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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김정후 건축가 글짜크기  | 
유럽 최고의 건축을 만나다 5 슈뢰더 주택, 사보아 주택
코리안위클리  2009/05/27, 23:19:27   
▲ 몬드리안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조형 원리를 입체적으로 실현시킨 슈뢰더 주택.

몬드리안의 그림이 집으로 태어나다 슈뢰더 주택

사용자 입장 고려한 수준 높은 장인정신 담아 … 유네스코, ‘인류 최고의 걸작’ 극찬

피트 몬드리안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린 화가 중 하나다. 빨강, 노랑, 파랑색이 검은색 테두리의 사각형 안에 채워져 있는 그림. 텔레비전 광고, 회사 로고, 거리의 간판 그리고 어린이가 사용하는 공책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사진)은 바로 몬드리안의 회화로부터 온 것이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게리 리트벨트는 1924년에 네덜란드의 유트레흐트에 ‘슈뢰더 주택(Schroder House)’ 디자인을 통하여 몬드리안이 그림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조형 원리를 입체적으로 실현시켰다.
언뜻 보기에 슈뢰더 주택의 형태와 구성은 기능과는 무관하게 시각적 아름다움만을 추구한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집의 형태, 창의 위치와 크기, 색의 사용 등은 모두 내부 공간에서의 기능을 고려한 결과다. 주 공간인 2층의 경우 이동가능한 칸막이 벽을 사용하여 네 개의 독립된 공간이 필요에 따라서 하나의 큰 공간으로 통합된다.
또한 슈뢰더 주택은 근대 건축가들이 외면했던 높은 수준의 장인정신을 담고 있다. 이는 건축가의 입장이 아니라 사용자의 입장에서 집을 디자인한 결과로써 현장에서 직접 나무를 자르고, 대패질을 하고, 못질을 해서 성취한 것이다. 리트벨트가 생각하는 집은 관습과 전통만을 따르는 보편적인 모습이 아닌 사용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생활방식을 담아내야 한다는 철학에 바탕이 있다. 문고리부터 가구 디자인, 전체적인 집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슈뢰더 주택은 철저하게 슈뢰더 가족의 편안함을 위하여 디자인되었다.
2000년 유네스코는 슈뢰더 주택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서양 건축 역사의 위대한 아이콘이며, 인류가 창조한 최고의 걸작’이라 극찬했다. 80여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슈뢰더 주택은 기능적 측면과 아름다움 모두에서 지금의 주택과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다. 슈뢰더 주택이 진정으로 위대한 이유는 아름답고 안락한 집을 만들기 위한 건축가의 치열한 열정과 땀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근대 주거건축의 금자탑 사보아 주택
시대 뛰어넘는 상징성과 교훈 담은 세계 건축 문화 유산


▲ 철, 콘크리트, 유리 사용해 가장 단순하고 합리적인 형태를 표현한 사보아 주택과 사람 중심의 내부 공간
▲ 철, 콘크리트, 유리 사용해 가장 단순하고 합리적인 형태를 표현한 사보아 주택과 사람 중심의 내부 공간

슈뢰더 주택이 완공된 지 4년이 지난 1929년에 주택으로서 건축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또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었다. 건축가 르 꼬르뷔제가 프랑스 쁘와시에 디자인한 ‘사보아 주택(Villa Savoye)’이다. 르 꼬르뷔제는 명실공히 건축역사에서 최고로 추앙받는 거장이다. 이 집은 사보아 가족이 주말주택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파리 교외의 아름답고 완만한 언덕 위에 지어졌다.
전체 3층으로 지어진 사보아 주택은 전혀 장식이 없는 백색의 사각형 건물을 16개의 원형 필로티(건물을 받치고 있는 기둥)가 지지하고 있다. 당시 꼬르뷔제가 추구한 것은 근대건축을 상징하는 재료인 철, 콘크리트 그리고 유리를 사용하여 가장 단순하고 합리적인 형태를 만들고 그 안에 필요한 기능을 넣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꼬르뷔제는 3년 전인 1926년에 근대건축의 5원칙을 발표했다. 필로티, 옥상정원, 자유로운 평면, 자유로운 파사드, 가로로 긴 창 등이다. 지금에서는 무척 일상적인 혹은 진부하기까지 한 방식이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방식이었음에 틀림없다.
사보아 주택의 백미는 내부공간에 있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내부에 설치된 경사로를 따라서 자연스럽게 주변을 감상하면서 2층으로 걸어 올라간다. 2층에는 주택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밝고 아늑한 옥상정원이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이 경사로는 다시 스크린 벽으로 이루어진 3층의 일광욕장으로 향한다. 이러한 내부공간 구성은 결국 집의 중심에 사람이 있음을 상징한다.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파리를 점령했을 때, 이곳은 독일군의 건초장으로 사용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폐허로 변한 사보아 주택은 헐릴 위기에 놓였다. 당시 전 세계의 문화인들이 프랑스 정부에 거센 항의 서한을 보냈다. 아마도 건축역사에서 건물 하나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큰 항변이었을 듯싶다.
세계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사보아 주택을 지키고자 했던 이유는 사보아 주택이 시대를 넘는 상징성과 교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철저히 기능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집, 사보아 주택이 근대 주거건축의 금자탑인 이유다.

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런던정경대학 튜터)
         archtocity@chol.com

저서 : <공간사옥>(공저, 2003)
         <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상상/하다, 채움의 문화>(공저, 2006)
         <유럽건축 뒤집어보기>(2007)
         <유럽의 발견>(2009 발간 예정)
활동 : 현재 디자인과 강의를 하며
         도시계획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조선일보, SKY-HD와 다큐멘타리를 제작했고
         KBS, SBS의 디자인 프로그램 자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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