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정부, 성범죄자 공개 지속 … 평생 후회될 일 당하지 않도록 미리 조심해야
어둑어둑 해질 무렵 런던의 한 주차장 빌딩 엘레베이터 안에서 영국에 온 지 얼마 되지않아 생활도 낯설고 영어도 서툰 A씨가 청순가련형의 외모에 짧은 옷차림의 영국 여성과 한동안 같이 있게 됐다.
A씨가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해 불안해지기 시작할 무렵 갑자기 멀쩡하게 함께 있던 여성이 비명을 지르고 곧이어 다음 층에서 영국 남성들이 엘레베이터에 타자 이 여성이 그들에게 급히 도움을 요청한다. 이어 졸지에 ‘성폭행’ 현행범(?)을 검거한 영국 남성들은 백기사가 되고 한국 남성은 예상치 못한 악몽의 ‘무고’한 인생이 시작된다. 만약 당신이 이처럼 잘못한 것도 없는데 강간미수(또는 성추행)범으로 몰린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와 같이 강간 등 성폭행 사건은 언론의 머릿기사를 장식하기도 쉽지만 동시에 아무 잘못도 없는 ‘무고한 사람’의 인생을 손쉽게 망가뜨리기도 한다.
BBC에 따르면 19세의 벤 구에린은 한 여성의 터무니없는 강간 주장으로 인생이 갈기갈기 찢어진 경우다. 벤은 3년전 학교에서 한 여학생과 관계를 가진 뒤 잊고 지내다 최근 그 사건으로 폭행 강간 그리고 아동에 대한 범죄혐의로 구속됐다.
‘피해자’의 주장에 따르면 그녀가 만15세 때 파티에서 만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폭력적인 공격을 받았으며 강간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있었던 증인들이 벤 구에린의 무고함을 증언했고 이에 따라 벤은 혐의를 벗고 그 대신 여성이 공무집행 방해죄로 1년 징역형을 받았다.
▲영국의 성범죄 사건은 6%만 유죄로 끝나고 나머지 91%는 신고조차 되지 않는다.
내무부에 따르면 강간사건의 3%~9%는 허위 주장이라고 한다. 무고한 범인이 된 혐의자는 억울함 때문에 자살할 정도로 폐인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무고함이 밝혀진 후에도 성폭행범이라는 낙인을 지울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대개 16세~25세 사이의 젊은 층이 제일 많은 희생자가 되는 실상이다.
현재 18세 된 제이슨도 같은 경우이다. 경찰에서 조사받는 1년간 제이슨과 가족들의 심리적 고통은 말할 수도 없었지만 결국 ‘피해’여성은 법정에서 진술을 철회했고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그녀가 그 전에도 세 번이나 허위강간 신고를 한 전력이 있었다.
2006~7년 사이 영국에서 발생한 강간신고는 12,630건이며 이중 97%는 면식범의 소행으로 알려졌다. 물론 한국과는 달리 영국의 강간죄는 성관계를 남여 합의하에 만족하게 치루고도 마지막 순간에 ‘No’하면 강간죄가 성립하는 제1급, 제2급 강간은 물론 심지어 부부간에도 강간이 성립하는 제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영국에서는 언제나 성교시 확실한 동의에 대한 증거 내지는 세세한 정황묘사 등 사후에 강간주장에 맞설 수 있는 주의를 요한다.
영국에서는 대개 술자리 후에 서로가 만족하며 관계가 이뤄진 뒤에 여성이 신고하여 본인이 강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강간사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형이다.
일단 사건화되면 용의자는 강간범으로 알려져 거주 지역에서 왕따를 당하게 되고 학생인 경우 대부분 학교 생활도 흥미를 잃게 된다.
제이슨은 이웃들로부터 자신들의 딸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다른 곳으로 이사할 것을 요청받았으며 벤은 수도배관공의 수습직을 해고당하고 주위 사람들의 경멸어린 눈길과 의심으로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강간범으로 낙인찍혔던 벤은 “내 주소가 강간범이 사는 곳으로 알려져 동네 사람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고 사람들은 나를 피하며 아버지까지도 나를 똑바로 보지 않는 실정이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법적으로는 무고함이 밝혀졌지만 주위 사람들은 나를 믿지 않고 강간사실을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벤은 경찰도 초기부터 강간범에 대해서는 일단 의심부터 한다고 불평했지만 경찰측은 쌍방의 주장을 공평하게 처리한다고 밝혔다.
근거없는 범죄 기록이 범죄기록국(Criminal Record Bureau·CRB) 파일에 올라 장래 고용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강간 ‘피해자’는 철저한 비밀보장법(the 1976 Sexual Offences Act)에 의해 언론 등으로부터 강한 보호를 받게 된다. 하지만 피해자의 허위 신고로 밝혀져 공무집행 방해 또는 무고죄가 확정되면 ‘피해자’의 신원이 공개 되는 사례도 있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강간이 아님 됐다’식의 처리로 ‘피해자’는 공개되지 않는다. 이처럼 일단 ‘강간범’으로 억울하게 몰린 경우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신원이 공개 되고 만다.
나이 때문에 벤은 신원이 다 공개됐고 제이슨은 간신히 면했지만 이와같이 ‘무고한 남성 가해자’를 위한 보호제도는 없다.
영국에서 성범죄 사건은 6%만 유죄로 끝나고 나머지 91%는 신고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내무부는 “언론에 보도되는 한 두 건의 허위신고로 사건에 연류된 억울한 남성들이 생겨나지만 실제로 발생하는 대부분의 강간사건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면서 “한 건이라도 더 보도돼 유죄율을 높이는 것이 정부의 정책방향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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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교 / 재영 칼럼니스트
nkymm@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