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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매 안디옥에 데리고 와서 둘이 교회에 일 년간 모여 있어 큰 무리를 가르쳤고 제자들이 안디옥에서 비로소 그리스도인이라 일컬음을 받게 되었더라 행 11: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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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호칭에는 본명 (本名, real name), 가명 (假名, false[assumed] name), 예명 (藝名, stage name), 필명 (筆名, pen name), 별명 (別名, nickname) 등이 있고, 인터넷에서의 별명이 있습니다. 별명은 한국을 포함한 한자문화권의 자(字)와 호(號)의 일종입니다. 그리고 영어로는 닉네임(Nickname)으로 통합니다. 그러므로 별명(別名)은 사람의 실제 이름을 대신합니다.
그런데 한글의 중요성과 아름다움을 알면서도 한국인들에게 별명 하면 부정적인 요소가 먼저 다가오고, 호나 닉네임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습니다. 별명이 부정적 요소로 다가오는 것은 호칭 되는 사람의 이름이나 신체적 특징 그리고 인격적 특징 등을 장난스럽게 비꼬아서 만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하지만 조롱할 때 사용한다는 것이 특징으로 상대를 존중한다는 뜻은 별로 없습니다. 반면 호는 보통 존경의 뜻으로 쓰는 것이 대부분이고, 영어로 닉네임 또한 별칭으로 통합니다. 그래서 한국인은 별명을 지을 때는 짓기 전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신중히 지어, 호칭 받는 사람에게 상처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별명은 호칭 받는 사람의 겉모습이나 성격, 행동, 말씨, 경력 등을 바탕으로 어떤 특징을 나타내어 지어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MBC에서 방송했던 《뽀뽀뽀》에 따르면 ‘별명은 자신을 대표하는 인격’이라고 정의를 내린 바 있습니다.
호를 짓는 기준에 대해 이규보(李奎報)와 신용호(申用浩)에 따르면 네 종류의 부류로 - “①거처로 생활하고 있거나 인연이 있는 처소를 따라서 호로 한 사람도 있고, ②그가 간직한 것이나 특히 좋아하는 것을 근거로 호를 하거나, ③혹은 처한 환경이나 여건으로 얻은 바의 실상을 호로 한 사람들, ④그리고 이루어진 뜻이나 이루고자 하는 뜻으로 자신이 목표로 삼아 도달한 경지나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와 의지에 따라서 호를 짓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 나누고 있습니다. 필자의 견해도 오늘날 호를 얻는 경우는 ‘앞으로 지향하는 삶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가기 위한 별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호는 풀어서 설명돼야 합니다.
위와 같은 기준에 스스로 호를 만들기도 하고(자호, 自號), 부모나 스승·친구가 호를 지어주기도 하며(아호, 雅號), 사람에 따라서는 한 사람이 여러 가지의 호를 쓰기도 합니다.
앞에서 언급해 드린 것처럼 호(號)는 사람이 본이름이나 자(字) 외에 허물없이 부를 수 있도록 지은 호칭입니다. 그러하기에 호는 그 사람을 대표하며 호가 그 인생을 만들어 갔습니다. 한국의 역사적 인물 중에 우리는 그들의 이름이나 자(字)보다는 호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예로는 율곡, 퇴계, 추사, 충무공 등등.
역사에서 군주가 지어주는 호는 시호(諡號)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부여해 주는 별명은 무엇이라 칭할 수 있을까요?
성경에는 예수님으로부터 별명을 받은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 우리에게 익숙하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요한의 아들 시몬으로 안드레의 형입니다. 예수님으로부터 ‘게바’라 칭함을 얻습니다. 게바를 번역하면 베드로입니다(요한복음1장 42절). 그 뜻은 반석입니다. 반석으로 칭함을 받은 베드로는 후에 예수님을 산 돌(Living Stone)로 고백하며 그 앞에 나아가야 한다고 선포하고 있습니다(베드로전서 2장 4절).
사실 그리스도(메시야)이신 예수님도 닉네임이 많습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임마누엘입니다. (마태복음 1장 23절). 임마누엘의 뜻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것입니다. 또한 죤 부룩만(John Brockman)이 쓴 책 <과거 2000년 동안의 위대한 발명품>(The Greatest Inventions of the past 2000 years)에서 지우개를 지목하며, 예수님의 별명을 지우개라 표현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닉네임 그리스도인(크리스챤)은 한국인의 어감상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의 별명일까요? 아니면 호일까요? 존번연이 1678년에 쓴 책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 / 天路歷程) 1편의 주인공은 본래 이름이 ‘은혜없음’이었는데 크리스챤이라는 별명을 얻고, 책의 주인공이 됩니다. 우리는 성경 사도행전의 기록을 보면 안디옥에서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 얻은 별명이 크리스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도행전 11장 26절)
별명이나 호는 불리는 사람의 삶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이름대로 삶의 열매를 맺는 것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필자는 존경하는 스승으로부터 덕산(德山)이라는 호를 받았습니다. 이것은 제가 한국의 충정남도가 고향이라서 저에게 충청남도에 있는 지명을 근거로 하여 호를 주신 것이 아닙니다. 덕산은 예수님(마태복음 11장 29절)을 닮아 온유와 겸손의 덕을 쌓아 예수의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주셨습니다. 현재에 제게 많이 부족한 부분입니다. 나아가 덕산으로 부끄럽지 않은 예수의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지성구 목사
리버풀 한인교회 담임
차세대 지도자를 위한 청소년 수련회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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