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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41 희비가 엇갈린 한 입양 자매의 인생
코리안위클리  2010/12/01, 04:37:22   
▲ 부모가 아동을 돌볼 능력이 없거나 해를 입힌다고 판단되면 해당 구청에서 국가를 대신해 아동의 양육권을 가져가 버린다. 갓 태어났거나 어린 경우에는 입양을 시도하게 된다.
2살 때 동생과 함께 입양 후 4년 후에도 양부모와 애착관계 실패
친부모의 무관심 탓 ‘애착성 반응 장애’ 보여

영국에서는 한국 보다 입양이 흔하다. 한국은 문화적으로 입양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과 자신의 피가 섞이지 않는 아이를 키우는 것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머리가 검은 짐승은 키우지 말라’는 속담도 어쩌면 이러한 문화를 보여주는 단면인지도 모른다.
영국에서는 입양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훨씬 덜하다. 입양한 부모나 입양된 아동들도 드러내 놓고 자기는 입양되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서 확실한 문화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영국에서도 입양을 하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입양기관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되고 확실하게 아동을 양육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특히 요즈음에는 입양 대상으로 분류되는 아동들에게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어쩌면 보통의 부모들보다도 양육에 대한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수적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갑자기 부모가 사망했거나 10대 소녀가 임신 후 출산해서 사회 이목 때문에 양육을 못할 경우 입양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아동 보호법’에 저촉되어 국가가 부모로부터 아동의 양육권을 뺏아아 입양대상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버지가 알콜중독으로 아내나 아동을 구타하고 어머니가 구타를 견디다 못해 도망치거나 아니면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경우 그 가정에 있는 아동들은 ‘보호 대상’으로 분류되어 Social Service의 주기적인 심사를 받게 된다. 심사결과 부모가 아동을 돌볼 능력이 없거나 해를 입힌다고 판단되면 해당 구청에서 국가를 대신해 아동의 양육권을 가져가 버린다. 이 경우 아동의 나이가 많으면 입양을 하지 못하고 위탁하거나 소규모 children’s home으로 보내지고 갓 태어났거나 어린 경우에는 입양을 시도하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갓 태어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두 살이나 두세 살 된 아동의 경우에는 이미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가정폭력과 부적절한 양육환경에 노출되어 있어서 많은 ‘외상(trauma)’를 경험하게 되고 그 결과로 새로운 대상과의 관계를 맺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가 얼마전에 만난 P도 이와 같은 경우였다. 지금은 6살인 P는 2살때에 4개월된 동생과 입양됐는데 입양 부모를 너무 힘들게 하여 부모가 입양을 포기할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 P는 입양 당시부터 동생과는 무척이나 다른 양상을 보였는데 동생은 입양된지 오래되지 않아 잘 적응하고 새 부모랑 잘 지내는데 비해 P는 심각한 부적응 양상을 드러냈다고 한다.
음식 욕심을 너무 부려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고 다른 사람이 음식을 먹는 것을 보면 끝까지 쳐다 봐서 부모가 무안할 정도라고 한다.
유치원에 가서도 어른만 보이면 그 사람 무릎에 가서 앉고 처음부터 너무나 친근감을 보여서 얼핏보면 귀여운 애 같지만 자세히 보면 정상적인 아동이 보이는 경계감이 없어서 선생님들이 많이 걱정했다고 한다. 지금도 이러한 양상은 계속 되며 조금만 부모가 행동을 제지하거나 부탁을 안들어 주면 너무 심하게 울고 심지어는 몇시간씩 우는 것이 예사라고 한다.

한국 - 입양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과 남의 자식 키우는 것 터부시
영국 - 입양 사실 드러내 놓고 밝히는 등 사회적 거부감 덜해

필자가 걱정한 것은 P와 상담할 때 어머니가 방을 나가는 데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예상할 수 있는 것은 P가 이 어머니와 4년 가까이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 둘 사이의 심각한 장애가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관계 양상이 자신의 양 어머니 뿐만 아니라 학교 선생님이나 주변 어른들에게까지 적용되어서 P한테는 자신이 헤어지게 되면 불안하게 느낄 만한 애착 대상이 없어서 누구하고도 의미있는 대인관계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필자하고 처음 만나는 중에서도 P는 너무나도 친숙하게 필자랑 놀이를 하다가 갑자스런 어머니의 한마디에 울음을 터트리며 도무지 달래지지가 않았다. 바로 이러한 관계 양상의 특징들이 ‘애착성 반응장애’에서 보이는 것과 일치한다.
‘애착성 반응 장애’는 어린 시절 자신의 애착 대상과의 관계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경우에만 발생하는 것이라 P가 왜 입양이 되어야만 했는지를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구청에 전화를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P는 양쪽 부모가 다 마약 중독자에다가 엄마가 정신 지체가 있었던 상황이었다. 아마 P는 태어나서도 자신의 얼굴을 보며 웃어주는 엄마를 경험해 본 적이 없었으리라. 거기다가 자신이 힘들어서 울음을 터트릴 때도 부모가 마약에 찌들어서 제대로 달래주고 안아준 경험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6살이 되어서 이러한 행동 장애를 보일 리가 없다.
안타까운 것은 양부모가 2살 때 입양을 했는데도 이러한 관계 패턴에 별로 호전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가지 이유는 양 어머니가 P에게 전혀 호감을 느끼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P의 남동생을 입양하기 위해서 할 수 없이 데리고 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어머니는 처음부터 P가 못마땅 했고 자신에게 애착을 보이지 않는 P 보다는 그 동생에게 훨씬 애정이 갔었다. 결과적으로 P는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고 생후 가장 중요한 2년 동안 애착을 형성하기 못하고 그것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도 제대로 갖지 못하고 말았다.
어떻게 이러한 사실을 이 양어머니에게 설명하고 P와의 관계 회복을 도와 줄 수 있을까? 일선에서 일을 해 본 치료사라면 얼마나 이 상황이 어렵고 미묘한지 충분히 알고 있으리라.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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