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오르는 영국 관광의 히든 카드, 바스(Bath)
지난 25회에서는 바스의 역사를 포함하여 전반적인 내용들을 설명했다. 이번호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얘기를 해보자. 이미 언급한 것처럼 바스는 아름다운 지형과 천연 온천수의 덕택으로 역사적으로 여러 번의 번영기를 가진 바 있다. 현재의 바스는 침체되었던 20세기 중후반을 지나면서 다시금 지난 시기들을 능가하는 도시로 탈바꿈 중이다. 그 중심에는 로마인들의 화려했던 문화와 18, 19세기 동안에 건축된 조지안 스타일의 아름답고 웅대한 건축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바스에 살면서 도시를 연구했던 연유로 필자는 바스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 기회에 평소 많이 받는 질문중 하나인 바스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에 관하여 설명해보고자 한다. 바스를 가장 잘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도시 전체의 아름다움을 살펴보는 것이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것을 뜻한다. 너무나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생각보다 익숙지 않다. 크고 작은 언덕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인 바스는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든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장소들이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대략 15군데 정도의 언덕이 있는데 이곳에 올라가서 바스 전체를 내려다 보면 ‘와’ 하는 탄성외에는 더 이상 할말이 없다. 예를 들어서 바스 남서쪽에 위치한 영국 랜드스케이프 정원의 정수로 평가받는 프라이어 공원(Prior Park)은 그 대표적 장소중의 하나다. 팔라디안 다리를 포함하여 공원 자체도 수많은 고전 건축물의 보고이지만 깊은 계곡과 숲을 넘어서 펼쳐진 바스는 한폭의 그림과 같다.
둘째는, 바스를 대표하는 건축물들을 감상하는 것이다. 이 경우 좋은 방법은 로만 바스(Roman Baths)와 바스 대성당(Bath Abby), 풀트니 다리(Pulteney Bridge)를 중심으로 한 시내의 건축물들을 살펴보는 것과 조지안 바스 건축의 핵심을 담당한 존우드(John Wood) 부자의 건축과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다. 시내의 경우 1997년부터 바스 스파 프로젝트(Bath Spa Project)가 시행되어 새로운 온천 시설은 물론 핫바스, 크로스바스, 펌프룸 등이 단계적으로 복원되고 있는 중이다. 아버지 존우드는 현재와 같은 모습의 바스가 만들어지는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는데 서커스(The Circus), 퀸스퀘어(Queen Square)를 포함하여 타운하우스로 불리는 바스 거리를 둘러쌓은 많은 주택들이 그의 디자인이다. 그리고 그의 아들 존우드는 아버지의 개념을 이어 받아서 전세계적으로도 유사한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초승달 모양의 거대한 주거시설인 로얄크레센트(Royal Crescent)를 디자인했다. 현재 바스에는 로얄크레센트 외에 랜스다운, 카벤디쉬 크레센트 등 초승달 모양의 7개의 크레센트가 더 있다. 각각 다른 지형 조건에 건립된 크레센트들을 찾아서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영국 랜드스케이프 정원의 정수로 평가받는 프라이어 공원 (Prior park)과 초승달 모양의 로얄크레센트(Royal Crescent)
마지막 방법은 바스를 걸으면서 마치 실로 촘촘히 엮어놓은 듯한 주택과 다양한 상점들을 구경하는 것이다. 시내를 거닐다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바스에는 새로 지어진 건물들이 거의 없다. 이는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심지어 창문을 고치거나 현관문의 색을 바꾸는 것조차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는 바스가 지닌 고유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도시 전체를 이루고 있는 대부분의 건물은 수백 년이 넘은 주택들이다. 상가들 역시 필요에 맞게 주택을 개조한 경우가 많다. 시내와 주택가 구석 구석을 돌아다녀보면 이렇게 유지되고 있는 바스가 얼마나 따뜻하고 평온한 도시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바스를 구경하면서 이 편안함을 느껴보지 않는다면 바스를 감상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바스는 지금 지난 시대의 화려했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그것은 엄청난 변화나 발전이 아닌 그 옛날의 ‘바스다움’을 회복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바스가 영국, 나아가서 유럽 최고의 명소로 다시금 떠오를 것이라 한껏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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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런던대학 튜터)
약력 :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 학부 및 대학원 졸업.
디자인 스튜디오 O.N.E 소장 / 건축 비평가
영국 바쓰대학(University of Bath) 건축학 박사과정 수료
현 런던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도시계획학과(Cities Programme) 튜터
저서 : <공간사옥>(공저, 2003),
<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상상/하다, 채움의 문화>(공저,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