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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김정후 건축가 글짜크기  | 
연재- 건축을 통한 영국문화읽기 8
코리안위클리  2006/09/28, 02:00:01   
센터 포인트(Centre Point), 명물인가 흉물인가    

나쁜 디자인의 전형적인 사례 꼽혀



센트럴 런던의 남쪽, 특히 상가가 밀집해 있는 토튼햄 코트 로드(Tottenham Court Road)와 옥스포드 스트리트(Oxford Street) 인근에서는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특히, 운전자들의 경우는 한번 길을 잃으면 일방통행과 좌회전 금지 구역이 많은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럴 때 좋은 길잡이를 하는 건물이 바로 <센터 포인트(Centre Point) 빌딩>이다.
건축가 리차드 세이퍼트(Richard Seifert)에 의해 전형적인 오피스 건물로 디자인된 이 건물은 1967년에 완공되었으며, 35층 규모로 높이는 117m에 달한다. 요즘이야 수백 미터에 이르는 초고층 건물들이 흔하지만 당시로서는 엄청난 규모였으며, 현재도 런던에서 19번째로 높은 건물에 해당된다.
<센터 포인트>의 건립 배경에 대해서는 무수히 많은 뒷얘기들이 있다. 당연한 것이 위치로 볼 때, 이 정도 규모의 오피스 빌딩이 현재의 부지에 들어선다는 것은 매우 비상식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 이전에 그리고 이후에도 비슷한 규모의 건물들이 여러 차례 건립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센터 포인트>가 엄청난 규모와 다방면에서의 로비에(?) 의하여 허가를 따냈음은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는 일이다.
흥미로운 점은 완공 이후 현재까지 끊임없이 이 건물의 타당성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BBC나 Time Out 등 언론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여론 조사를 하면 런던에서 가장 추한 건물로 지난 수십 년간 빠지지 않고 손꼽혀온 건물이 바로 <센터 포인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축가나 도시계획가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한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최악의 건축물 중 하나로 선정될 것임에 틀림없다.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건축단체 중의 하나인 케이브(CABE)에서는 올 6월에 이 건물을 나쁜 디자인의 전형적인 사례로 분명하게 명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센터 포인트>는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첫째로, 주변의 맥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비단 높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시로서는 첨단기술과 재료가 동원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정도 규모의 콘크리트 건물이 주변의 맥락과 어울린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서 런던을 상징하는 상권의 교차점에 해당되는 매우 중요한 위치라는 점에서 이 건물이 있어야 할 자리는 분명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둘째로, 더욱 중요한 점은 <센터 포인트>의 등장으로 주변 일대의 환경이 극도로 황폐화되었다는 사실이다. 117m의 높이로 인하여 영구음영과 역풍이 발생하는 장소가 생겨났으며,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모호하여 차들과 보행자들이 뒤섞이기 일쑤다. 통계에 따르면 센트럴 런던에서 교통사고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가 이 지역이라고 하니 이는 <센터 포인트>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다시 말해서 지극히 상업적인 목적에 의하여 지어진 이 건물에서 주변 사람들을 위한 배려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볼 때 전형적인 투기꾼과 졸부에 의한 합작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일부 전문가들의 경우 <센터 포인트>를 없애는 방안을 제시한 경우도 있다. 현실적으로 천문학적인 액수가 투자되어야 하기에 이는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다.
앞서 언급했지만 <센터 포인트>가 현재 가지고 있는 유일한 긍정적 측면은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정도다. 그것은 훌륭하던 악명이 높던 간에 이름이 알려지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고층 건물의 디자인에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가에 대한 충분한 교훈을 준다는 점이다.
런던은 지금 초고층 건물의 디자인을 통하여 새로운 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런던이 다시 <센터 포인트>의 교훈을 깊이 곱씹어 보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자명하다. 많은 이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센터 포인트>가 지금의 자리에 굳건히 서 있어야 하는 이유다. 런던의 미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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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런던대학 튜터)

약력 :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 학부 및 대학원 졸업.
         디자인 스튜디오 O.N.E 소장 / 건축 비평가
         영국 바쓰대학(University of Bath) 건축학 박사과정 수료
         현 런던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도시계획학과(Cities Programme) 튜터
저서 : <공간사옥>(공저, 2003),
         <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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