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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을 대표하는 왕실 가족과 엘리트 교육층의 소수인종 비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자세를 가르치는 가정교육의 중요성과 사려깊은 처신이 요구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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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내 자생 테러리스트’ 방지에도 도움 안돼… 가정교육·사려깊은 처신 요구 며칠사이 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그의 둘째 아들 해리 왕손에 이어 측근의 아시아 인종에 대한 표현 용어로 잇달아 영국 언론의 구설수에 올라 떠들석하다.
영국 왕실의 부적절한 인종표현 물의는 여왕 부군 필립공이 중국에 유학한 영국 학생에게 “앞으로 중국인처럼 ‘찢어진 눈’(sleek eyes)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는가하면 호주의 원주민 애보리진을 만나선 “아직도 서로 창을 던지냐”고 물어 ‘설화’를 일으켰다”(인터넷한국일보, 2008.10.28)는 과거 보도와 겹쳐 어쩌면 3대에 걸친 ‘인종실언 오해 DNA’ 여부에 대한 논란으로 험구가들의 입초사에 오르게 됐다.
영국 육군소위인 해리 왕손은 2006년에 자신이 촬영한 동영상에서 파키스탄 출신 그의 부대 동료에게 ‘파키’(paki)(주·파키스탄 인도 등 출신 인종을 비하하는 호칭)라고 부르는가하면 이슬람출신들은 ‘레그헤드’(raghead)(주·머리에 ‘넝마·걸레’두건을 두른 사람들이라고 영국에서 무슬램 사람들을 비하하는 호칭)이라고 호칭하는 모습을 한 영국신문이 폭로함으로써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대해 왕세자궁은 ‘악의 없이 아주 친숙한 동료끼리 애칭’이라는 궁색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영국국방부는 현역장교인 해리왕손의 처신에 대해 ‘초급장교로서의 언동 기준에 따라 조사후 처리하겠다’고 언론의 추궁에 발빠르게 대처했다.
한편 찰스 왕세자는 최근 그의 폴로경기 클럽에 근무하는 아시아출신 콜린 디론을(Kolin Dhillon) ‘수티’(Sooty)(주·연기에 그을린 ‘검댕이’란 뜻)라 호칭한다는 보도에 대해 클럽측은 물론 당사자 쌍방도 일절 위화감 없이 사용하는 ‘애정어린 별명’으로 찰스왕세자가 인종주의자란 말은 당치않다고 부인하고 왕세자궁인 세인트 제임스궁 당국자도 왕세자의 언행에 대한 논평은 적절치 않다고 거부했다. 이에 대해 BBC에 따르면 ‘괜찮다’와 ‘안된다’의 시끌벅적하고 팽팽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다.
영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도 언행과 처신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한국어를 사용하거나 인터넷 댓글 등을 쓸 경우에도
타민족을 비하하는 문구나 호칭은 피해야 한다.
단일민족을 기본으로 삼는 한국인도 피부색 갈등에 따라 타인종을 어떻게 비하해서 호칭하는지 깊이 자성해 볼 필요가 있겠지만 다수인종의 복합국가로서 21세기 지도국가인 영국의, 특히 모든 신민(臣民)들의 어버이 역할을 맡은 왕실의 3대가 한결같이 인종편견으로 해석될 수 있는 실언을 대를 넘어서까지 거듭한다는 것은 세계 전체는 물론 영국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들에게 얼마나 상처가 될 것인가 헤아려야 할 것이다.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 교육만을 받고 영국 사회에서 잔뼈가 굵은 소수민족중에서 최다수를 구성하는 무슬림국가·인도·파키스탄(주·호칭은 가나다 순)의 극히 일부 젊은이들이 소위 영국의 ‘자생’테러리스트로 알려져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이지 않은가. 이러한 엄연한 사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지도층의 ‘방언’은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영국 왕실이나 엘리트 교육층 등은 항상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자세를 갖고 다인종 사회 속에서 이미 자신들과 공동운명체인 소수인종과 약자에 대한 비하나 오해를 살 우려가 있는 호칭 대신 애정어린 내용의 가정교육과 사려깊은 처신이 요구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정말 평화롭게 사는 세상이 가능할 것이다.
이 기회에 영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도 타민족간의 언행과 처신에서 인종·종교·결혼·정치에 관한 화제는 삼가함이 요망되고 꼭 표현해야 할 경우에는 더욱 조심해야 하겠다. 보통 날씨와 스포츠를 화제로 함이 제일 안전하다 할 수 있다.
평소 출신지만 달라도 쉽게 비칭이 난무하곤 하는 실정을 깊이 자성하고 객지에서도 국제적 선린우호를 위해 한국어를 사용할 때도 인터넷 댓글 등은 물론 타민족 호칭에 각별히 신경써야 할 것같다.
김남교/재영 칼럼니스트
nkym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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