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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1 영국 학교와 불량 청소년
코리안위클리  2009/04/22, 23:28:17   
문제학생 처벌시 행동장애 가능성도 고려
학생 돌보지 않고 학교 선전 열 올리는 곳도 많아


필자가 중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에는 ‘생활지도반’이란 것이 있어서 상급자 형들이 멋진 완장을 차고 학교를 돌아 다니면서 떠드는 학생들을 잡아다가 기합을 주기도 하고 이름을 적어서 주말에 소위 ‘뺑뺑이’를 돌리기도 했다. 방과후에는 선생님들이 성인 영화관에 몰래 들어간 학생들을 잡아내 큰 벌을 주거나 부모님에게 전화를 하고 학생들은 도망다니는 촌극도 심심치 않게 빚어졌다.
지금은 한국도 많은 변화가 있지만 영국은 문화적 정서적 차이로 인해 학생들의 생활 지도 방식에서 한국과 다른 점이 많다. 나이가 많고 적음이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회 시스템상의 차이는 차치하더라도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병원이나 보건 복지부 등 학생들과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는 영국의 제도 내에서 ‘생활 지도’는 아주 다른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필자는 컨설턴트로서 학교 방문을 평균 주 1회 정도, 전화 통화는 수도 없이 할 때가 많은데 거의 대부분이 아동 청소년의 행동 문제로 야기되는 상황에 대해 조언을 해야 되는 경우다.
많은 아동 청소년의 경우 정신보건 센터 특히 소아 청소년 정신과 의사에게 의뢰될 때는 공격적인 행동으로 자신이나 타인들에게 위험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학교를 관장하는 교장 선생님은 문제 학생이 난폭한 행동을 보이거나 다른 학생들에게 물리적인 해를 가할 상황을 걱정하여 정서적인 문제를 체크해서 얼마나 그 학생이 자신이나 다른 급우에게 위험한 지를 평가해 달라고 한다.
이 점이 한국과는 참으로 틀린 점인데 한국에서는 학생이 아주 난폭하거나 선생님 말을 듣지 않으면 처벌을 하거나 제재를 가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정학이나 퇴학을 시킨다. 이 과정에서 ‘부모님 모시고 오라’,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느냐’ 등 전적으로 교육에 역점을 두고 행동 교정을 시도하고 안되면 내쫓아버린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비단 학교 내에서의 일이라 하더라도 혹시나 그 문제 아동이 다른 이유로 인해서 행동장애가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것 마저 챙겨야 하는 의무가 있다.
예를 들어 아동이 집에서 늘 부모에게 구타 당하고 학교에서 다른 애들을 때린다면 무조건 정학이나 퇴학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연락해서 진단과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 학교의 역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당연히 학교와 병원의 연계가 활발하고 그 중에서 특히 소아 청소년 정신건강 센터와 소아과 의사들, 학교가 빈번히 연락을 하고 있다.

자녀 문제 모르고 지나치는 부모 많아
진단시기 놓치면 치료 더욱 힘들어


영국이 한국과 다른 점 중의 또 한가지는 개개인의 역할이 철저히 구별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한국에서 어떤 학생이 아버지가 자주 술을 먹고 난폭해서 정서적으로 삐뚤어져 있는 경우에 사랑 넘치는 선생님이 점심을 사주거나 방과후에 숙제를 봐주고 따뜻한 말로 격려를 한다는 이야기는 하나의 ‘미담’이 될 수 있지만 영국인의 시각에서는 단지 자기 주제 파악을 못하는 선생님으로 몰릴 수가 있다.
특히 영국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학교에서 이렇게 카운셀러와 사회 복지사 역할을 겸임하려다가 아동에게 사고가 났을 때 교장이 문책을 당하고 구청 교육감이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에서는 정신보건 센터와의 원활한 협력을 위해 SENCo(special educational needs coordinator)라는 선생님을 따로 두고 모든 연락을 담당하게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의사와 학교가 함께 아동이나 청소년을 돌봐야 되는지 또 부모는 어느 단계에서 개입해야할 지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만약에 아동의 행동장애가 의학적인 병 때문에 생긴다면 처벌하는 것이 문제를 교정하기 보다 오히려 그 아동을 절망에 빠뜨리거나 불구로 만들 확률이 많다.
많은 부모들은 가정에서 ‘말로 타일러서 고칠 수 있다’ 혹은 ‘나이가 들면 좋아지겠지’라며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본다. 물론 좋아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학생 본인이 예를 들어서 ADHD(주의력 결핍장애)나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s Syndrome) 같은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상황이 호전되기는커녕 나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계적으로 학생 30명 중 한 두명이 ADHD 를 가지고 있고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은 100명중 한명꼴이니 결코 적지 않는 숫자다.
그렇다 보니까 이제는 학교에서 진료 의뢰를 할 때 대개 ‘누구누구는 주의집중력이 떨어지고 책상에 앉아 있지 못하고… ’ 라는 식으로 소견을 적어서 보내 온다. 문제는 부모들이 이 표현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것인데 상당수의 부모는 학교에서 자신의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선생님과 맞지 않아서 문제가 생긴다면서 진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반대로 학교에서는 주의력이 괜찮다고 하는데 부모들이 계속적으로 진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16세 의무 교육 철저한 영국 교육 시스템
자녀 행동 문제 발생시 학교 도움 요청해야

필자의 경험으로는 부모가 놀라울 정도로 자신의 아이에 대해 모르는 경우도 많았고 반대로 학교도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아동이 영국 학교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약간의 문제가 있더라도 굉장히 낙관적으로 보는 학교가 많았다는 점이다. 특히 영국에 들어 온지 얼마 안 되는 학생의 경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곧 적응할 것이다. 머리가 좋다’며 문제점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학교가 얼마나 학생을 잘 돌보는지 선전하는 경우도 많다.
언어장벽을 이유로 문제를 심각하게 보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영국 문화와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부모들은 그냥 ‘그렇겠지’ 하고 지내다가 자녀가 청소년기로 넘어가고 나서야 심각한 문제점들이 불거져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안타까운 점은 이때는 문제가 많은 만큼 진단을 받기는 쉽겠지만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영국에서는 학교에서 몇 번 정학(exclusion)을 당하고 나면 학교에서 이런 저런 회의가 많이 열린다. 회의 결과 학생이 그 학교에 계속해서 다닐 만큼 품행이 올바르지 않다고 하면 결국 퇴학을 시키는데 문제는 무조건 퇴학을 시킬 수가 없다. 영국에서는 16세까지 의무 교육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학생들을 교육시킬 책임이 있어서 문제 학생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거나 특수 학교로 보내게 된다.
우선 pupil referral unit (PRU)이라는 행동 교정 학교로 대상 학생을 보낸다. 하지만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가정 교육(Home Tuition)을 제공하게 된다. 이 때는 왜 가정 교육이 필요한지 필자 같은 consultant가 교육청으로 편지를 보내야만 기관에서 재정 지원을 받아 가정 교사를 채용할 수 있다.
교정이 어려울 정도로 행동이 난폭하고 심한 경우에는 정서행동 학교(Emotional Behaviour School)로 보내는데 컨설턴트를 비롯해서 교육 심리사(Educational Psychologist)가 평가를 하고 교육청에서 심사를 거쳐 최종 판정을 하게 된다.
이 모든 결정의 원칙은 아동이 행동 조절이 어려워 학교에 정상적으로 다니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교육은 계속되어야 하고 국가에서는 아동이 16세가 되기 전까지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이다.
부모가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한국과는 상당히 다른 문화임을 알 수 있다. 영국에 사는 한국 부모님들은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혹시나 학교에서 자녀의 행동 문제로 호출했을 때도 당당히 학교에 도움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기 바란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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