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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건립된 브란덴부르크 개선문은 수평성을 강조하여 차분한 이미지를 드러낸 전형적 신고전주의 건축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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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브란덴부르크 개선문’앞선 21회에서 설명한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개선문>과 파리의 <에투알 개선문>처럼 유럽 대부분의 개선문은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서 건립되었다. 그러므로 여러 개의 혹은 큰 개선문을 가진 것은 평화와 거리가 멀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보편적인 의미와 다르게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서 건립한 개선문이 있다. 바로 1791년에 베를린에 들어선 <브란덴부르크 개선문>이다.
건축가 칼 랑간스가 디자인한 브란덴부르크 개선문은 냉전 시대에는 동독과 서독을 경계 짓는 지점이었으나, 현재는 동서독 통합의 상징이 되었다. 높이 26미터, 폭 65.5미터, 깊이 11미터로 콘스탄티누스 개선문(폭 25,7미터) 및 에투알 개선문(폭 45미터)과 비교해서 폭이 훨씬 넓은 것이 특징이다.
에투알 개선문이 샹젤리제 거리에 우뚝 솟아서 강한 수직성을 드러냄으로써 승전의 의미를 부여한 반면에, 평화를 기원하는 브란덴부르크 개선문은 수평성을 강조하여 차분한 이미지를 드러낸다. 더불어서 양쪽 편의 회랑은 마치 브란덴부르크 개선문이 양팔을 활짝 벌리고 광장을 감싸는 듯한 모습이다.
독일에서는 그리스, 로마 시대의 고전건축을 새롭게 재해석한 신고전주의가 크게 번성했다. 따라서 브란덴부르크 개선문 역시 그리스 건축을 재해석한 전형적인 신고전주의 건축물이다. 특히, 브란덴부르크 개선문의 전체적인 형태는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프로필라이온에서 차용했다. 앞뒤로 각각 여섯 개씩 사용된 도릭 양식 기둥은 부드러우면서 웅장한 느낌을 연출한다.
브란덴부르크 개선문은 로마와 파리는 물론이고 여타 유럽 도시의 개선문과 비교해서 매우 간결한 모습이나 웅장함과 상징성은 뒤지지 않는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이지만 이후 끊임없는 반성과 사과를 통해서 평화의 파수꾼으로 자리매김했다. 수도 베를린의 한 가운데 자리한 브란덴부르크 개선문은 이제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물이다.
세계로 향한 창 파리 ‘신 개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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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식 없는 백색 대리석으로 건립된 신 개선문은 거대하지만 결코 화려하지 않은 상징성을 통해 세계로 향한 새로운 시작을 상징한다. |
유럽에서 대부분의 개선문은 근대 이전에 지어졌다. 물론 근대 이후에도 몇 개의 개선문이 지어졌지만 전쟁의 승리를 기념한다기 보다는 특별한 상징성을 표현하는 오브제로써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고전적인 개선문을 능가할 정도로 세계적인 주목을 끈 개선문이 현대에 들어서 등장했다. 바로 파리의 <신 개선문>이다.
‘세계로 향한 창’이라는 별칭을 지닌 신 개선문은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하면서, 파리를 새롭게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려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야심찬 계획의 일환으로 1989년에 완공되었다.
덴마크 건축가 요한 오토 폰 슈프레켈슨이 디자인한 파리 신 개선문은 루브르 궁전-콩코드 광장-샹젤리제 거리를 거쳐서 에투알 개선문을 잇는 파리 상징 거리의 일직선상에 놓여 있다. 이곳은 파리의 금융 신도시인 라 데팡스 지역의 끝 지점이기도 하다.
아무런 장식을 사용하지 않은 채 백색 대리석으로 건립된 신 개선문은 높이 110미터, 폭 108미터에 달하며, 가운데의 빈 공간은 높이 90미터, 폭 70미터에 이른다. 폭은 샹젤리제 거리 폭으로써 샹젤리제 거리가 그대로 연장되었음을 암시한다. 그런가 하면 개선문의 중앙에는 마치 한 덩어리의 구름이 떠 있는 듯한 텐트 구조물을 달아 매어서 육중하고, 경직된 모습의 신 개선문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미테랑 대통령은 파리 신 개선문이 새로운 시대를 열고, 인류의 영광을 위한 개선문이라 강조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신 개선문은 파리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거리의 끝에 위치한다. 그러나 신 개선문은 거대하지만 결코 화려하지 않고, 채우기 보다는 한껏 비워져 있다. 이러한 상징성을 통하여 신 개선문은 샹젤리제 거리의 끝이며, 동시에 세계로 향한 새로운 시작을 상징한다.
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런던정경대학 튜터)
archtocity@chol.com저서 : <공간사옥>(공저, 2003)
<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상상/하다, 채움의 문화>(공저, 2006)
<유럽건축 뒤집어보기>(2007)
<유럽의 발견>(2010 발간 예정)
활동 : 현재 디자인과 강의를 하며
도시계획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조선일보, SKY-HD와 다큐멘타리를 제작했고
KBS, SBS의 디자인 프로그램 자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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