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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극의 글로벌 진출 : 교류의 한계를 넘어
코리안위클리  2024/02/08, 09:40:40   
런던 Park Theatre에서 공연중인 킴씨네 편의점 공식 포스터 ⓒ Keith Tobin / ILOVESTAGE IMAGE LIBRARY
1960년대부터 가족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로 이민을 갔고, 그 중 상당수가 도시에 정착하여 사업 수단으로 식당과 편의점을 열었다. 토론토 스카버로우에 거주하던 한국 교민 중 한 명이었던 최(작가:Ins Choi)씨 가족은 아버지가 삼촌의 편의점인 ‘김씨네’에서 일했고, 최씨는 방과 후 부모님 친구의 편의점에서 일하게 되는데 연극 ‘김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의 아이디어는 최씨가 친구와 나눈 간단한 대화에서 출발한다.
1980년대 한 편의점을 연 한인 교포들과 그 부모와 현지에서 태어난 2세들 사이의 문화적 차이에 초점을 맞춘 이 연극 대본은 대형 기획사에서도 그리고 몇차례 지역 극단에서도 외면 당했으나 마침내 토론토 프린지 축제에서 처음 소개되고 이후 2016년 TV쇼로 제작되기에 이른다.
뉴욕 타임즈의 공연 비평가인 제스 그린은 ‘해묵은 가족들간의 상처와 갈등은 예측 가능한 전개였으나 결국 공감이 가능했다’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평가 했다. 그리고 마침내 뉴욕 무대를 거쳐 런던의 펍 공연장인 파크(Park Theatre)에서 새해 1월 8일부터 유럽 프리미어로 소개되어 현재 주목을 끌고 있다.
2022년엔 최 교(Kyo Choi)작가의 연극 ‘사과(The Apology, 일본군 강제 동원 위안부 이야기)’가 런던의 떠오르는 신예 작가의 작품을 주로 소개하는 아콜라(Arcola Theatre) 극장에서 선보이며 런던에 사는 젊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공연 잡지인 더스테이지에서 ‘더 늦기 전에 봐야할 작품’으로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 외에도 지금부터 두 달 전까지 K-뮤지컬 유앤잇(You and AI), 마리퀴리(Marie Curie), 통인동 128번지(What are you going to do with your one and only youth?) 등이 민간 투자와 한국 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 예술 중장기 창작 지원에 선정되어 런던 공연의 중심지인 웨스트엔드에서 전막 쇼케이스를 선보였고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위 사례는 모두 팬데믹 이후 시작된 비교적 최근부터 본격적으로 보여지는 현상이다. 세계적으로 한류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한국의 음악, 영화, 드라마뿐만 아니라 이제 공연 예술도 주목받고 있다고 봐야 할까?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영국과 같은 공연 시장의 국제 무대에서 한국 공연의 소개와 노력은 단순히 한류의 확장을 넘어서 문화적 교류와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는 중요한 기회가 되고 있다는 식의 의견을 가끔 접한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2023년은 한영 수교 140주년이라 문화적 교류가 폭발적으로 일어난 해이기도 했다. 물론 최근 영국에서는 일본이나 중국을 포함해 다양한 국제적 배경을 가진 공연들이 선 보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가 사용하는 말 가운데 “교류”라고 인식하고 그냥 넘어가는 것에 주목하고 싶다.
공연 예술에 있어 교류와 진출의 개념이 모호한 우리 연극계의 실정에 비추어 보면 우리는 여전히 사회적 만남(social encounter)과 새로운 가치관과 인식을 생성시키는 본질적인 접촉을 우선 생각하는 듯하다.
한국의 공연 예술 아트마켓에 참여하는 연극인들을 만나보면 이들이 표현하는 ‘해외 진출’은 주로 수익 중심이 아닌 아티스트 레지던시, 공동제작, 문화외교 등 상호 문화예술 교류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진출이 아니라 ‘교류’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와 전혀 개념의 해외 ‘진출’은 무엇인가? 해외 진출은 투어 프로그램, 라이선스 계약, 직접 공연이나 현지 프로듀서와의 협업을 통한 해외 시장 진출 등 시장 경쟁력과 금전적 이익을 높이기 위한 시장 지향적 접근 방식에 의해 추진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용어를 뚜렷하게 구별하지 못하고 연극계에 혼재되어 사용됨을 알 수 있다. 먼저 이러한 개념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전체로 전략적 접근이 한국 공연예술의 글로벌 무대에서의 입지를 성공적으로 탐색하고 강화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류는 학술, 관광, 체육과 문화산업 등 전반적인 영역에 걸쳐 순수 예술을 해외에 소개하는 기회를 보완해 주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문화, 예술을 보다 수준 높은 단계로 향상시키기 위해 사상과 의견을 외국과 나누는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보인다. 상업적 이익이나 실용적 기능보다는 미적 가치와 예술적 표현을 추구하는 예술 형식으로 ‘순수’하다는 표현. 시장 수요나 실용적인 목적과 같은 외부 제약 없이 예술가의 비전, 감정, 지적 탐구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순수함을 의미하나 이런 본질적인 가치는 문화 예술계에 있어 신앙심에 가깝다. 여기엔 당연히 경제적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상인의 마인드가 있을 리 없다. 교류는 필연적으로 예술, 공연, 전통공예품과 같은 작품의 ‘교환’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에 경쟁이 약화된 표현이다. 향후 있을지도 모를 지원금을 받는데 도움이 되는 국제 교류라는 경험을 적극 활용하는 일부 집단의 의도적인 이익과 목적에 복무하는 의미 없는 교류 행위를 이제는 들여다 봐야한다. 이런 류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공연 계층이 해외 시장 개척, 진출의 속도와 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적 교류의 따뜻한 이미지와 순수한 교환의 가치는 분명한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현실의 경쟁이 치열한 국제 공연 시장에서는 상업적 마인드를 갖춘 적극적인 진출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의 공연 예술이 해외 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인접 장르로 이식되는 한류의 인기가 분명 역할을 했다. 우리 한국의 스토리텔링과 제작방식도 ‘주목할만하다’ 하는 태도의 전환을 가져다 줌으로써 국제적으로 관심 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의 뒤에는 단순한 문화적 교류를 넘어서,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상업적 접근이 필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교류에만 집중하는 것은 한국 연극의 성장과 지속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 교류 프로그램은 풍요롭기는 하지만 해외 진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상업적 잠재력이나 폭넓은 문화적 영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 해외 투어와 협업 등 시장 중심의 활동에 참여하면 재정적 이익뿐만 아니라 한국 연극의 글로벌 인지도와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 한국 공연예술이 세계 무대에서 지속적인 존재감과 인지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문화 교류와 전략적 시장 확대를 모두 포함하는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팬데믹 이후 세계 공연 시장이 점차 재개되면서, 한국 공연 예술의 해외 진출은 더 이상 기다림이나 우연에 맡겨질 수 없는 영역이 되었다. 이는 공연 예술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고, 상품화하여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데 있어 마케팅 전략, 타겟 시장 분석, 경쟁작 분석 등 상업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요구된다. 또한, 공연 예술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맞춤형 콘텐츠 제공, 지속적인 네트워킹 및 파트너십 구축, 효과적인 홍보 및 현지화 마케팅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 안타깝지만 뮤지컬 분야에서는 팬데믹 기간을 중심으로 이런 시도가 시작되어 현지화, 쇼케이스, 현지 제작과 같은 비교적 빠른 성과를 보고 있다.
물론 현지화는 이 분야의 협조나 융화 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보 공유와 문화 교류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우리 공연계는 현지 문화의 이해와 수용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인력도 많다. 문화간의 의사 소통도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국제적 분업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우리의 능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높아지고 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상호 우호관계를 앞세운 교류 보다는 우리 공연의 진수를 전달하는 해외 진출 소재를 연구, 개발하고 지원하는데 더 큰 의미를 두어 볼만하다. 지금 우리 한국이 만들어내는 문화상품은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앞 서있고 감동적인 이야기, 독창적인 연출, 그리고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은 공연으로 많은 경우 기대 이상의 것을 성취해 나가고 있다.
한국 공연 예술의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자리매김은 단순히 예술적 가치의 전달을 넘어서 경제적 가치 창출과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에도 기여한다. 이는 국제 교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순수 예술적 전통문화 교류와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한국 연극계는 전통적인 문화 교류의 개념을 넘어서 상업적 마인드를 갖추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적극적인 진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통해 한국 연극은 세계 무대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고, 국제 문화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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