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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김정후 건축가 글짜크기  | 
연재 - 건축을 통한 영국문화읽기 3
코리안위클리  2006/07/20, 01:55:04   
경관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 다이애나 추모 분수
다이애나를 기억하게 하는 땅과 어우러진 구조물

지난 2004년 런던 하이드 파크(Hyde Park) 안에는 흥미로운 구조물 하나가 만들어졌다. 바로 지난 97년에 세상을 떠난 비운의 왕세자비 다이애나를 추모하기 위한 <다이애나 추모 분수(Diana Memorial Fountain)>이다. 그 명칭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이 분수는 짧은 삶을 살다가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다이애나를 추모하고 그녀를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랜드스케이프 디자이너인 닐 포터(Neil Porter)가 디자인한 이 분수는 초기 계획단계에서부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초기 계획안대로 완공되었고 몇 가지 측면에서 영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건축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롭다.
우선 이곳을 가보면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는 생각은 추모시설이라는 이름의 건축물이 갖는 고정 관념을 완전히 깨고 있다는 점이다. 누가 보더라도 영국의 왕세자비를 애도하기 위한 장소로서의 일반인의 상상과 거리가 멀다. 다시 말해서 흔히 메모리얼이라는 이름을 가진 장소들이 보여주는 근엄하고 다분히 권위적인 느낌을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마치 긴 회색의 띠를 잘 접어서 녹색의 잔디 위에 살포시 얹혀 놓은 모습의 분수는 땅의 형국을 거스르지 않은 채 너무나 자연스러운 형상을 취하고 있다.

이곳은 어른, 어린이 할 것 없이 모두가 편안하고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물놀이하고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놀이터로 꾸며져 있다. 두 말할 필요 없이 물은 어린이들의 가장 친근한 친구이자 놀이 장소이다. 손을 담그고, 발도 담그고 놀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이곳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물론 이조차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살아 생전에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적극적이고 헌신적이었던 다이애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 분수가 얼마나 적합한지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듯싶다.
완공 후에 처음 이곳을 방문한 여왕이 분수 위를 뛰어다니며, 첨벙거리고 물놀이를 하는 어린이들을 보고 순간 크게 당혹스러워 했으나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오히려 크게 기뻐했다고 하니 이 역시 생전에 다이애나의 어린이 사랑을 기억했기 때문이 아닐는지.
다음으로 이 분수는 영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랜드스케이프 디자인에 대한 일면을 읽을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랜드스케이프란 땅과 자연이 어우러진 경관을 일컫는 용어로써 21세기 건축 디자인의 핵심적 화두라 할 수 있다. 런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공간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하이드 파크는 사실 특별한 건축물이나 시설을 갖추지 않은 자연과 어우러진 전형적인 도심 내의 휴식공간이다. 그러므로 하이드 파크 내에 들어서는 각종 시설들과 구조물들은 최소화 되고 철저하게 규제를 받는다. 이것을 다르게 설명하면, 하이드 파크가 지니고 있는 자연 그대로의 랜드스케이프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곳에 그 목적이 어쨌든 간에 메모리얼 시설이 들어선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기존에 하이드 파크가 가지고 있는 랜드스케이프를 깰 가능성이 적지 않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시설이 분수로 결정되고 분수 역시 기존의 상식을 깨는 모습을 통하여 철저하게 분수가 놓여지기 이전에 있었던 땅의 형상을 훼손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현재의 모습은 마치 긴 회색의 띠를 잘 접어서 녹색의 잔디 위에 살포시 얹혀 놓은 모습을 취하고 있다. 500여 개가 조금 넘는 크고 작은 대리석 조각들의 결합에 의하여 완성된 분수는 어느 위치에서 보더라도 땅의 모습과 어우러져 있는 듯 없는 듯 너무나 자연스러운 형상을 취하고 있다. 바로 건축물이 땅의 형국을 거스르지 않은 채 땅과 일치된 랜드스케이프 디자인의 정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음이다. 한 사람을 추모함에 과연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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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런던대학 튜터)

약력 :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 학부 및 대학원 졸업.
         디자인 스튜디오 O.N.E 소장 / 건축 비평가
         영국 바쓰대학(University of Bath) 건축학 박사과정 수료
         현 런던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도시계획학과(Cities Programme) 튜터
저서 : <공간사옥>(공저, 2003),
         <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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