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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탕자의 비유가 나옵니다. 둘째 아들이 빈털털이가 되어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아들을 보자마자 안아주며 반겼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잘못을 알지만 정죄가 아닌 사랑으로 품을 수 있는 넉넉함이 있었던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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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아내가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서 배웅을 하기 위해 히드로 공항에 갔었습니다. 체크 인을 하고 짐을 붙이고 있었는데 한국 공항 직원이 도와주기 위해 우리에게로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아버님!!∼’ 아마도 그 공항 직원은 친밀함과 존중의 표현으로 이런 표현을 사용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충격과 신선함으로 이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저희 가정은 아직 자녀가 없습니다. 그래서 학부모로서의 위치가 없었기에 이런 표현을 듣지 못했었고, 다른 곳에서는 보통 ‘목사님’이라는 표현으로 저를 불러 주었었기 때문에 역시 들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차에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내 나이가 50이 넘었고 머리는 희어져 있고 중년의 얼굴과 몸매이니 당연히 아버님이라는 표현을 들을 수 있지’라고 하며 나를 객관화 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를 돌아보며 ‘나는 50세의 나이에 맞는 어른이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40세를 불혹이라고 합니다. 이는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50세는 지천명이라고 합니다. 지천명이란 하늘의 뜻을 알고 이치를 안다는 말입니다. 하늘의 뜻을 알고 이치를 아는 나이라니…. 이런 생각을 하며 차에서 저는 ‘나는 어른인가?’ 아니 정확히는 ‘나는 성숙한 어른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이를 먹었기에 어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괜찮은’ 어른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다른 말로 성숙한 어른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성숙함은 삶의 태도입니다. 성숙한 어른은 어떤 삶의 태도일까요? 성숙한 어른의 태도는 넉넉하고 넓은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틀림없이 어른이란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정도에 머물면 안 됩니다. 성숙한 어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을 향해서 넓은 마음을 가지고 대하는 사람입니다. 넓은 마음의 태도를 가진 어른은 잠시 머물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쉬고 싶을 때, 울고 싶을 때, 조언을 듣고 싶을 때,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성경에는 탕자의 비유가 나옵니다. 둘째 아들이 유산을 미리 달라고 아버지에게 요청해서 그 재산으로 다른 나라에서 허랑방탕하게 사용함으로 빈털터리가 됩니다. 그는 스스로 먹을 것을 구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때 아버지를 기억합니다. 그는 아버지에게로 돌아가는데 왜냐하면 그의 아버지는 마음이 넓은 분으로 자신이 잘못했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다시 받아 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지 집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아들을 보자마자 안아주며 환영을 해 주는 것입니다. 이 아버지는 아들의 잘못을 알지만 정죄가 아닌 사랑으로 품을 수 있는 넉넉함이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존중하십니다.
우리의 의견과 선택을 무시하지 않으십니다.
언제나 우리가 바른 선택을 하실 것을 믿고 맡기십니다.
우리 잘못된 선택을 할 때도 우리를 도울 구원을 준비하십니다.
그리고 또 다시 우리를 믿어 주십니다.
성숙한 어른은 ‘무슨 이유가 있었겠지?’, ‘괜찮아’라고 말해주며 토닥거릴 수 있는 존재입니다. 좀 더 이해하고 단지 이익을 위한 관계가 아니라 쉴 수 있는 사람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죄인들의 친구라고 불리셨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정죄 받던 사람들이 예수님에게 와서는 쉴 수 있었기에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랐던 것입니다. 요즈음 같이 각박한 시대에 지친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성숙한 어른은 배우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모두 처음을 경험하며 시간을 사용합니다. 아기로 태어나서 모든 것을 배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 배우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처한 모든 상황에서 어른으로서의 바른 태도로 바른 것을 선택하는 삶을 말하는 것입니다. 성숙한 어른이란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존중을 배워야 합니다.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도 존중의 태도로,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서도 존중의 태도를 가지고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그런 분이십니다. 우리를 존중하십니다. 우리의 의견과 선택을 무시하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언제나 우리가 바른 선택을 하실 것을 믿고 맡기십니다. 물론 우리 인간은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하나님은 우리를 도울 구원을 준비하십니다. 그리고 또 다시 우리를 믿어 주십니다.
저를 감동케 하는 성경 말씀이 있습니다. 고린도 전서 13장의 말씀입니다.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always trusts) 모든 것을 바라며(always hopes)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고전13:7) 영어 성경을 보면 하나님은 우리를 언제나 신뢰해 주고 계신다고 말합니다. 나도 나 자신을 믿지 못하는 그런 시대에 하나님은 나를 항상 믿어 주신다고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항상 내게서 소망을 본다고 하시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를 감동케 합니다.
성숙한 어른은 다음 세대를 지지하며 믿어 주는 사람인 것입니다. 성숙한 어른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소망을 언제나 보는 사람인 것입니다. 그래서 실망하지 않고 기대하며 지원해 주는 사람인 것입니다. 낙망하고 있을 때 아버지가 와서 어깨에 손을 올리며 아들 그래도 아빠는 너를 믿는다고 말했을 때 새로운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이런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세월이 지나 나이만 먹는 어른이 아닌 성숙한 어른이고자 지금도 말씀을 배우며 바른 태도를 배워나갑니다.
어른이 됩시다. 성숙한 어른이 됩시다.
이승복 목사
런던 벧엘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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