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런던 시내 한복판인 트라팔가 광장에서는 카메라를 든 2천여명이 모여 동시에 플래시를 터뜨리는 이색 집회가 벌어졌다. 이날 행사는 아무런 범죄 정황이나 용의점이 없더라도 경찰이 행인을 불러세운 뒤 수색할 수 있도록 하는 영국 대테러법 조항을 규탄하기 위해 열렸다. 영국에서는 현재 카메라로 상징적인 건물이나 공공건물 등을 촬영하면 경찰이 불심검문을 할 수 있게 돼 있어 논란이 돼 왔다. 실제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런던 등 주요 도심과 공항 등에서 3만6천명이 불심검문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런던 시내에서는 경찰이 관광객의 사진 촬영을 제한해 승강이를 벌이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영국의 대테러법은 이와함께 경찰과 군인들을 촬영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집회 소식을 듣고 몰려나온 아마추어와 전문 촬영가들은 “경찰이 아무런 용의점이 없어도 카메라를 든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검문할 수 있으며 심지어 체포할 수도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집회를 주도한 프리랜서 사진작가인 마크 발리(41)는 집회에서 “의심스런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단지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의 불심검문을 당한다”면서 “공공장소에서 사진을 찍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여기에 모였다”고 말했다. 앞서 유럽인권법원은 지난 12일 “특별한 증거나 의심스러운 정황이 없어도 경찰이 불심검문을 할 수 있도록 한 영국의 대테러법은 부적절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테러 위협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며 불심검문의 정당성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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