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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김정후 건축가 글짜크기  | 
연재- 건축을 통한 영국문화읽기 6
코리안위클리  2006/08/31, 02:47:39   
세인트 폴 대성당, 더 이상 나를 가리지 말라  

런던의 모든 도시경관은 세인트 폴 대성당으로부터 비롯돼

“전세계에서 런던만큼 고층건물 짓기 까다로운 곳이 없다”
“역사적 건물들을 향한 조망권이 훼손되는 것을 방치하지 않겠다”




지난 2회에 <테이트 모던 갤러리>를 설명하면서 잠깐 언급한 바 있듯이 런던의 중심은 <세인트 폴 대성당>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세인트 폴 대성당>을 단순한 건축적 랜드마크로서만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영국인들에게 있어서 <세인트 폴 대성당>은 하나의 건축물 이상의 가치와 상징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루드게이트(ludgate) 언덕에 최초의 교회가 지어진 것은 604년으로 런던국교회의 주교인 멜리투스(Mellitus)에 의해서다. 물론 당시에는 위치가 갖는 중요성만 고려된 작은 교회였을 뿐 현재와 같은 대성당의 모습은 아니었다. 962년, 1087년, 1666년 세차례의 대화제에 의해 무너지고 다시 짓기를 반복했다.

현재의 모습은 1666년에 발생한 런던 대화재 직후 크리스퍼 렌(Sir Christopher Wren)에 의하여 복구된 것으로써 전형적인 바로크 스타일의 대성당이라 할 수 있다. 이후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는 정부 및 황실과 연관된 크고 작은 대부분의 행사를 거행함으로써 런던의 물리적, 정신적 중심으로서 자리잡게 되었다.
종종 화려한 모습의 여타 유럽 대성당들과 비교해 <세인트 폴 대성당>의 가치를 폄하하는 이들이 있는데, 독일의 <퀼른 대성당>, 바티칸의 <산피에트로 대성당>과 더불어 유럽 3대 성당으로 꼽히는 대작으로 명실공히 유럽을 대표하는 성당 중 하나이다.

17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런던의 도시 모습을 살펴보면 <세인트 폴 대성당>은 엄청난 크기의 돔과 그 높이로 인해 런던의 모든 위치에서 조망이 가능했으며, 압도적인 도시의 중심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그런데, 1960년대 이후 런던의 금융 및 상업 시설의 팽창으로 인해 크고 작은 고층 건물들이 하나 둘씩 주변에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점차 <세인트 폴 대성당>의 경관을 가리기 시작했다.
적극적인 고층화 정책에 의해서 런던에는 200m를 넘어서 300m에까지 이르는 거대한 건물들이 계속해서 건립될 예정이다. 따라서 최고 높이가 111m인 <세인트 폴 대성당>은 수 백 년간 유지해온 권위와 상징성에 큰 도전을 맞게 된 셈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이러한 위기 의식을 느끼고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고, 작년에 비로소 런던 정부에서는 <세인트 폴 대성당>을 포함한 런던의 주요 역사적 건축물들을 시각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정책을 수립하여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전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과학적인 분석에 기초한 이 정책은 런던의 모든 위치에서 해당 건축물로 향하는 시각축을 설정하여 그것을 가로막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건축물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쉽게 말해서, 런던의 특정 위치에서 <세인트 폴 대성당>을 조망함에 있어서 앞에 시야를 가로막는 건축물을 세울 수 없다는 말이다. 이는 더 이상 <세인트 폴 대성당>을 포함한 역사적 건물들을 향한 조망권이 훼손되는 것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런던 주정부의 강력한 의지인 셈이다.  

어린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다가도 한번씩 슬쩍 눈을 돌려 부모의 존재를 파악하고 나서 다시금 안도하며 놀이에 집중하는 것을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흔히 경험할 수 있다. 런던 사람들이 <세인트 폴 대성당>을 쉽게 볼 수 없다는 것은 부모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어 불안해 하는 아이의 심정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런던은 지금 시민들이 <세인트 폴 대성당>을 조망할 권리를 가로막는 거대한 건축물들과 치열한 힘겨루기 중이다.
작년에 만난 세계 최대 규모의 설계사무소 케이 피 에프(KPF)의 대표인 리 폴리자노(Lee Polisano)는 전세계에서 지금의 런던만큼 고층건물을 짓기 까다로운 곳이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세인트 폴 대성당>과 같은 역사적 건축물들을 가리지 않으면서 고층건물을 디자인하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건축가는 괴로울지언정 시민들은 행복한 이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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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런던대학 튜터)

약력 :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 학부 및 대학원 졸업.
         디자인 스튜디오 O.N.E 소장 / 건축 비평가
         영국 바쓰대학(University of Bath) 건축학 박사과정 수료
         현 런던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도시계획학과(Cities Programme) 튜터
저서 : <공간사옥>(공저, 2003),
         <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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