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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49 청소년기 우울증 성장과정으로 인식해야
코리안위클리  2011/03/30, 03:49:39   
부모의 무리한 치료 요구 좋지 않아 … 스스로 털고 일어나도록 도움 줘야

우울증이 병일까? 정신과 의사가 이러한 질문을 한다는 것은 마치 이익을 남겨야 하는 사업가가 ‘돈을 벌어야 할까?’라고 묻는 것처럼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선에서 우울증에 의문점을 던지는 학교, 부모, 학생과 논쟁을 벌이면서 때론 설득을 위해서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마치 종교처럼 믿어야 하는 한 줄의 ‘선언’과도 같은 것이 우울증이 병이라는 사실이다.
영국에서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를 하는 것은 결코 녹록한 것이 아니다. 의료가 공공 사업(Public service)인 영국에서는 위로는 정부가 아래로는 국민들Public member로부터 밀려 오는 압박과 요구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동시에 의료인으로서의 전문가 자세를 놓아서는 안된다.
컨설턴트는 한국 공무원 직급으로 본다면 거의 사무관 급이고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는 국가의료시스템(NHS)의 근간을 이루는 고급 인력이다. 단순히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때론 윤리적인 때론 정치적인 면에서 복잡한 행정 기능을 수행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런 긴 서두를 더 이상 늘어 놓지 말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필자가 근무하는 기관에 ‘우울증’ 의심을 받고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 찾아 오는 10대들이 하루에도 몇 십 명이 넘는다. 똑같은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아도 그 내막은 모두 다르다. 어떤 소년은 아버지의 자살이 우울증의 촉매가 된 경우도 있고 또 다른 소녀는 유산한 뒤에 약물 중독증이 있는 부모와 싸우고 가출한 뒤 우울해지게 됐다.
이렇듯 우울해진 이유는 모두 달라도 목적은 다 똑같다. 바로 우울한 것이 ‘치료’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우울이 심하든 심하지 않든 10대 청소년 중에는 자신의 우울이 치료 되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의사 앞에 앉아 있을 때는 그들의 부모가 됐든 학교 선생님이 됐든 또한 사회사업가가 됐든 누군가는 그들의 우울이 개선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클리닉에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한 학생이 학교가기 싫어하는 데 부모가 억지로 보내려고 하자 ‘죽고 싶다’고 말한 것이 시발점이 되어 부모가 걱정 끝에 병원에 데리고 왔다고 하자. 이 경우에 학생본인은 전혀 우울증이 없다고 주장하는 데 부모는 학교에 안가려는 이유가 우울증이 있어서 그러니까 약을 처방해 달라고 한다. 의사가 학생 당사자는 우울증이 없고 학업이 어려워서 그냥 학교가기를 힘들어 한다고 설명해도 부모는 듣지 않는다. 반드시 학교에 안가는 이유가 있고 그것이 ‘병’ 때문이라고 믿는다.
물론 그런 병명은 또 있다. 예를 들어서 등교 거부증(School refusal) 이라는 병이 미국 정신과 협회에서 인정한 병명이다. 그렇다면 Pathological Demand Avoidance Syndrome 이라는 병명은 어떨까? 병적으로 말을 안듣는 아동을 일컫는 이렇게 복잡한 병명들이 자꾸 생기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한편으론 쓴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맞다 틀리다를 떠나서 인간의 행동을 자꾸만 병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려는 경향이 못마땅해서다.
정말로 우울증이 있는 10대들도 있겠지만
그냥 우울해져 있는 십대들도 있을 것이다.
우울이 있다면 그것을 느끼게 하고 그 기분을
박차고 일어나도록 돌봐주는 주위의 도움이
치료 보다 더 절실하게 필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이전에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면 우리는 병명을 찾기 보다는 아이가 배우지 못한 결과를 자신 스스로 책임지고 겪도록 했었다. 그래서 성공한 재벌가도 있고 또 계속 힘들게 살다가 인생을 마친 사람도 있다. 즉 아동이라도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 책임지게 하려는 정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요즘 세상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따라하지 않으면 어떤 ‘병’이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그 병을 ‘치료’하려고만 한다.
우울증도 마찬가지다. 정말로 우울증이 있는 10대들도 있겠지만 그냥 우울해져 있는 십대들도 있을 것이다. 10대란 어떤 시기인가. 항상 젊음과 희망으로 충만된 시기라기 보다는 불안과 절망으로 힘들어 하는 시기 이기도 하다. 우울이 있다면 그것을 느끼게 하고 그 기분을 박차고 일어나도록 돌봐주는 주위의 도움이 치료 보다 더 절실하게 필요할 수도 있다.
우울해 보이는 청소년이 있으면 우울증이 있으므로 ‘항 우울제’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믿는 학교나 학부형이 있다면 다른 사람의 우울을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없애려고 하는 이기적인 발상일 수도 있다. 내 딸이 우울해 있는 것이 지금 나의 인생의 유일한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고 그것만 없어지면 모든 것이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 같은 것이 일종의 엄청난 유혹이다. 나와 남편의 문제보다 나 자신의 우울증 보다 내 딸의 우울증이 날 화나고 미치게 하는 것이라고 믿고 딸과 그 주치의를 못살게 하는 엄마들도 있다. 보건복지부나 국회에 진정서를 쓰고 병원에 와서 삿대질을 하고 매일 전화해서 협박하는 보호자는 아마 전 세계 어디가도 있을 것이다.
이런 풍토에서 한가지 정부의 태도에 충고하고 싶은 것은 Public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과대 망상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현 영국 정부는 환자에게 엄청난 힘을 주고 있는 것처럼 과대 포장을 하고 있다. 이렇게 컴플레인을 할 수 있고 저렇게 요구할 수 있고 마치 환자들이 자신들이 주인처럼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믿도록 하고 있다. 물론 대다수의 환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거나 이런 슬로건과 전혀 관계 없이 마치 짐짝 처럼 대접받는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것과는 반대로 자신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환자나 보호자들도 있다.
때론 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냥 ‘크는 것’이라고 봐줄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다. ‘과하면 모자란만 못하다’는 옛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물론 우울증이란 병은 있겠지만 우울하다고 모두 우울증은 아니다. 먼저 자기 스스로 우울증이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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