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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47 선생님이랑 아빠랑 똑같아요!
코리안위클리  2011/03/02, 04:34:03   
▲ 사람은 자신에게 일어났던 충격적인 경험 또는 상처가 되는 경험들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어렸을때 학대 받은 사람들이 커서도 학대를 경험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도 충분히 알려진 사실이다.
마음 속 상처는 잊혀지기 보다 늘 반복 … 진정한 내면의 변화가 가장 중요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곳에서 일하게 되면 점점 더 겸손해진다. 왜냐하면 내가 보는 진실이 다른 사람이 보는 진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때로는 아니 거의 항상 내가 보여주는 것 그리고 이야기해 주는 것이 환자들이 보는 것과 다를 때가 많다는 것은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사실이다.
과거에 필자가 주치의를 담당했던 정신과 병동의 한 환자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서 당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솔직하게 밝히고 아버지와의 관계를 잊고 새출발 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심각한 식이 장애가 있던 이 환자는 어찌나 식사 거부가 심한지 속옷에 설사약을 감춰 두고 몰래 먹는 것은 예사였고 식단치료 계획표를 짜 놓으면 그대로 따르는 법이 없었다. 한달 이상 이 환자와 씨름하던 필자는 환자가 애처롭게 보이기도 하고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불타서 그랬는지 어쨌든 치료에 협조하지 않는 환자가 그렇게 밉게 보일 수 없었다.
지금이야 경험을 통해 이런 환자를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머리 속에 진행방법이 훤하게 있지만 그때는 책을 찾아가며 치료하던 그야말로 원시적인 상황이었던지라 이리저리 치고 박고 하면서 익히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필자가 너무나 절망감에 휩싸여 환자와 면담을 하면서 도대체 왜 그렇게 선생님의 진심을 몰라 주는지 하소연을 했다. 그랬더니 환자가 하는 말이 ‘선생님이 저에게 잘해 주시려는 것은 알겠는데 왠지 자꾸 저를 조절하고 명령하는 듯해서 선생님 말 듣기가 싫어진다’는 것이다. 바꿔서 말하면 유치원 때부터 자기를 따라다니면서 잔소리하고 때로는 매질도 하는 아버지와 뭐가 틀리냐는 얘기로 들렸다. 그때의 절망감이란 마치 나의 손발이 쇠사슬로 꽁꽁 묶여 있는 것보다 더 한 것 같았다.

"선생님이 저에게 잘해주시려는 것은 알겠는데
왠지 유치원 때부터 자기를 따라 다니며 잔소리하고 매질도 하는
아버지처럼 저를 조절하고 명령하는 듯해서 말 듣기가 싫어요"

이처럼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상처는 잊혀지는 것 보다는 더욱 강하게 마음 속에 각인되고 또 그러한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 상처가 생기는 상황을 늘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프로이드가 꿈의 이론에서 밝힌 꿈의 기능 중 하나가 ‘소망 충족(wish fulfilment)’라고 했는데 이 이론에 반하는 현상이 ‘전쟁 신경증’이었다. 전쟁에서 혹독한 상처를 입고 후방으로 이송된 병사들이 자신의 절단된 다리가 다시 완치되어 다리가 생겨난다는 소망을 충족시키는 꿈을 꾸기 보다는 전선에서 포탄이 퍼붓고 동료들이 죽어나가고 자신도 다치는 ‘악몽’을 반복해서 꾼다는 것이 프로이드에게는 자신의 꿈 이론에 도전하는 새로운 현상이었다.
이 반복하는 악몽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프로이드는 ‘완수 (master)’ 이론을 제의했다. 프로이드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이 형성되기 이전에 그 마음을 스스로 지키는 차원에서 정신 세계의 보호막을 뚫은 외상(trauma)에 대해서는 그것을 반복하여 경험함으로서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즉 꿈을 통해서 그 병사가 자신이 다쳤던 상황을 재경험 함으로서 그 충격적인 경험을 자신이 견딜 만한 상황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되풀이 되는 악몽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 자신에게 일어났던 충격적인 경험 또는 상처가 되는 경험들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과학적인 조사에서도 입증된다. 일전에 이야기 했던 PTSD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진단되는 중요한 증상 중 하나가 반복되는 악몽이었고 또 어렸을때 학대 받은 사람들이 커서도 학대를 경험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도 충분히 알려진 사실이다.
치료를 할 때 항상 장애로 작용하는 것이 이 반복하려는 경향이다. 인간은 늘 새로운 것을 찾기 보다는 반복된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예를 들어서 우리가 언어를 배울 때도 어떤 특별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말이 어떤 것인지를 지각함으로써 일정한 약속이 있음을 깨닫게 되고 이것이 언어의 형태로서 표현된다. 만약에 인간이 새로운 것에 관심이 더 많다면 언어를 배울 때 다른 엑센트나 발음, 목소리 등에만 신경을 쓰게 되어 ‘배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그 다음 단계의 배움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차이점만을 발견하기도 한다)

상처가 되는 경험이 아물 수 있도록 주변 어른들이 관심과
사랑을 쏟아 주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청소년들이
그 관심과 사랑을 그대로 받아주기를 기대한다면 그것은 비현실적이다.

이렇듯 공통된 분모를 찾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면 그리고 프로이드의 말대로 ‘외상의 경험을 극복’하기 위해서 외상이 일어났던 상황을 재현하려는 것이 인간 마음의 작용이라면 필자의 환자가 왜 필자에게서 자기의 아버지와 다르게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고 인권을 존중해 주려는 필자의 진심을 보기 보다는 식단을 처방하고 면회를 제한하는 필자의 모습에서 자기의 아버지와 닮은 이미지를 자꾸 찾으려 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학교 선생님이나 청소년 카운셀링을 하는 분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쟤는 안되요. 제가 아무리 잘해주려고 해도 자꾸 빗나가기만 해요’라면서 자신들의 진심을 받아 주지 않는 청소년에 대해서 하소연 할 때가 많다. 혹은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따뜻한 말과 행동에 마음을 열고 더 이상 사고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필자가 자주 보게 되는 결과는 그 청소년들이 선생님들의 진정한 마음을 받아 들이고 뉘우치거나 좋아지기 보다는 ‘선생님도 다 똑같아요’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물론 주변에 있는 어른들이 이전의 상처가 되는 경험이 아물 수 있도록 관심과 사랑을 쏟아 주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청소년들이 그 관심과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받아 주기를 기대한다면 그것 또한 비현실적인 기대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이 아마도 필자가 진정한 내면의 변화를 제일 중요한 것으로 믿는 이유인 것 같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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