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가 '충성'을 다 바쳐 열심히 일하고 있던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을 할 것인가? 1997년 시작되었던 IMF의 통제 경제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던 한국사람들에게는 운도 떼기 미안하고 두려운 질문이다. 그러나 2009년 말 지금,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강요 당하고 있다.
어찌 국가적으로 경제 위기가 닥쳐왔을 때 뿐인가? 경기가 호황일 때에도 어느 날 출근해 보면 내 책상이 없어져 버리는 상황이 무수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이다. 종업원 뿐만 이겠는가? What the fear of dismissal is to the employee, the fear of bankruptcy is to the employer. (종업원들이 해고의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처럼, 고용주는 회사 파산에 대한 공포를 갖고있다.) Sometimes some are big enough to be above this fear. (때때로 이러한 공포를 넘어설 만큼 거대한 이들도 있다.) But to reach a great position of this kind they have generally had to pass through years of strenuous struggle.(그러나 이처럼 대단한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서 그들은 오랜 세월에 걸친 힘든 싸움을 겪어 냈어야만 했다.)
힘들고 오랜 노력 끝에 좋은 대학에 입학한 사람들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들어간 사람들은, 훌륭한 배우자를 만나 결혼한 사람들은, 근사한 차와 저택을 살 만큼 부를 많이 쌓은 사람들은, TV에 자주 나올 만큼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은 사람들은 행복을 만끽한다. 자신이 어렵게 움켜 잡은 그것이 자신의 행복을 영원히 받쳐 줄 것이라고 믿으며.
'Spencer Johnson'의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Who Moved My Cheese?(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속의 꼬마 인간 '헴' 과 '허'처럼, 자신들이 애써 노력해 찾은 명품 치즈를 먹으며 자랑하기도 하다. "정말 좋은 치즈야, 안그래?" "우리는 이 명품 치즈를 먹을 만한 자격이 있어. 이 치즈를 찾기 위해 오랫동안 열심히 일했거든." 그러나 자신들이 애써 찾은 치즈 창고의 치즈가 영원히 무궁무진하게 공급될 것으로 믿고 있다면, 이미 그는 구세기적 사고 방식의 사람인 것이다.
과거 '해가 지지 않는 거대한 제국'을 자랑했던 영국은 오늘날에는 화려했던 과거의 옷자락 끝이나 붙잡고 헛기침이나 하고 있다. 와인하면 프랑스 와인이라고까지 세계인의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을 만큼 명성이 자자했던 프랑스는 이제 질 좋고 값싼 칠레 와인과 호주 와인 그리고 이태리 와인에 밀려 포도를 재배하던 농부들이 정부 보상금을 받으며 포도밭을 갈아 엎는 나라로 전락해 버린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끝없이 새롭게 노력하지 않고 영원히 안주할 수 있는 좋은 자리는 보장 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순차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누가 내 치즈를'에 등장하는 또 다른 캐릭터 두 마리의 생쥐 '스니프'와 '스커리'는, 영원히 행복할 것 같은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두 꼬마 인간 '헴' 과 '허'가 자신의 위치에 대한 자신감에서 오만함으로 가득차게 변해가는 동안에도, 매일 매일 하던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헴과 허가 먹고 있는 똑같은 명품 치즈를 풍족히 먹고 있으면서도 매일 아침 일찍 치즈 창고에 도착해 혹시 어제와 다른 변화가 생겼는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보고, 치즈 덩어리들을 긁어 보기도 하면서 창고 주변을 종종걸음으로 뛰어 다닌다.
어느 날 갑자기 치즈가 바닥났을 때, 스니프와 스커리는 미리 찾아 두었던 새로운 치즈 창고로 옮겨가는데, 느즈막한 시간에 뒤뚱거리며 치즈 창고에 도착한 헴과 허는 소리를 지른다. "Who moved my cheese?(누가 내 치즈를 옮겼어?)" 그들은 '부당한 사태'에 대해 소리를 지르고 불평을 해댄다.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지!"
아주 평이하고 명쾌한 문체로 쓰여진 'Who Moved My Cheese?'는 '힘들고 부당한 사태'에 직면한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충격적 감동을 주고 '새로운 치즈'를 발견하도록 끝없이 자극했다. 미국 NBC 텔레비전 '명예의 전당' 방송인 찰스 존스도, 'Edison Plastics' 사장인 마이클 칼슨도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난 이 책에 대한 추천사를 쓰고 있다. 그런데 한국 교보문고에 가면 몇 백권씩 진열대에 쌓아 놓고 팔던 이 책이, 같은 시기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때 오클랜드 퀸 스트리트 제일 큰 책방에 갔을 때 딱 한 권이 꽂혀 있었고, 다른 책방에서는 발견할 수가 없었다. 큰 충격이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 때문에 한국 젊은이들에게는 최악의 취업난이라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 경기가 좋아져도 취업 난은 계속될 것이다.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20대 80%이상이 대졸자인 현실에서, 편안하고 안정적인 책상에 앉아서 유유자적 할 수 있는 좋은 자리가 과연 누구에게나 돌아갈 수 있겠는가? 뉴질랜드 토종 키위들도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기 힘든데 코리안 키위가 들어갈 좋은 직장이 만만히 주어지겠는가? 아울러 산업화 시대는 지나가고 있고 정보화, 세계화라는 거대한 물결이 이미 밀려온, 이 변화된 환경에서 산업화 시대의 논리로만 생각하고 미래에 대처한다는 것은 국가나 개인 스스로 도태를 자처하는 행위일 수 밖에 없다.
나의 제자들에게, 나 자신에게 다시 한 번 각성시킨다. "Who moved my cheese?" 치즈는 부지런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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