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의 건축을 만나다 20 라 빌레트 음악도시 / 포르투 콘서트 홀 [영국대표 한인신문]

▲라 빌레트 음악도시는 기하학적인 형태의 다양한 조합과 변화를 통해 기존의 음악시설이나 콘서트 홀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건물 내부의 나선형 아트리움을 통해 쏟아지는 빛이 경이로운 공간감을 연출한다.

세계로 열린 파리의 라 빌레트 음악도시

지난 회에 베를린 필 하모니와 헬싱키 핀란디아 홀을 소개했다. 그런데 음악을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도시는 바로 파리다.
예술의 도시답게 파리에는 여러 개의 음악시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주목을 끄는 것은 ‘라 빌레트 음악도시’다. 파리 북동쪽의 19지구에 위치한 라 빌레트는 1867년에 세워진 대규모 가축시장과 도살장이 자리했던 장소다. 20세기 중반에 가축시장이 교외로 이전하면서 라 빌레트 지역 전체가 쇠퇴했다. 미테랑 대통령은 그랑프로제의 일환으로 이 곳을 파리를 대표하는 21세기형 공원으로 재개발하기로 결정했고 그 핵심으로 과학도시와 음악도시를 조성했다.
크리스티앙 드 포잠박이 디자인한 음악도시는 라 빌레트 공원의 전면에 위치하여 입구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교육시설, 콘서트 홀 그리고 박물관으로 구성된다.
백색의 간결하고 현대적인 형태의 음악도시 건물은 기존에 고전적이고 다분히 귀족적인 느낌의 음악시설이나 콘서트 홀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라 빌레트 공원의 녹음과 어우러져 더욱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포잠박은 기하학적 형태의 다양한 조합과 변화를 통하여 마치 작곡가가 하나의 곡을 완성하듯 음악도시를 디자인했다. 물결치는 듯한 모습의 우아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지붕은 교향곡의 선율처럼 느껴지고, 내부의 거대한 나선형 아트리움을 통하여 쏟아지는 빛은 경이로운 공간감을 연출한다.
음악도시는 그 이름이 상징하듯 음악과 관련된 교육, 연주, 전시 등의 다양한 내용과 프로그램을 담고 있다. 연주와 전시는 누구나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특정 장르나 시대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하다. 이를 통하여 세계 최고의 관광 도시답게 라 빌레트 음악도시는 음악과 관련해서 전 세계로 열려있음을 강조한다.
도살장에 들어선 음악도시, 이제는 파리에 없어서는 안 될 명소로 탈바꿈했다. 참으로 파리다운 상상력이 아니던가.

유럽문화수도 포르투의 보석, 포르투 콘서트 홀

▲ 포르투 콘서트 홀은 장식을 최대한 억제한 백색 콘크리트와 커튼월로 구성된다. 다양한 면 구성으로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같지 않은 디자인의 날렵한 모습을 갖고 있다.

문화가 곧 도시와 국가의 경쟁력을 위한 핵심으로 자리잡은 21세기에 접어들어서 콘서트 홀은 더욱 각광받는 시설이다. 최근 10여 년 동안 유럽에 지어진 콘서트 홀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은 지난 2005년에 포르투갈 제2의 도시인 포르투에 지어진 ‘포르투 콘서트 홀’이다. 불과 5년여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 건물은 이미 유럽을 대표하는 음악시설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포르투는 2001년에 네덜란드의 로테르담과 함께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되었다. 이를 계기로 다양한 문화관련 시설과 프로그램이 기획되었는데, 콘서트 홀 역시 그 중의 하나다.
현재 활동하는 세계 최고의 건축가 중 한 명인 렘 콜하스가 디자인한 포르투 콘서트 홀은 장식을 최대한 억제한 백색 콘크리트와 유리 커튼월로 구성된다. 겉에서 보면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화려한 모습과 장식을 지닌 콘서트 홀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투 콘서트 홀이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다양한 면 구성 때문이다. 사각형의 거대한 박스에서 시작해서 조각 칼로 사방을 날카롭게 절개한 듯한 모습의 외관은 이 건물을 하나의 거대한 조각품처럼 보이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독특한 면 구성을 통하여 렘 콜하스는 이 건물이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다른 모습을 갖도록 디자인했다. 또한 매우 육중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날렵하고 가볍게 땅 위에 얹혀진 듯한 느낌을 준다.
포르투 콘서트 홀이 완공되었을 때 영국과 미국의 유력 언론에서는 21세기형 콘서트 홀의 상징이라고 극찬했고 렘 콜하스가 전 세계에 디자인한 수많은 작품 중에서 최고라고 평가했다.
포르투는 포르투갈의 기원인 도시로 수도인 리스본보다는 역사가 깊다. 포르투 시내로 들어가는 초입에 위치한 포르투 콘서트 홀은 21세기 유럽문화수도인 포르투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첨병임에 틀림없다.

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런던정경대학 튜터)
          archtocity@chol.com

저서 : <공간사옥>(공저, 2003)
         <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상상/하다, 채움의 문화>(공저, 2006)
         <유럽건축 뒤집어보기>(2007)
         <유럽의 발견>(2009 발간 예정)

활동 : 현재 디자인과 강의를 하며
         도시계획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조선일보, SKY-HD와 다큐멘타리를 제작했고
         KBS, SBS의 디자인 프로그램 자문을 맡고 있다.

ⓒ 코리안위클리(http://www.koweekly.co.u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