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정 집행위원장 단독 인터뷰
Q1. 올해 런던아시아영화제가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감회가 어떠신가요?
A. 올해는 LEAFF가 영국과 아시아를 문화적으로 잇는 다리로 자리한 지 10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민간의 영역에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0년은 한국과 아시아의 예술성과 다양성을 세계에 알리며, 영화라는 언어로 문화 외교를 실천해온 여정이었습니다. 이번 10주년은 그 시간들이 만들어낸 신뢰와 예술적 연대의 결실이자 앞으로의 새로운 도약을 상징합니다.
영국 내 한국 문화 콘텐츠의 위상이 크게 달라진 만큼, 아시아의 대표성을 갖는 영화 콘텐츠를 소개하는 영화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또한 문화를 통한 민간 외교가 민관이 협력하여 산업화에 큰 역할을 기여할 수 있고, 영화를 통해 K-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구심점이 되었습니다. 한국 문화가 아시아의 대표성을 갖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평가를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Q2. 올해 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이나 변화는 무엇인가요?
A. 올해는 ‘전통과 미래, 예술과 기술의 공존’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고, 거대한 아시아 영화의 역사 속에서 현재를 인식하고 미래의 영화 산업을 예측하는 과정 속에서 정리된 주제들을 영화제 속에 녹이게 되었습니다.
한 시대의 문화가 된 홍콩영화의 과거와 세상의 중심에 서게 된 한국영화, 그리고 영화의 미래를 예측하며 함께 상상하기 위한 주제를 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례적으로 32년 전 개봉되었던 홍콩 느와르의 거장 오우삼 감독의 〈하드보일드〉 4K 리마스터링 버전을 개막작으로 선정하여 상영하고, AI 시대의 영화 창작을 조명하는 ‘Future Frames: AI’ 섹션을 신설했습니다.
과거의 유산을 기념하면서 동시에 미래 영화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 올해 영화제 10주년을 기념하는 방향입니다.
Q3. 개막작과 폐막작을 선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개막작 〈하드보일드〉는 1990년대 홍콩영화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아시아 장르영화의 영향력을 다시 조명하고자 선택했습니다.
폐막작 〈국보〉는 일본의 이상일 감독 신작으로, 올해 일본에서 아카데미 출품 후보작으로 선정된 작품입니다. 일본 극장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영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일본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고, 작품의 섬세한 감정선과 인간 내면의 서사를 통해 영화제가 걸어온 10년을 시적으로 마무리할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Q4. 올해 한국영화의 존재감이 특히 두드러집니다. 어떤 작품과 인물들이 참여하나요?
A. 글로벌 OTT를 통한 한국영화와 드라마의 성공은 일부 감독·배우들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그 결과 해외 시장에서 작품이 판매되거나 극장 개봉으로 이어지는 의미를 갖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몇 안 되는 소수의 감독 작품들에 국한되어 있기에, 올해에는 보다 미래의 한국영화 산업을 이끌 수 있는 라인업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하정우 감독의 신작 〈윗집 사람들〉이 국내 개봉 전, 부산국제영화제 첫 상영 이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런던에서 상영됩니다.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상영되며, 하정우 감독이 직접 런던을 찾아 관객과 만날 예정입니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촬영감독 김형구, 미술감독 신보경, 천만 감독 강윤성, 이환, 허가영 등이 대표단으로 참가해 다양한 섹션에서 작품과 담론을 나눕니다. 한국영화는 올해도 LEAFF의 중심에 있으며, 창작의 다양성과 기술적 도전을 함께 보여줄 것입니다.
Q5. 신설된 ‘Future Frames: AI’ 섹션이 눈에 띕니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A. AI는 이제 영화 제작의 새로운 언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Future Frames: AI’는 기술을 통한 창작의 확장 가능성을 실험하는 장입니다. 강윤성 감독의 〈런 투 더 웨스트〉를 비롯해, 한국영화아카데미·BIFAN·서울국제AI필름페스타 등이 협력한 단편 프로젝트들이 상영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전시가 아니라, AI가 인간의 상상력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를 탐구하는 예술적 시도입니다.
Q6. ‘Stories of Women’ 섹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어떤 작품들이 있나요?
A. 올해는 세대와 국경을 넘어 여성의 삶과 연대를 그린 작품들이 중심입니다.
허가영 감독의 칸 수상작 〈첫여름〉, 이환 감독의 〈프로젝트 Y〉, 말레이시아·홍콩 합작 〈Pavane for an Infant〉 등이 상영됩니다. 여성의 시선으로 사회와 인간을 바라보는 감수성을 통해, 아시아영화가 지닌 다양성과 진정성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런던아시아영화제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 있는 섹션이기도 합니다.
Q7. 복원 및 회고 상영 프로그램도 인상적입니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A. ‘Masters of Cinema’ 섹션은 아시아 영화사의 계보를 되짚는 자리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상영되고, 촬영감독 김형구와 미술감독 신보경이 직접 참석해 시각적 연출과 국제 협업에 대해 대담을 나눕니다. 홍콩과 대만, 한국의 복원작들이 상영되어 아시아 영화유산의 보존과 계승을 함께 논의할 예정입니다.
Q8. 올해 영화제에 참여하는 런던 내 주요 기관들과의 협업도 눈에 띕니다.
A. LEAFF는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V&A), 국립초상화갤러리, 시네마뮤지엄, 일렉트릭 시네마 등과 협력해 상영과 전시, 토크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영국의 문화예술기관들이 함께 아시아의 시각예술과 영화적 헤리티지를 조명하는 것은 LEAFF의 큰 자산입니다. 동시에 다양한 문화기관의 회원들이 아시아영화를 접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에, 관객층이 확대되는 아주 중요한 협력이라 생각하며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Q9. 10년을 넘어, LEAFF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요?
A. LEAFF는 앞으로도 ‘문화 외교의 언어로 아시아와 세계를 잇는 플랫폼’이 되고자 합니다.
영화는 단순한 예술을 넘어, 문화 간 이해와 공감의 매개체입니다. 또한 영화제는 체험과 공감의 현장이자 상상을 시작하고 함께 담론을 형성하며 사회를 살피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젊은 세대와 신기술이 함께하는 미래 영화의 장으로서, 더 열린 세계와 소통하는 영화제가 될 것입니다.
Q10. 마지막으로 관객과 영화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지난 10년 동안 LEAFF를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올해는 그간의 여정에 대한 축하이자 새로운 세대와 미래를 향한 시작입니다. 10월 23일부터 11월 2일까지 런던 곳곳에서 펼쳐질 아시아 영화의 축제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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