도 만지작거리기 시작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아직은 아니라며 퇴장을 지시하고 예술가들은 묵묵히 알았다는 듯 한 발 물러난다. 이번이 아니면 다음달에 또 하면 된다는 식의 반복되는 장면을 지켜 보고 있으면 제작사들이 심지어 쿨(?)한 것처럼 느껴진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반복될 것인가? 매번 뒤로 밀려나며 열고 닫기를 반복하지만 이는 공연장이 안전하다는 인식만은 가져가고 싶다는 공연계의 몸부림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영국 정부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공연장은 안전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얼마전까지 저녁 10시를 기준으로 ‘셧다운’ 상황에서도 공연장은 예외 규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감염률이 갑작스럽게 치솟고 있을 때 예술도 당연히 자리를 내 줘야지 어쩔 수 없지 않나. 관객과 창작진들의 안전, 무대에 다시 서고자 하는 배우들의 얼굴, 고군분투하는 영국의 창조 산업 등의 모습이 스쳐 지나며 팬데믹 속 공연으로 청사진을 보여준 개츠비를 목격하면서 내년엔 런던 관객들이 예전처럼 다시 공연장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사회적 거리두기 적용으로 대폭 줄어든 객석으로 어떻게 운영이 가능할지 필자가 있는 영국의 모습이 매우 안타깝게 지나고 있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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