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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재미있는 영국의료 이야기 12 - 반항하는 아이 뒤에 문제 부모 있을 수도
코리안위클리  2005/10/13, 21:54:11   
자녀교육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  

‘아이가 말을 안 들어요’
자식을 키우면서 이런 하소연을 안 해본 부모는 없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 아동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와의 관계가 달라진다. 이런 것도 정신적인 문제로 생길 수가 있을까? 실제로 정신과 진단명에 말 안 듣는 아이에 해당하는 진단명이 있다. 좀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반항을 하는 아동을 일컬음인데 영어로는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라고 한다.

필자가 진료하는 NHS 기관에 한 아동이 의뢰되었는데 표면적인 문제는 많이 산만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필자가 아동을 평가하는 과정중에 두드러지는 것이 그 아동이 부모가 무어라고 이야기 해도 따르지 않고 계속해서 행패를 부리다는 문제였다. 어느 정도이냐 하면 아동이 동생이랑 다투어서 부모가 방에서 한 시간동안 나오지 말라고 하면 완전 안면 몰수하고 전혀 못들은 척하고 또 부모가 야단을 치면 다 던지고 난리가 난다. 그 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극도로 악화되었고 모든 대화가 고함을 지르지 않고서는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아동의 산만함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심화되었을 것으로 짐작을 하지만 때로는 어른이나 부모의 말에 따르지 않고 무조건 반항을 하는 아동이나 청소년이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엄마 말을 안 들으면 다 이 병이 있다고 봐야 하는가?

누가 문제인가?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다른 아동이야기를 하나 더 하겠다. A(편의상 ‘A’라고 하겠다)는 밤에 자다가 잘 깨고 방에 가서 자라고 하면 집이 떠나가라 고함을 지르고 엄마가 옆에서 잠 들 때까지 돌봐주지 않으면 계속 엄마에게로 온다고 어머니가 데리고 왔다. 이 8살 짜리 남자애 A는 과연 반항장애라는 병을 가지고 있을까? 필자가 A를 보았을 때는 애가 굼뜨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보였지만 엄마 말을 안 듣고 반항하는 흔적을 보기 힘들었다. 실마리는 아동의 엄마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이 엄마는 어렸을 때 자기 자신이 입양된 과거가 있었는데 그 사실을 13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부모가 무척 엄격했었는데 특히 엄마가 너무 심해서 조그마한 잘못이라도 용서하지 않고 나무에 묶어 놓는 등 거의 고문을 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이 엄마는 자신이 어렸을 때 부모가 한마디 하는 말에 거의 군인처럼 따라왔다고 짐작된다. 이러한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자신의 애는 전혀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고 자신도 모르게 자기 자식에게 엄격하게 대했던 것이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아동들을 평가하는 일이 생각보다 무척 복잡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과연 어디까지가 부모의 문제이고 어디까지가 아동의 문제인지 때로는 전문가도 구별하기 쉽지 않다. 요즘 영국 TV에 양육에 대한 프로그램이 많이 방영되는데 주로 parenting에 대한 것이다.
요즘에는 모르겠으나 필자가 한국에서 트레이닝 받을 때는 병원에서도 그리고 사회에서도 parenting에 대한 관심은 거의 전무했었다. 당시에는 부모가 자기 자식을 세끼 밥 챙겨주고 학교 보내주면 좋은 부모로 간주되었고 자식들은 그저 잘 자라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이러한 경향이 지금도 없다고 할 수는 없겠고 핵가족화에 따라 아동들이 마음을 줄 수 있는 어른들이 점점 없어지는 것도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볼 수도 있다.  
어쨌든  ‘A’의 엄마 같은 부모가 가지는 문제중의 하나는 야단과 교육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아동이 책을 어지럽히고 챙기질 않으면 치우기 전까지 방을 못 떠나게 한다 던지 다음에 치우면 상을 주고 칭찬을 해주어야 되는데 이런 엄마는 자신이 조그만 아동에게 엄격하게 하면 자식이 무서워하거나  또는 화를 낼 까봐 걱정이 되어서 필요한 훈육을 하지 못한다. 또한 아동이 다음에 잘 정리를 했더라도 자신이 ‘공포심’으로 아동을 ‘조종’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뿌듯해하지 아동을 칭찬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동 심리학 중에서 아동이 어떻게 엄마와의 분리를 견뎌 나가게 되는지 연구가 많이 진행 되었는데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아동과 엄마와의 관계 양상이 그 엄마와 그 엄마의 엄마와의 관계 양상과 너무나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즉 아동이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못 견디는 문제가 있을 때 그 당사자 엄마도 자신의 엄마와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엄마 자신이 자신의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힘들었던 경우는 자신의 아동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동을 혼자 놔두는 것이 너무나 불안해 진다. 왜냐하면 자기 자식도 자기처럼 무서워 하고 두려워 할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그 아동도 결국 못 떨어지고 불안해 하게 되고 만다.

아동은 부모의 거울
필자에게 간혹 연락이 오는 엄마 중에 자신도 모르게 애한테 자꾸 손이 간다고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 자신의 행동 때문에 애한테 안 좋은 영향이 미칠까 봐 걱정한다. 그때마다 필자가 가지는 질문은 과연 누가 환자인가, 아니 그 집안의 누구와 이야기를 해야 하나이다.
엄마의 과거에 양육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있을 수도 있고 남편에게 향한 분노가 아이에게로 향했을 수도 있다. 단순히 그렇게 하면 아동의 정서발달에 좋다, 안좋다 라고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다.
‘아동은 부모의 거울이다’는 말이 있다. 물론 100%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약물을 처방해야 될 경우도 있고 정신치료를 해야 할 경우도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가정이 잘 받쳐주는 경우에는 치료경과도 좋고 일하기도 쉽다. 불행한 사실은 이러한 양호한 상태는 드물다는 사실이다. 부모가 이혼을 했다든지 부모가 약물중독이라 든지 성격적 문제가 있다든지 등등. 한국 속담에 이런 경우에 꼭 맞는 속담이 있다.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
자식이 말을 안 듣는다고 고민하는 부모님들은 먼저 자기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의 부부 사이는 변함이 없는지 자기자신은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있는지. 물론 이 모든 것들을 아동의 정서문제를 상담하는 NHS에서 의논해 볼 수 있다. 실제로 필자가 하는 많은 일들이 아동과의 일 보다는 부모와의 면담이다.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우리 자신과 우리 자식들을 위하는 일이 아닌가.

작성자
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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