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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인공포’라는 임상적 상태는 정신분열병이나 우울증 같은 주요 정신질환이 없는 상황에서 한 개인이 대인 관계에 곤란함을 겪는 경우에 진단을 내릴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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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 공포증, 한국 사람들에 많은 정신과 질환
적극적으로 행동 변화시키는 요법 가장 효과적 영어로는 Social Phobia라고 불리는 ‘대인 공포증’은 영국에서는 많이 쓰지 않는 용어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는 낯설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대중화 이유로는 몇몇 인기 베스트 셀러의 영향일 수도 있고 서양에서보다 한국 사람들에게 대인 공포증이 월등히 많기 때문이라고도 추측된다.
물론 정말로 대인 공포증의 유병율이 서양사람들에게서 낮은 것인지 아니면 문제를 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이러한 유병율의 변화가 생기는 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분분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경험에서 볼 때는 영국사회에서 ‘저 사람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얘기가 한국보다는 확실히 적게 들린다. 다른 말로 하면 개개인이 어떠한 방식으로 살아가든 주류의 사회속에서 그 사람들을 따라하는 것이든 아니면 일탈하는 것이든 별로 신경을 안쓴다는 것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저사람이 대인관계가 ‘원만하다’ 혹은 ‘까칠하다’ 등의 평가는 그 중요성이나 무게감이 한국 사회보다는 현저히 떨어지는 것 같다. 반면 한국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에게 잘 맞추면서 살아가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고 그렇지 못하면 마치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병자 취급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풍토 속에서 대인 공포증이란 병이 생기게 된다.
자발적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상황을 피하거나
자신이 여러사람 앞에 나서야 되는 경우가 있을 때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게 되고 자신의 실수나 두려움이
인지기능을 왜곡하여 자신의 대인관계 기능이 무척이나
결핍됐다고 느끼는 경우가 대인공포라고 볼수 있다.
정신과 질환 중에 대인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병은 무수히 많다. 아니 대부분의 정신과 문제는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대인공포’라는 임상적 상태는 정신분열병이나 우울증 같은 주요 정신질환이 없는 상황에서 한 개인이 대인 관계에 곤란함을 겪는 경우에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자발적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상황을 피하거나 자신이 여러사람 앞에 나서야 되는 경우가 있을 때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게 되고 자신의 실수나 두려움이 인지기능을 왜곡하여 자신의 대인관계 기능이 무척이나 결핍됐다고 느끼는 경우가 대인공포라고 볼수 있다.
잘 알려진 전구단계로는 ‘적면 공포’라는 것이 있는데 예를 들어서 학급에서 손을 들어 발표하거나 친구들 앞에서 책을 읽는 경우 자신의 얼굴이 지나치게 빨갛게 된다고 걱정하고 이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 때문에 더욱더 얼굴이 상기되고 가슴이 긴장으로 쿵쾅거리게 된다. 이것이 자꾸 되풀이 되면 자신의 심장소리가 마치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들릴 것 같고 무척이나 창피한 일로 느끼지게 되는 상태가 적면 공포단계다.
모든 공포증에는 그 공포증을 유지하게 하는 요소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회피 반응이다. 이 회피 반응은 자신의 안정을 지켜주는데 지대한 공로를 하지만 너무 과도하게 작용을 할때는 반대로 자신의 성장이나 회복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개 공포증이 있다고 하자. 영국에서는 개 공포가 있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길거리나 공원이 무척 많은 개들로 붐비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 공포가 있는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개들이 많이 가는 공원을 피하거나 개들이 오면 일부러 멀찍이 떨어져서 다니고 절대로 개를 만지거나 하지 않는다.
이러한 행동들은 혹시나 개에게 물리지는 않을까 불안해 하는 당사자들에게는 안심시켜 주는 역할을 하지만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개는 물 수도 있고 해서 위험하다’라는 생각을 강화시켜준다. 왜냐하면 스스로에게 ‘개를 멀리했기 때문에 안전해졌다’라는 생각을 굳히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인관계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나를 자꾸 이상하게 보는 것 같다’, ‘사람들 앞에서 난 잘 못한다’라는 등의 생각을 하게 되면 사람들을 피해 집에만 있게 되고 대인관계에 자신감이 점점 없어지고 사람들을 만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생각만 굳혀 가게 된다.
영국사회는 개개인이 어떠한 방식으로 살아가든
별로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대인공포증의 유병율이 낮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에게 잘 맞추면서 살아가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고
그렇지 못하면 마치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병자 취급하는 풍토가 있다.한국에서는 이러한 대인공포를 치료하는데 집단을 많이 이용한다. 자신의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스스로를 노출시켜 봄으로써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바꿔 보고자 하는 것이다. 개를 피하는 사람에게는 만져도 물지않는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그러한 믿음을 변화시키는 가에는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이론에서 유전요인들까지 여러가지 답을 달 수가 있겠다. 하지만 믿음을 변화시키는 방법 중 하나는 ‘실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 개들이 많이 노는 공원을 산책하고 개들도 만져 보고 이러한 행동이 꼭 위험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무조건 ‘해보라는 식’의 치료는 실패할 경우가 많다. 인지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상황에서 행동적 실천(노출요법)만 가지고는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식으로든 행동의 변화가 생각과 느낌을 변화시키는 것 만은 틀림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지저귀는 새를 보고 인생은 참 살만한 것이라고 세 번만 이야기 해 보라. 백발 백중 기분이 조금은 좋아짐을 느낄 것이다. 사실 우울증의 인지 행동 치료란 이런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현재에 기반을 둔 행동요법은 바로 이렇게 인간의 인지나 사고 관념까지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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