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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33 세상 살기가 싫어요
코리안위클리  2010/07/21, 07:29:40   
청소년 자살·자해 시도 증가 … 내면 갈등해소·주변에 알리려는 극단적 행동

“세상 살기가 싫어요”
필자가 보는 많은 청소년들과 드물게는 7~8세의 아동들도 자주 하는 말이다. 정신과 의사로서 이런말을 들으면 신경이 곤두서지만 부모들이나 주위사람들에도 몹시 스트레스를 주는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곳 영국에서는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점점 ‘세상 살기가 싫다’ 아니면 ‘죽고 싶다’는 살벌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신과 의사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일반인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히 현대 사회는 더 풍요롭고 과거에 비해서 누리는 것이 많아졌다고 생각이 되는데 왜 개인들은 이렇게 더 힘들게 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누구는 인간들이 물질적으로는 풍족해졌지만 정신적으로 황폐해졌다고 하고 그것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지만 그것하고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 어떻게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는 지는 잘 모르겠다.
최근에 한국에서도 자살뿐 아니라 자해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특히 청소년 그룹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자살과 자해를 구분해야 되나 말아야 되냐는 오늘 지면에서 다룰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일단 자신의 몸을 공격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자살은 한번 하면 끝이지만 자해는 여러 번 반복해서 강박적으로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영국에서 청소년들의 자해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전에도 잠깐 언급한대로 대개의 경우에는 자신의 스트레스, 다른말로 하면 내면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혹은 주변에 알리기 위해서 취하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해되고 있다.
왜 청소년에서는 이런 자해나 자살이 많아지는 것인지, 다른말로 하면 왜 자신의 몸을 학대하고 공격하는 것인지 심리적인 측면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최근에 필자가 고생한 한 환자의 얘기부터 출발해 보면 17세 반의 여자 환자인데 어느날 갑자기 한꺼번에 약을 털어먹고 병원에 입원해 정신과 진단을 위해서 필자에게로 왔다.
이 환자는 일 년 전부터 부모가 아닌 친구의 부모와 살고 있는데 엄마는 멀리 떨어진 맨체스터에 있고 아빠는 약간 떨어진 런던에 있다.
엄마는 성격장애가 있고 아빠는 정신질환이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보살핌을 잘 받지 못했고 어렸을 때 사촌에게서 성학대를 당하고 2년 전에는 강간을 당한 불운한 과거를 가진 소녀다.
그 소녀가 필자를 보았을때는 ‘당신들이 나에게 해준 것이 무엇이 있나?’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당신이 듣기나 하겠느냐?’ 등 엄청난 분노를 폭발 시키고 있었고 자신의 귀에서는 ‘자기 부모, 친구 부모를 죽여라’ ‘자기 자신을 죽여라’는 환청이 들리고 있어서 너무 괴롭다고 호소를 한다.
자세히 질문을 해보니 이런 목소리가 환청임을 스스로 알고 있고 또 그러한 환청을 따라서 행동으로 옮긴 적은 없는 것으로 보아서 정신병 증세는 아닌 것으로 판단이 되었으나 환자는 계속해서 자신이 너무 괴로우니 입원을 시켜달라고 사정을 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이러한 소녀는 일단 입원하게 되면 아주 만성적인 정신병원 환자가 되고 입원을 하기 위해서 반복적으로 자해를 하므로 입원이 적절치 않을 것으로 판단되어 가정방문 치료를 권유하였는데 환자 뿐만 아니라 같이 살고 있는 친구 부모도 ‘총리에게 편지를 쓰겠다’거나 ‘내일 애가 죽어서 신문에 나와 봐야 정신을 차리겠냐’라는 등 길길이 날뛰고 공갈 협박을 한다.

“청소년 시기에는 자신의 몸이 성장하면서 부모를
닮아가게 될 때 여러가지 감정적인 문제가 생긴다.
질투, 경쟁심, 부러움 등 그중에서 그 부모를 싫어할 때
그것도 너무 증오하게 될 때는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것이
마치 그 부모를 공격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환자는 자기는 스스로의 감정을 숨기는데 선수이고 겉으로는 괜찮은 듯이 보여도 내면으로는 무너지고 있다면서 죽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고 있다고 비명을 지르면서 하소연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자신의 얼굴은 가끔 미소를 띄우기도 하는데 필자는 속으로 ‘아, 환자의 어머니가 이 환자가 어렸을 때 힘들어 했거나 아니면 아기였을 때 자지러지고 넘어가더라도 웃기만 하고 아기의 참된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하고 안아주지 않았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환자는 내가 정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심각하게 듣고 있어도 그것을 절대 믿지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에 어떻게 하면 이런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한참동안 고민을 했다.
어쨌든 절대로 입원은 안된다고 버틴 끝에 환자는 약간의 처방약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이틀 뒤에 환자가 또 약을 먹었다고 해서 필자가 또 면담을 하게 되었다.
환자는 몹시 슬픈 얼굴로 자기가 전날 밤 어머니 목소리가 갑자기 듣고 싶어서 전화를 했는데 어머니가 전화를 받고서는 이름을 이야기하자마자 바로 끊어 버려서 너무 괴로웠다는 것이다.
필자는 환자에게 자신을 매몰차게 버린 어머니에게 무척이나 화가 난 것은 알겠는데 왜 자신을 스스로 파괴하고 싶어졌는지를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자긴 때때로 화가 너무 심하게 나면 자신을 파괴하고 싶어지고 죽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고 이야기 한다.
물론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화가 자신으로 반전되어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화를 나타내는 것이기에 이해가 안되는 것이 아니면서도 이 환자의 경우에는 좀 더 무엇인가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자신이 스스로 어른이 되는 것, 다른 말로 하면 어머니와 점점 비슷한 존재 즉 여인이 되는 것에 대해서 엄청난 분노가 있었다는 것 말이다.
청소년 시기에는 이런 딜레마가 있다. 자신의 몸이 성장을 하게 될 때 즉 똑같은 성(性)을 가진 부모를 닮아 가게 될 때 여러가지 감정적인 문제가 생긴다. 질투, 경쟁심, 부러움 등 그중에서 그 부모를 싫어할 때 그것도 너무 증오하게 될 때는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것이 마치 그 부모를 공격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필자가 본 이 소녀는 커가는 것이 몹시나 두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왜냐하면 자신의 변하는 몸을 보면서 자기가 그토록 증오하는 어머니가 자신의 몸안에 있다고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즉 자신 스스로 어머니와의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자신을 즉 자신 몸속에 있는 어머니를 자꾸 해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에 주변에서 특히 부모가 이런 행동을 꾸짖고 비난하고 또 병원에 입원시킨다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이런 증오를 더욱 더 키우게 되고 자해 행동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어쨌거나 필자의 진료실에 같이 앉아서 참관을 했던 한 의과대학생의 말처럼 어린이나 청소년을 보는 것이 오히려 어른 보다 더 힘든 것 같다는 것이 공연한 말은 아닌 것 같다.
어차피 누구에게나 아동에서 청소년으로 또 청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어쩌면 이러한 성장은 평생동안 각자의 마음속에서 일어나야 할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말에도 ‘곱게 늙어라’ 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항상 자신을 돌보아 살펴보고 성숙하려고 애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경구처럼 여겨진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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