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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은 표현하는 것보다 가끔 침묵하는 것으로도 평가된다?
코리안위클리  2024/12/12, 22:06:19   
연극 ‘한여름 밤의 꿈’ 내용 때문에 취소된 로얄 익스체인지 공연장
“공연은 침묵하기보다 말하는 예술이다.
그러나 말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침묵을 선택하는 순간들이다.”

2024년 추위가 점점 시작되는 시기 맨체스터 로열 익스체인지 극장에서 예정되었던 ‘한여름 밤의 꿈’ 공연이 돌연 취소되었다. 이 결정은 작품 내에 이스라엘-가자 분쟁과 트랜스젠더 권리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작품의 내용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극장 측은 공연을 전면 취소한 것이다. 이런 결정에 대해 극장 측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이는 예술계와 관객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다. 특히, 예술가들은 이러한 침묵이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이 사건은 예술 작품 내에서의 정치적, 사회적 주제 다룸에 대한 경영진의 검열과 예술적 자유 사이의 갈등을 재조명하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은 예술계 전반에 걸쳐 자기검열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으며, 예술 작품이 사회적,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 경영진의 개입이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최근 영국 공연계에서 발생한 이 중대한 사건은 예술과 검열, 그리고 경영진 사이의 복잡한 긴장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국 배우 조합(Equity)은 이번 사건을 통해 공연계에서 검열의 증가와 예술가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 부족을 지적했다. “검열의 증가와 자금 지원 단체 및 압력 단체에 의해 만들어지는 문화는 예술적 무결성을 위협한다”는 성명은 공연이 단순히 상업적 성공이나 정치적 무리수를 피하기 위해 자가 검열을 택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이번 사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예술 생태계의 건강성과도 직결된다.
예술감독의 부재 또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로열 익스체인지 극장은 기존의 공동 예술감독 체제를 해체하고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채택했으나, 이는 예술적 비전과 경영 사이의 조율 부재로 이어졌다. 공연계의 많은 인사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히 특정 극장의 문제를 넘어 산업 전반에 퍼져 있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고 말한다. 특히, 예술가와 경영진 사이의 협력 관계가 단절되었을 때, 예술적 창의성이 억압되고 경영진의 정치적, 상업적 우선 순위가 예술적 표현을 지배하게 되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영국에서 무대 예술은 단순히 공연을 넘어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다양한 인간 경험을 반영하는 장르로 평가받아 왔다. 셰익스피어에서 소포클레스에 이르기까지 무대는 시대의 정치적, 사회적 질문을 제기하며 관객과의 대화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최근 일부 지역 공연계에서의 검열은 이런 전통에 도전을 하는 듯하다. 이는 단순히 특정 작품의 취소 문제를 넘어, 공연이라는 장르가 스스로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고 이를 관객과 나눌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국의 이런 변화는 한국 공연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의 예술 역시 종종 정치적 혹은 사회적 메시지를 다루며 논란의 중심에 서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공연계에서 상업적 성공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 점점 줄어드는 경향이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의 검열 논란은 한국 공연계가 예술적 자유와 상업적 요구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지를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만든다.
예술적 표현의 자유는 무대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 분야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그것은 단순히 예술가의 권리를 넘어, 관객에게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고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의 근원이다. 극장이 예술적 표현을 제한하거나 검열하는 행위를 선택할 때, 그것은 단지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제공되는 대화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공연은 침묵하기보다 말하는 예술이다. 그러나 말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침묵을 선택하는 순간들이다. 이번 영국의 사건은 한국 예술계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공연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무엇에 대해 침묵할 것인가? 그리고 이 선택들이 우리 사회와 예술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결국, 공연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울이다. 그 거울이 사회의 현실을 얼마나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가가 작품의 가치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거울이 침묵할 때, 그 침묵조차도 관객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한국 공연계가 앞으로 이러한 질문들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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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관람(회전문) 관객, 그들이 극장을 다시 찾는 이유

극장은 단 한순간을 위한 예술이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매 공연 새롭게 태어나고, 관객은 그 특별한 순간을 함께한다. 그러나 어떤 관객은 단순히 초대받은 손님이 아니라, 그 공간의 일부가 된다. 이들은 한 번의 관람으로 만족하지 않고, 같은 공연을 다시 보고 또 다시 본다. 일반적인 직장인들이라면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자신 소득의 반 이상을 이 같은 반복적인 행위에 소비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이들을 ‘회전문’ 관객이라 부른다. 즉, 공연장에 ‘돌아오고 또 돌아오는’ 행동이 회전문을 통과하는 모습과 닮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서울 대학로는 이런 재관람 관객 현상이 두드러지는 곳이다. 약 160개의 소극장이 매년 1,000여 편 이상의 공연을 올리며 수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특정 작품에 매료된 충성 관객들은 같은 공연을 수차례 관람하며 감정적 연결과 만족을 반복한다. 이들은 첫 관람에서는 이야기와 인물에 몰입하고, 재관람 시에는 배우와 연출의 디테일을 발견하며, 또다시 공연을 찾을 때는 그 전체적인 조화를 음미한다.
놀랍게도 이 같은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영국의 웨스트엔드, 지역 극장, 그리고 브로드웨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웨스트엔드의 경우, 레 미제라블과 오페라의 유령 같은 대표작들이 꾸준히 반복 관람객을 유치하며 흥행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들 관객은 종종 각 배우의 해석 차이를 경험하거나, 익숙한 무대에서 새로운 감정을 찾기 위해 극장을 다시 찾는다. 지역 극장에서도 재관람 관객의 존재는 중요하다. 소규모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지역 극장들은 관객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충성도 높은 관객층이 해당 극장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브로드웨이는 또 다른 차원의 재관람 문화를 보여준다. 해밀턴, 위키드 같은 대형 뮤지컬들은 전 세계에서 온 관객들과 현지 팬들의 반복 관람으로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오리지널 캐스트와 새로운 배우들의 차이를 비교하거나, 초연 당시의 감동을 재현하고자 하는 관객들이 많다.
몰입형 공연의 인기도 재관람 관객 현상을 촉진하는 주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무대를 보는 관객의 위치를 넘어 공연의 일부가 되도록 초대받는 형태로, 각 회차마다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서울 대학로뿐 아니라 런던의 더 그레이트 개츠비 같은 몰입형 공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관찰된다.
재관람 관객의 존재는 공연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들은 단순히 티켓 판매를 넘어 공연의 명성과 입소문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복 관람이 많아질수록 작품의 질적 개선이 요구되고, 공연 제작자들은 새롭고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특히 재관람 관객은 작품의 세세한 부분까지 주목하기 때문에, 공연의 디테일과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자극제가 된다.
또한, 재관람 관객의 충성도는 안정적인 관객층을 형성해 새로운 실험적 작품 제작에도 긍정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 같은 대형 시장에서도 이러한 충성 관객 덕분에 창작자들이 모험적인 콘텐츠를 시도할 여유를 얻는다.
재관람 관객은 배우들에게도 독특한 영향을 미친다. 같은 관객이 여러 번 공연을 관람한다는 사실은 배우들에게 일종의 긴장감과 동기부여를 준다. 매 공연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지고, 이를 통해 배우는 더욱 섬세한 연기와 디테일에 집중하게 된다.
또한, 반복 관람하는 관객들은 배우들에게 직접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정 장면에서의 반응, 디테일한 표현에 대한 감상 등이 반복적으로 공유되면, 배우들은 자신이 관객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있는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다만, 재관람 관객이 배우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관객의 기대치가 점점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압박은 배우의 성장을 촉진하며, 결과적으로 공연 전체의 수준을 높이는 긍정적 역할로 변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기도 한다. 극장이 단순히 상업적 공간을 넘어 관객과 정서적, 문화적으로 깊이 연결되는 장소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극장에서 재관람 관객이 존재하는 한 그곳은 관객과 배우, 그리고 예술 자체가 끊임없이 서로를 재발견하며 성장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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