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상원은 지난 5일 부모의 자녀 체벌 권리를 제한하는 아동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오는 15일 제3 독회를 거쳐 23일 이전에 하원으로 이송돼 통과되면 다시 상원으로 넘어간 후 정부로 이송, 선포돼야 효력이 발생한다.
이 법의 상원 통과 이후 영국에서는 어린이 체벌의 전면 금지와 가벼운 체벌 허용을 지지하는 양 갈래로 나뉘어 찬반 논란이 격렬하게 일고 있다.
애초 이 아동법 개정안은 체벌의 전면적인 금지를 담았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인 노동당의 일부 의원이 “자칫 모든 부모를 범죄인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고 지적함에 따라 “몸에 멍이 들거나 피부에 긁힌 상처를 내거나 피부가 붉게 변할 정도의 강한 매질은 전면 금지하되, 가벼운 체벌은 허용”하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체벌 금지 조항을 위반하는 ‘과도한 체벌’과 부모가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가벼운 체벌’ 사이의 경계가 애매모호해 부모들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가족청소년관계연구소의 노먼 웰스 소장은 “어린이가 체벌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체벌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웨덴이 어린이 매질을 금지했지만 7∼14세 어린이에 대한 부모의 범법행위로 간주하는 매질이 오히려 늘었다”며 체벌의 전면 금지만이 어린이 체벌을 근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독일은 2000년 체벌 금지법이 채택된 이래 심한 매질이 1992년 44%에서 2002년 14%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체벌금지법은 서슬 퍼렇게 살아 있지만 부모가 말 안 듣는 자녀에 대한 ‘사랑의 매질’은 완전 금지가 어려운 상태다. 일부 부모는 아이의 용돈을 중단하거나 TV 시청을 못하게 하는 등의 벌로 매질을 대신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아직까지 유럽에서는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아일랜드 스위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헝가리 폴란드 체코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대부분의 국가가 부모의 자녀 체벌권을 인정하고 있어, 이 문제의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