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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려? 나 비행기에 있어”
코리안위클리  2008/04/24, 01:24:55   
지상에서 하늘까지 올라온 휴대전화 소음 … 문자 메세지 정도로 제한하면 안될까

평소에도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는 무분별하고 무절제한 휴대폰 사용으로 인한 심각한 소음공해를 겪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설상가상으로 하늘에서도같은 고통을 경험하게 됐다.
골프장에서 티업이나 퍼팅을 할 때 정신 집중에 방해를 받거나 버스·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또는 정류장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휴대폰 소리와 마구 떠들어대는 목청의 환경공해로부터 하루를 망쳐본 경험이 누구나 한 번 쯤 있을 것이다.
특히 런던 교외에서 기차·버스·지하철·전차를 이용해 시내로 출퇴근 하는 왕복 1시간 미만의 여정에서 혼자만의 명상·휴식(?)시간을 망치는 가장 큰 공공의 적은 무엇일까.
그렇다. 각양각색으로 울려대는 주위의 휴대폰 소리와 큰 소리로 쉬지 않고 중계방송하듯 계속 질러대는 특히 외국어의 통화 소음이라는 의견에 대부분 공감하리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듣게되는 통화내용은  대부분 ‘나 지금 기차에 있어’같은 전혀 급하지 않거나  불필요한 내용이지만 고함에 가깝게 질러대는 소리에는 전날밤 TV프로그램 설명으로 가득한 경우도 많다.
이런 지상의 으뜸 환경공해가 드디어 ‘하늘’까지 등장하게 됐다.
지상에서의 이러한 소음공해가 ‘나 비행기에 있어’로 유럽 각 도시간 셔틀 출퇴근 또는 모처럼의 휴가로 오가는 항공기 승객들에게 소음공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시대가 왔다.
유럽 영공을 운항중인 영국 국적 여객기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당국인 오프컴이 조건부로 허가했다. 이로서 항공기가 고도 3000m에 도달하면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허가는 항공사·항공기별로 기술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며 유럽항공 안전청의 휴대폰 사용 하드웨어가 항공기의 다른 비행시스템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영국 통신규제 당국인 오프컴은 최근 영국 국적 항공기의 유럽 영공 비행시 휴대전화 사용을 허가했다. 이로 인한 기내 소음공해 피해가 우려된다. 승객들의 공중도덕 준수와 자율에 맡기기보다 항공사의 철저한 규제가 필요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국 민간 항공청과 항공사는 기내 승무원의 적절한 시스템 작동훈련을 통해 운용지침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기내 모바일 시스템은 ‘피코 셀(pico cell)’이라 불리우는 항공기 마다 장착된 소형 독립 기지국 형태의 역할을 통해 위성중계를 경유하게 되며 유럽내에서 현재 이용하고 있는 각국별 로밍시스템과 비슷한 원리가 적용된다. 요금도 초기엔 다소 비싸겠지만 곧 평준화(?)로 경쟁할 것이고 2세대 그리고 3세대 기기까지 확장된다고 한다.
항공기내 휴대폰 사용 규제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도 문제다.
항공사에선 비행중 취침시간대에는 휴대폰 사용을 규제하는 등 소음완화에 최선을 다 한다고 하지만 손바닥 만한 유럽 공역은 물론 한국-유럽간 장거리 노선까지 확장되면 세계 시간대를 넘나드는 승객들의 취침시간과 비취침시간을 어떻게 구별할 것이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외국어 고함소리는 또 어떻게 참아야할 지 우선 걱정부터 앞선다.
지금도 못 알아듣는 국제선의 외국어 안내 방송을 인내심으로 참아내고  있는 실정에서 바로 옆자리 승객의 괴함소리 괴성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
기차라면 옆사람의 고함섞인 통화소리를 피해 다음 칸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겠지만 서울까지 10시간 넘게 걸리는 항공기라면 뛰어 내릴 수도 없고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을 것이다.
기차 여행의 편안한 시간과 기내에서 느끼는 혼자만의 오붓한 한 때를 주위 잡음으로 인해 지옥 속에서 참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물론 공중도덕을 기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국제도시 런던의 대중교통에서 자국어로 마구 떠들어 대는 각 국의 다른 공중도덕(?) 잣대를 우리는 익히 경험해 보고 골탕도 먹고 있지 않는가.
발전하는 시대의 문화 유산중에도 가장 귀중하다 할 수 있는 통신의 자유는 물론 중요하다. 더구나 비행기내에서의 잠자는 시간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로맨틱한 통화는 그 무엇보다 중요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자유는 공공의 복리를 위한 범위내에서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와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우선 문자메세지 정도만 허용하는 절충안은 어떨까. 통화는 소음공해 문제가 완전 하게 해결되는 다음 기술 단계까지 보류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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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교 / 재영 칼럼니스트
nkym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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