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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28 정신과 진단의 맹점
코리안위클리  2010/05/12, 05:01:10   
▲ 가정폭력과 부모사랑 부족으로 비뚤어진 청소년은 행동장애나 반항장애로 진단받을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매체 넘쳐나는 자료 편견 버리고 전문가 조언 따라야

영국에서 소아 청소년 정신과 의사로 일을 하면서 가장 흔히 부딪히는 문제가 ‘언어 문제’다. 교민으로 사는 분은 다들 익숙하겠지만 설사 같은 단어로 번역되는 한국말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문화권에서 아주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신과 의사로서 사용하는 ‘진단 용어’가 사회사업가나 심리 치료사 혹은 일반 보호자, 선생님들이 사용하는 단어와 같다 하더라도 각각 다른 의미로 전달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를 들 수 있다. 원래 이 진단은 정신과에서 천재지변에 노출된 사람이 악몽을 동반한 수면장애와 적극적으로 비슷한 상황을 회피하는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임상질환에 적용하는 것인데 어떤 부모는 학교에서 아들이 옆의 학생에게 구타를 당하고 나서 학교가기를 싫어 한다고 PTSD가 생겼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경우는 얼핏 단어를 보면 해당하는 것 같지만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전혀 다른 방향의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즉 이 학생의 경우는 가정의 문제가 작용하여 학교에 가기 싫어 하는데 친구와의 다툼을 ‘큰 문제’ 인 것처럼 내세우기도 하고 자신의 부부 문제가 자식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모에게는 이러한 진단명이 아주 편리한 ‘핑계’로 작용할 수도 있다.
소아 정신과를 하면서 사회사업가와 자주 부딪히는 진단명 중에는 ‘애착장애’가 있다. 대개 어린 나이에 부모에게 제대로 보살핌을 못받거나 학대를 당한 아동에게서 청소년기에 주위 사람들과 대인관계를 잘 못하고 행동장애를 일으키는 경우가 나타나면 담당 사회사업가는 대개 그 아동들이 부모와의 애착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애착장애’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신과 진단이란 원인에 대해서 관심을 두는 체계가 아니고 ‘현상’에 기초를 두고 분류하는 시스템이다. 즉 비록 그 학생의 비행이 초기 부모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어서 생긴다 하더라고 아무나 보고 매달리는 등의 동반 증상이 보이지 않으면 ‘애착장애’가 아니고 ‘행동장애’로 분류된다.
다른 예를 들면 가정폭력에 오랫동안 노출되고 부모의 사랑을 못받아서 소위 ‘삐뚤어진’ 청소년이 학교에서 교사나 학생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욕설을 하고 부모나 학교의 지시에 전혀 따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애정결핍’ 이란 진단을 받는 것이 아니고(이런 진단명은 없다) ‘행동장애’나 ‘반항장애’(Oppositional Defiant Disorder)라고 진단받을 가능성이 많다.
이렇게 정신과 진단명은 현상학적으로 어떠한 증상을 나타내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어떠한 연유로 해서 이러한 어려움들이 나타나는지는 진단명에 크게 반영되지는 않는다. 다른 말로 하면 정신과 진단은 어떤 아동의 한가지 측면 즉 정신의학적 측면만을 나타내는 것이지 그 아동이 어떠한 가정에서 자라고 어떠한 마음상태에 있는지를 총체적으로 나타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물론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다축 (Multiaxial) 체계를 사용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주 이용되지는 않는다. 한가지 첨언할 것은 어떤 부모들은 내 애가 ‘ADHD’라고 강조하면서 면담을 시작하면서 끝날때까지 이것만 반복하는 분들이 있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왜 그 아동이 그렇게 정신 없이 돌아다니면서 집중을 못하는지 혹은 그러한 장애가 부모가 도와 주었더라면 그렇게까지 심하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한다는 점이다.
앞서 든 예를 보더라도 매일 술을 심하게 마시고 가족을 구타하는 아버지가 학교에 가서 아들이 학교에 안오는 이유가 ‘행동장애’라고 이야기 한다면 어쩌면 핵심을 한참 비껴 가는 이야기라고 생각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일반인들이 정신과 진단명을 인터넷이나 매체 등을 이용해 편견을 가지고 접근하고 자기 편리를 위해 사용한다면 향후 문제 해결에 도움으로 작용하기 보다는 걸림돌이 될 때가 많다. 요즘같은 정보의 홍수에서 더더욱 ‘진정한 전문가’가 드물어 지고 또 그만큼 절실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아마도 이런 것과 연관된 것이리라 본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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