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아동, 놀이 통해 자신의 힘든 상황 표현 … 행동·말속 숨겨진 의미 찾아줘야토마스는 7살 된 남자 아이로 자기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문제로 필자를 찾아왔다. 토마스를 데리고 온 부모는 친부모가 아니고 얼마전에 입양을 결정한 부부였다.
4살 때까지 친부모와 살았던 토마스는 부모가 돌볼 능력이 전혀 없다고 판단한 구청에서 안전을 염려해 위탁가정에 의뢰한 전력이 있다. 위탁 가정에서 2년 정도 살면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여 구청에서 마지막으로 입양을 주선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입양부모는 토마스를 데리고 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에서 교우관계가 어렵다는 보고를 자주 받고 학교 행사나 놀이 시간에 다른 아동들에게 너무 치댄다며 주위에서 주의력 결핍 장애나 자폐 경항을 의심하여 필자에게 데려왔다.
진료실에 양부모와 함께 들어 온 토마스는 처음 만난 필자에게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양부모에게 기대 있다가 부모가 격려를 하니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점을 찍기도 하면서 점점 활발하게 놀이를 시작했다.
교우관계를 어떻게 하면 개선시킬 수 있을지 양부모와 의논을 하던 중에 토마스의 다소 과격한 놀이가 시작됐다.
토마스는 양손에 장난감 차를 쥐고 가운데는 있는 노란색 트럭을 무차별적으로 쥐어 박기 시작했다.
노란색 트럭이 거의 부숴지도록 심하게 부딪히는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옆에 앉아 있는 양아버지가 걱정스러운 안색으로 ‘도대체 왜 그렇게 놀고 있니’ 라고 물어보니 ‘그냥’ 이라고 대답했다.
필자가 노란색 트럭이 아프겠다고 너무 불쌍해보인다고 이야길 하니 토마스는 그 트럭이 너무 아는 체를 해서 벌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대답을 하면서 부딪히기 놀이를 계속했다. 이것은 마치 절대로 멈춰서는 안되는 행위이고 그것을 중단하면 너무나 불안해질 것 같은 강박적인 요소가 짙어보이는 놀이였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해부하듯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과정일 수도 있다”평가 세션을 마치고 참관을 했던 의과 대학생에게 토마스의 놀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한 명은 애들은 차를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는 다소 심심한 대답을 하였고 다른 학생은 토마스가 트럭이 아픈 것에 대해 상관하지 않는 것을 보니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자폐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필자는 혹시나 토마스가 놀이를 통해서 무엇인가 추구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했고 또한 그 놀이를 계속한다면 계속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필자는 토마스가 자신이 어른들 사이에 끼어서 많은 괴로움을 겪고 있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시하고 있고(마치 노란색 트럭같이) 자신의 놀이에서는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중간에 끼인 노란색 트럭(자신을 상징)을 양손의 자동차가 심하게 때리는 놀이를 함으로써 자신이 박해받는 상황을 벗어나려는 시도로 생각됐다.
실제로 양부모는 이제 막 토마스를 입양했는데 구청에서 도움도 주지 않고 아이도 적응을 잘 못하는 것 같아서 입양을 포기할까 고민하고 있고 그러한 조건에 대해서 구청과 상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은 마치 어른들 사이에서 핍박을 받고 있는 토마스가 장난감 차 중간에 끼인 노란색 트럭과 비슷했고 그 이유가 트럭이 너무 많이 아는 체를 해서 그렇다고 하니 공교롭게도 알아도 모르는 척을 해야만 하는 토마스의 처지와 너무나 비슷하지 않는가.
이런 얘기를 실습 의대생에게 하니 웃는다. 아이가 자동차를 부딪히는 놀이를 한 것하고 입양된 것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지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이다.
그런 학생들에게 문제 아동의 어떤 행동이나 말에서 숨겨진 의미를 찾아주려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정확하게 맞든 그렇지 않든 그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대답해 주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그 사람의 마음을 해부하듯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는 과정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이렇게 웃지만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자연과학으로서의 의학과 인문과학적 요소가 있는 정신과의 차이를 잘 나타내는 경우라고 생각된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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