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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26 성범죄 예방, 사회 공동체 의식 회복에서 시작하자
코리안위클리  2010/04/14, 02:41:14   
▲ 성범죄는 처벌을 강화하거나 전자 발찌를 채우는 것만으로는 절대로 해결될 수 없다. 올바르게 양육하고 적절한 정신적 치료 개입만이 이러한 상황 반복을 막을 수 있다.
김길태 사건을 본 영국 소아 청소년 정신과 의사의 입장

필자가 세미나참석차 한국을 방문하고 있을때 마침 ‘김길태’라는 이름이 모든 신문 방송 지상을 요란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옆집의 여중생을 납치해서 성폭행하고 살해한 범죄 이야기인데 대부분의 기사들이 ‘거짓말 탐지기’가 어떻니 수사관이 어떻게 자백을 받아냈니 등 마치 옆집 내부를 방 문구멍을 통해서 들여다 보는 수준의 흥미거리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그중 어떤 매체도 아동을 성학대하고 유괴살인한 범인이 어떠한 인생 경로를 통해서 그런 엄청난 범행을 저질렀는 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지 거의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필자의 눈에 들어온 범인의 인생 중에 관심가는 부분은 어렸을때 친부모에게서 버려져 길가던 한 행인이 데려다가 키운 그래서 이름도 ‘길에서 태어났다’고 ‘길태’라고 지었다는 점이다. 청소년기에는 경범죄로 소년원을 들락거리고 점점 사회 부적응자로 변해 갔다는 것이 필자가 기억하는 배경 스토리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드는 한가지 의문점은 이 범인이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진실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냐는 것이다. 카운셀러나 정신과 의사, 학교 선생님 중에 정말로 이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을 들어준 사람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통계적으로 보면 입양되거나 위탁된 아동에게서 정서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10배 이상 더 높다고 한다.
필자는 영국에서 이러한 위탁 아동 청소년을 살펴보는 것이 하루 일과중 상당 부분이지만 한국에서는 불행하게도 이러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대부분의 가정은 영세하고 비싼 진료비를 지불할 여력이 없고 국가에서도 누가 입양을 하든 아동이 고아원을 가든 옆집에서 거두어 가든 별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영국의 경우에는 부모가 없는 아동의 경우는 국가에서 부모 노릇을 해서 입양되기 전까지 모든 점에서 책임지기 때문에 사회사업가가 온갖 자질 구레한 일을 맡아서 하고 있다. 물론 그 아동을 병원에 데려 오는 것도 담당 사회 사업가의 몫이다.

‘김길태’ 사건에서 소년이었던 그에게 도와주고
알려주고자 하는 시도가 얼마나 있었던가 하는 점을
한 번 되묻고 싶다. 범죄자인 그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나약한 아동, 청소년들을 품어주고 돌봐주는
공동체 의식이 결여된 상태로는 어떠한 사회적인 처벌을 준비하더라도
제2, 제 3의 김길태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영국을 본받자는 것이 아니라 한국도 이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온갖 흉악한 범죄를 보면 대부분이 불행한 가정에서 자라고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에 노출되어 사회에 해를 끼치게 되는 경로를 밟는 것이 거의 공식처럼 되어 있다.
처벌을 강화하거나 전자 발찌를 채우는 것만으로는 절대로 해결될 수가 없고 무엇인가 그들이 정서적으로 더 망가지기 전에 올바른 양육과 적절한 치료개입을 제공해야만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현대사회는 고전적 의미에서의 가족구성이 붕괴되는 시기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이모 등과 같이 어울려 사는 대가족제도가 더이상 이어지지 않고 또한 여성들의 경제력 향상으로 남편 없이 아이들과 사는 가정도 늘어나고 있다.
거기에 더불어 가치관의 변화와 가족의 의미가 달라짐에 따라서 아동들이 옛날에는 당연히 받아왔던 관심과 훈육들이 점점 받을 기회가 줄어든다. 과거에는 부모가 질병이 생기거나 사고가 나서 아동들이 돌봄을 받을 수 없게 되면 이웃에서 즉 커뮤니티에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돌봐주는 미덕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미덕은 개별화된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사치’가 되고 말았다.
부모들에게서 학대당하거나 버림받은 아이들은 예상한 대로 인생을 살면서 여러가지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많다. 많은 위탁 가정과 입양 아동들은 과격한 행동이나 부적응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나 정체성이 확립되는 시기인 청소년기에서는 정서적으로 방황하고 일탈 행동으로 자주 이어지므로 더욱 더 도움이 필요한 시기다.
요즘 영국에서는 생모와의 연결을 처음부터 당연시하는 전제하에 입양을 추진하고 아동이 적절한 나이가 되었을 때 본인이 원한다면 만남을 주선하기도 한다. 위탁을 하게 되면 주말이나 월 1회 정도 부모의 상태에 따라서 만남을 가지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아동들은 부모에게서 배반감을 느끼고 정서적인 문제를 겪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계속적인 접촉을 중요시 하는 이유는 어차피 인생을 살면서 견뎌나가야 할 문제이므로 스스로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선 ‘김길태’ 사건에서 소년이었던 그에게 얼마나 이런 부분을 도와 주고 알려주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던가 하는 점을 필자는 한 번 되묻고 싶다. 범죄자인 그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나약한(vulnerable) 아동, 청소년들을 품어주고 돌봐주는 공동체 의식이 결여된 상태로는 어떠한 사회적인 처벌을 준비하더라도 제2, 제 3의 김길태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필자는 지금까지 10년 넘게 영국에 살지만 한국에 매년 갈 때마다 비슷한 사건이 생기는 것은 이미 충분히 경험한 사실이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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