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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타고 내리는 지혜
코리안위클리  2021/07/08, 19:15:43   
비가 내린다. 산책으로 얼굴과 손등을 검게 그을려 버린, 섭씨 25도를 넘는 맑은 날씨가 한동안 계속되던 가운데 오랜만에 맞이하는 비이다. 알아채지 못하게 오전부터 살포시 내리기 시작한 비가 늦은 오후를 적시며 보슬보슬 그침 없이 내리고 있다. 소리 없이 내리는 보슬비가 창가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고 일하는 나를 매우 기분 좋게 해 준다. 이런 것을 카타르시스라고 부르는 건가? 메말랐던 마음의 밭이 바깥 잔디밭처럼 비에 젖어 촉촉하고 깨끗해진 것 같이 느껴진다.
어느덧 6월이다. 벌써 한 해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고 앞을 계획하게 된다. 남은 절반의 해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계속되는 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교회는? 선교회는? 재영 한인교회 연합회는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까? 우리 가정과 나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이런 생각들이 머리 위를 스쳐가다가 다 소용없음을 깨닫고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왔음을 고백하기에 이른다.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가면 될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음이 깨달아진다.
창문을 닫았더니 비가 내리는 중임에도 더위가 확 느껴진다. 날씨로 인해 한여름 주로 7, 8월에 읽었던 잠언 말씀을 떠올리게 되었나보다. 저녁에 있을 금요 기도회 말씀을 준비하기 위해 잠언 3장을 펼쳤다. 잠언 3장을 읽어나가면서 하나님의 지혜에 관하여 묵상하게 된다. 하나님은 때로 우리들에게 현세적이고 현실적인 복을 제한 혹은 결여시킴으로서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게 하시는 분이시다. 우리들은 현세를 살아가면서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복을 구할 때가 많다. 그런데 우리의 간구와 달리 하나님께서는 때로 그의 자녀들에게 오히려 이런 것들을 부족하게 만듦으로써 우리를 더욱 하나님만 의지하고 그분께 가까이 나아가도록 이끄신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생활의 염려에 눌리고 물질의 유혹에 직면하고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흔들릴 때가 많다. 그래서 이러한 것들을 이기게 하시기 위하여 하나님의 지혜가 활동하신다. 우리는 평안을 구하지만 지난 삶을 돌아보면 평안의 때보다 부족과 결핍, 환란의 때에 오히려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갔음을 발견한다. 그러므로 삶의 자리에 찾아오는 장애와 문제들을 장애와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배면을 뚫어 보는 믿음의 눈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된다면 그것들이 단순히 문제와 장애가 아니라 “변장된 복”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것이 잠언 3장을 읽으며 배우게 되는 하나님의 지혜이다.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가 원하는
기도의 응답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론 막힘과 부족함과 연약함을 통하여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도록 만드신다.

예수 믿음의 여정에서 자주 부딪치는 생각이 있다. 특히 기도하는 자리에서 우리에게 드는 생각인데, 그것은 혹시 내가 너무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만을 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기도의 자리에 계속 머문다는 전제 하에서 말한다면, 이것은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될 일이 아닐까? 왜냐하면 우리 하나님은 우리가 어떤 사람이며 어떠한 수준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사실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이시다. 그러므로 물질적이고 현세적인 것을 원하면서도 아닌 척 하기보다는 솔직하게 하나님 이것저것 갖고 싶어요 이렇게 해 주세요 라고 고백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더, 인간인 우리에게는 현세와 영원,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세계와 믿음으로만 보이는 신앙의 세계가 반대 방향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물질과 현세적인 복에 집착하다가 영원하신 하나님을 놓칠 때가 많다. 그러나 하나님에게는 물질적인 것과 영원한 것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이다. 하나님은 세상의 구세주이실 뿐 아니라 영원하신 창조와 구원의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물질과 믿음, 현세의 복과 영생의 복을 모두 내려 주시는 분이시다.
우리에게 두 가지 삶의 차원이 있다. 나와 관계된 것과 하나님과 관계된 것이 그것이다. 우리는 나와의 관계에서 자기를 버리고 하나님을 향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해야 한다. 진정으로 명철해지기 위해서는, 삶의 방향이 나를 향한 것에서 전환하여 하나님을 향해야 한다.
잠언 3장에 담긴 중요한 메시지를 요약해 본다. 하나님을 범사에 인정하고 온전히 인정하는 것이 나와 우리의 앞길을 잘 인도받는 길이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의지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잠언 3장 5-6절) 만약 우리가 걷는 길과 계획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선택하시고 허락하신 길이라면, 우리의 길에 막힌 장애를 다 제거해 주실 것이고 우리의 계획에 필요한 모든 것 또한 공급해 주실 것이다. 그러나 때로 무언가 막히고 걸리는 것이 있다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지금 바라보고 있는 곳에서 방향을 전환하여 하나님만을 바라보라는 싸인이 아닐까?
잠언에 약속된 복들은 대부분 현실적이고 현세적인 복들이다. 그렇지만 가장 귀한 복은 하나님의 변하지 아니하시는 영원한 사랑이다. 보이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사랑과 희생으로 나타났다. 인간의 몸을 입으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보다 더 큰 하나님의 복은 없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재물이나 건강과 같이 현실적이고 현세적인 복들이 부족할지라도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심을 믿는다.
하나님의 은혜는 쨍하는 햇빛만이 아니다. 지금 창밖에 소리 없이 내리는 저 보슬비처럼 하나님은 우리가 느끼지 못할 때에도 은혜를 계속 내려 주신다. 다음에는 소낙비를 타고 내리는 은혜를 경험하게 될 것을 기대해 본다.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가 원하는 기도의 응답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론 막힘과 부족함과 연약함을 통하여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도록 만드신다. 장애와 문제를 통해서 주님 앞으로 더 가까이 나아가게 만드시는 하나님의 지혜 앞에 감사의 무릎을 꿇는다. 비를 타고 하나님의 은혜가 보슬보슬 마음을 적셔온다.

김석천 목사
재영한인교회연합회 회장
런던행복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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