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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3 자녀 인성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코리안위클리  2009/05/20, 22:19:22   
진정한 변화는 ‘부모 한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오늘은 ‘인성 교육’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영국인들은 부모되기(parenting)를 주로 이야기하는데 반해 한국인들은 ‘인성교육’에 관심이 많다. 큰 안목에서 보자면 두가지 주제 모두 자녀를 어떻게 하면 잘 기를까 하는 것인데 ‘교육’이라고 하는 말이 덧붙여 짐에 따라 약간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주목했으면 좋겠다.
교육에는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교육 등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한문으로 뜻을 풀이해 보면 ‘어른들이 자라나는 아동이나 청소년들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미쳐서 그들의 행동이나 마음가짐을 변화시키거나 교정시킨다’는 다소 어른 중심적인 시각의 용어다.
여기서 시각을 약간 바꿔 ‘자녀들을 어떻게 하면 잘 기를까’에서 어떻게 하면 ‘자녀들이 잘 자랄까’라는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 즉 부모나 어른들이 무엇인가를 ‘고치거나’ 적극적으로 관여한다기 보다는 전반적인 ‘환경’이 자녀들의 심성 발달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고민해 보면 뜻밖의 답을 찾을 수도 있음직하다.
필자가 만나는 청소년의 부모들는 끊임없이 어떻게 자기 자식의 ‘일탈’을 막을 수 있는 지를 물어본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필자는 항상 ‘죄송합니다.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한다. 물론 대개의 부모들이 실망하거나 체념하기도 하지만 많은 부모는 진정한 변화가 부모로서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하는 것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부모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고 어쩌면 부모들이 고뇌하는 것은 이러한 능동적인 개입과 수동적인 개입이 어떻게 조화를 잘 이루어서 자녀들이 잘 자랄까 하는 데에 있다고 하겠다. 마치 한 그루의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좋은 환경과 가지치기 같은 적당한 ‘처치’가 필요한 것과 마찬 가지다.
이렇게 본다면 ‘인성교육’이 무척이나 광범위한 주제처럼 느껴진다. 더욱더 문제가 되는 것은 ‘좋은 환경’이나 ‘좋은 양육’에 대해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고 주관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문화적인 견해차이도 크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문화에서는 부모의 입김이 많이 작용을 하는데 반해 서양에서는 아동의 견해가 좀 더 존중된다고 볼 수 있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기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겠지만 그 ‘잘 기르자’라는 정의도 제각각 일 수 있다. 찢어지게 가난하게 자란 부모는 자녀들이 돈 많이 버는 사람이 되는 것을 또 몹시 병약하게 자란 부모들은 ‘신체적 건강’이 최우선 과제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여러가지 변수들을 감안하더라도 일정한 공통점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애들 보는 앞에서는 부부싸움이 안 좋다거나(특히 가정 폭력), 아기를 혼자 놔두는 것이 좋지 않고 엄마가 놀아 줘야한다 등 동서양 개개인의 가치관의 차이를 염두에 두더라도 ‘어느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선은 분명히 존재한다.
세계 어디서나 아이를 키우는 곳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현대사회가 가진 운명이라고도 볼 수 있다. 대가족 제도의 붕괴로 인해서 자녀에 대한 많은 역할들이 부모나 홀어머니(single mum), 홀아버지(single father)에게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과거 같으면 같이 살고 있는 언니나 할머니, 고모 등에 묻혀 가면서 ‘우리’가 애를 키웠기 때문에 부모 개개인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애들이 생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만약 부모가 취약성을 가지고 있거나 어떤 ‘양육’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그 대가가 고스란히 자녀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대가족제도 붕괴로 취약한 부모 영향 고스란히 자녀에게로
무작정 TV 프로그램 따라하기 보다 직접 느끼고 변해야


그런 이유로 요즘엔 각종 미디어나 책, 강의 등이 넘쳐난다. 그러나 과연 그런 것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 하는 것은 좀 더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한 예로 한때 영국에서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슈퍼내니(Super Nanny)를 들어보자. 소위 ‘양육 전문가’라는 사람이 나와서 힘들어 하는 부모에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하는데 과연 얼마만큼 그 엄마나 아빠가 따라서 할 수 있을까. 얼마만큼이 부모들이 배울 수 있는 것이고 또 ‘느끼고 변화해야만 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필자는 이러한 슈퍼내니 식의 접근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입장인데 한번은 아류격인 한국의 모 TV 프로를 시청하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부모, 특히 엄마를 아주 ‘기술’이 부족한 사람으로 간주하고 어떻게 자식들에게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르치는지 어떻게 하면 자식들이 부모의 ‘말’을 잘 듣고 바르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지에 대한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약간은 동화 같은 이러한 방식의 문제는 사람의 행동, 즉 부모의 교육방식이 어떤 교육이나 트레이닝을 통해서 쉽사리 바뀌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있다.
필자가 본 환자 중에서 아기가 밤에 잠을 안 잔다고 데려온 어머니가 있었다. 책에 나오는 대로 health visitor가 시키는 대로 이 방법 저 방법 아무리 해도 개선이 안 되었다고 한다. 이 어머니와의 면담에서 점차 밝혀진 것은 어머니가 심한 강박증이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무엇이든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고 아기가 탄생 함으로써 생긴 또 한가지의 새로운 강박증은 아기가 밤에 숨을 쉬지 않아 사망하는 ‘cot death’를 염려하여 계속 바로 옆에서 아기가 잠을 자면서도 숨을 잘 쉬고 있는지를 확인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경우 아기가 엄마를 안심시킬 수 있는 일은 단 한가지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는 수 밖에 없었으리라. 결과적으로 이 어머니는 처음엔 아기가 잠을 자지 않아 자신이 전혀 잠을 잘 수 없다고 호소했지만 나중에 아기가 충분히 수면을 취한 후에도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런 예에서 어떤 이는 아기가 어떻게 엄마가 불안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느냐 라고 반문할 수가 있다. 하지만 많은 연구 결과는 유아가 태어난 후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아서 부모의 얼굴 표정이나 목소리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부모노릇이 ‘학습’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이 차이를 만드는가.
필자는 부모 자신이 자기의 부모로부터 받은 경험이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믿는다. 즉 자신의 몸과 마음에 아주 어릴 때부터 오랜 세월을 걸쳐서 ‘쌓여 온’ 것이라는 견해다. 물론 필자의 주관적인 경험만은 아니고 많은 연구결과로도 입증이 되고 있다.
그 중의 하나로서 ‘애착 유형’에 관한 것이 있다. 유아는 부모와의 관계(영어로는 bonding 이라고 한다)가 크게 안정형과 불안정형으로 나누어지는데 불안정형에는 회피형과 반항형 두 가지가 있다. 놀라운 사실은 유아와 회피형의 관계를 맺는 엄마는 자신의 엄마 (할머니)와의 관계도 회피형이 많고 반항형은 반항형이 많다는 것이다. 즉 자신과 엄마와의 관계 패턴이 당대에서 끊나지 않고 대물림을 해서 자신과 엄마 사이에서 생겼던 많은 에피소드들이 자기 자식과의 관계에서도 반복될 확률이 많다.
필자가 만나는 많은 엄마들 중에서 ‘내 딸만은 나와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정말로 희망했는데 너무도 나와 비슷한 길을 간다’고 호소한다. 그럴 때마다 특별히 그 어머니가 잘못한 것은 아니고 이러한 사슬을 끊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려 드린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어머니들에게 ‘교육’시킬 것이 아니라 왜 자신들이 ‘부모 노릇’을 하기 힘든 지를 이해 시켜 주는 것이 급선무가 될 것이다. 이미 여러가지 ‘문제’로 만신창이가 된 부모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이미 땅바닥으로 떨어진 그들의 자신감을 더욱더 없애는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부모의 ‘좌절’이나 ‘불안, 죄책감’등은 고스란히 자식에게로 넘어가서 도리어 부정적이 결과를 초래 할 가능성이 많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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