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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42 엄마 아빠에겐 얘기하지 마세요!
코리안위클리  2010/12/15, 04:04:51   
▲ 자신에 대한 어떤 얘기도 부모에게 알리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는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생기게 되는데 청소년 진료에 있어서 무엇보다 필요한 가정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소년 정신과 진료시 가정 도움 가장 필요
한국, 환자 보호하고 도움 줄 수 있는 기관 부재 심각

얼마전 병원으로 16살 여학생인 나탈리가 찾아 왔었다. 근처에 있는 GP가 환자를 보자 마자 그날 당장 병원으로 팩스를 넣었을 만큼 위중하다고 생각된 환자였다.
주된 문제는 자살충동과 우울감이었는데 팩스를 읽어 보니 GP가 걱정할 만큼 환자가 ‘죽고 싶다, 계획을 가지고 있다’ 등 자신의 자살 사고에 대해서 별로 숨기지 않고 솔직한 심정을 말한 것 같았다. 하지만 필자가 그 의뢰서를 읽어 보니 자살 사고가 있더라도 당장 실행에 옮길 것이라는 증거는 없고 이전의 자살 경험도 없는 환자라서 그날 당장 볼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래서 그 다음주에 환자를 보게 되었는데 여러가지 문진 결과 별다른 어려움 없이 우울증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여학생이 자신에 대한 어떤 얘기도 부모에게 알리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이었다. 이 경우는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생기게 되는데 임상가로서 가장 어려운 것은 청소년 진료에 있어서 무엇보다 필요한 가정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살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을 부모가 모르는 상황에서 진료를 계속하는 경우에 생길 수 있는 부담감이 여러가지 점에서 치료자를 힘들게 한다. 이런 경우에 얼마만큼 환자의 비밀 유지 요청에 동의해야 되는 가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밀 유지’는 환자의 당연한 권리지만 이러한 ‘비밀’이
환자의 치료를 방해할 때는 환자와 협의하에
가족들에게 알리는 것이 도움될 때도 있다”

보통은 나이가 문제가 되는데 일반적으로 16세 이상이라고 하면 당연히 부모에게 알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할 권리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16세 이하라 하더라도 자신의 결정이 스스로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것인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되면 부모에게 알리지 않아도 되고 다른 얘기로는 이 경우에 환자의 요청을 거부했을 때 의사가 그 청소년에게서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
이것은 대법원의 유명한 판례에 따른 것으로써 14세 소녀가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을 때 담당 GP가 그 부모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부모가 GP를 고소했는데 담당 판사가 무죄를 선고한 바가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의 안전이 염려된다고 판단되면 환자가 요청한다 하더라고 부모나 주변에 알리는 것은 적절한 조치로 인정되고 있다.
나탈리가 우울해진 이유는 과거에 자신이 자주 놀러가던 농원에서 자주 어울려 놀던 오빠가 자살을 했는데 그 이후에 자신도 자꾸 죽고 싶고 죄책감이 든다는 것이다.
필자가 질문을 해보니 그 오빠와 육체적인 관계나 이런 것은 아니었지만 자주 만나면서 정이 들었고 더 중요한 것은 그 농장 주인 할아버지에게 자신이 성적으로 폭행당할 뻔 했을 때 그 오빠가 나탈리를 지켜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은 그 오빠를 지켜 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꾸 우울감이 든다는 내용이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필자는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 할아버지가 어린 여자아이를 성희롱 했다면 이는 반드시 리포트 해야 될 상황이기 때문에. 하지만 이런 필자의 권유에 나탈리는 그 할아버지가 자신의 집안과 아주 가까운 사람이라면서 이러한 사실을 알리는 것에 대해서 몹시 두려워 했다.
또 하나의 사건은 나탈리 어머니가 몰래 방에 들어가서 딸이 감춰뒀던 칼과 필자의 편지 등을 발견하고 노발대발해서 GP에 전화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진전이 되면 더 이상 비밀을 유지해서 상황이 나아질 리가 없었다. 가족들 모두 필자를 찾아왔고 나탈리가 강간당할 뻔한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는 거의 기절하다시피했다.
그러나 부모로부터 알게된 놀라운 사실은 그 오빠의 자살이유가 그 농장에 있는 다른 여자를 강간하려다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부모는 나탈리가 충격을 받을까봐 아직 이야기를 하지 못했지만 나탈리가 아직 전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자꾸 집착하는 것 같아서 할 수 없이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아마도 독자들이 이제 깨달은 것은 얼마나 이 가족에게 ‘비밀’이 많았는가 하는 것이리라. 지금까지는 이러한 비밀이 가족들 관계를 잘 유지시켜주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너무나 곪고 썩어 들어가서 가족 구성원들의 영혼을 갉아 먹고 있는 것이었다.

“환자에게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변에서 도움이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기관 반드시 있어야”

이런 ‘비밀’이 치료자와 환자 사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물론 ‘비밀 유지’는 환자의 당연한 권리지만 이러한 ‘비밀’이 환자의 치료를 방해할 때는 환자와 협의하에 가족들에게 알리는 것이 도움될 때도 있다.
다만 이러한 위험한 상황들이 발생했을 때 주변에서 도움이나 안전을 지켜주는 기관이 없을 때는 환자나 치료자들은 망망대해를 돗단배처럼 헤메게 될 것이다.
한가지 예로 치료사가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구타당하는 아동이나 청소년을 만나게 되었을 때 그러한 ‘학대’를 보고하고 심한 경우 ‘형사 처벌’을 담당할 기관이 없다면 치료사나 환자나 그냥 두 손 놓고 그런 상황을 방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일을 하다보면 치료사들이 이러한 ‘학대’를 발견하고도 주변에 보고할 방법이 없고 보고를 하더라고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는것에 대해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고 심한 경우 아예 그 직업을 그만 두기도 한다. 어쩌면 ‘비밀 유지’가 문제가 되기 보다는 그러한 비밀을 알릴 곳이 없다는 것이 한국의 문제는 아닐까?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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