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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은 명실공히 프랑스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국민 건축가이다. <케 브랑리 박물관>은 특별한 방향이나 관람동선을 강요 받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전시품을 감상할 수 있어 지루하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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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2008년에 수상한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은 명실공히 프랑스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국민 건축가이다. 그가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을 때, 명성에 비해서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전 세계에 200여 개가 넘는 작품을 디자인했으니 당연한 평가임에 틀림없다. 2004년에 한남동에 완공된 <리움 현대미술관> 역시 장 누벨의 작품으로써 한국에서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장 누벨은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예상을 깨는 형태와 공간을 선보인다. 이에 대해서 그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건물도 그 자체의 정체성이 있기에 같은 건물은 존재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2006년에 파리에 완공된 <케 브랑리 박물관>은 이와 같은 그의 생각을 잘 드러낸다. <케 브랑리 박물관>은 제3세계 문명,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비유럽권인 미국,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의 문화유산을 전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경가 질 끌레망, 식물학자 파블릭 블랑과의 협력을 통해 완성되었다.
<케 브랑리 박물관>은 본관, 테라스, 행정동, 미디어테크로 구성된다. 전시공간인 본관이 원형 기둥 위에 얹혀 있고, 그 아래에는 200여 그루의 나무와 15,000여 종의 각종 음지식물로 정원과 산책로가 조성되었다. 거대한 크기의 박물관이 대지를 압도하지 않으면서 숲 속에 살포시 놓여진 것이다. 전시장으로 가는 길은 무려 180미터에 달하는 완만한 경사로로써 외부에서 한껏 풍기는 강렬한 원시적 감성은 내부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한 바퀴 돌아온 경사로가 끝날 즈음 나타난 입구는 어두 컴컴한 동굴을 연상시킨다. 입구에서부터 어렴풋이 눈에 들어오는 구불구불한 황토 빛의 나지막한 벽은 원시 동굴을 연상시킨다.
각각의 전시는 주제별로 구획했다기 보다는 벽면을 따라서 길게 늘어서 있다. 걷다가 힘들면 벽면에서 튀어나온 의자에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마치 바위에 몸을 기대는 것처럼. 관람객은 특별한 방향이나 관람동선을 강요 받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전시품을 선택하여 감상할 수 있다. 이로 인하여 보편적인 박물관에서 느끼는 지루함은 찾아볼 수 없다. 세계 문명의 기원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산책로. 이 얼마나 멋진 발상이던가.
투박하면서 우아한 장 누벨의 가구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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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하면서 투박한 검은색의 비엔나 소파(오른쪽)는 정형화된 형태에서 조금씩 탈피한 각도를 활용하여 매우 역동적인 형태를 표현했다.사진 왼쪽은 사무용 소파. |
장 누벨은 계절에 관계없이 항상 검은색 옷을 입는다. 인터뷰에 따르면 여름에 휴가를 보낼 때만 종종 흰색 옷을 입는다고 한다. 이와 같은 장 누벨의 검은 색에 대한 관심은 가구 디자인을 통해서 극명하게 표현되었다. 이미 20세기 후반부터 독특한 가구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초창기 그의 대표작은 1989년에 디자인한 사무용 소파이다. 전체가 검은 색으로 이루어진 소파는 간결하면서 우아한 곡선으로 이루어졌다. 마치 건물에서 새로운 구조를 실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구에서도 동일한 시도를 했다. 따라서 이 소파의 경우 한 눈에 보편적인 소파의 형태와 구조에서 탈피했음을 알 수 있다. 재료와 구조 등의 특성을 투박할 정도로 고스란히 드러낸 디자인은 그의 건축과 동일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장 누벨의 독특한 가구 디자인은 바로 이번 달에 오스트리아 위트만 사를 통해서 새롭게 등장한 ‘비엔나 소파’를 통해서 다시 한번 선보였다. 비엔나 소파는 그의 건축은 물론이고, 앞서 소개한 사무용 소파와 마찬가지로 단순하면서 투박한 검은색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정형화된 형태에서 조금씩 탈피한 각도를 활용하여 매우 역동적인 형태를 표현했다. 흥미로운 점은 비엔나 소파의 경우 모듈 시스템을 이용하여 공간에 따라서 다양하고 효과적인 구성을 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 마치 커다란 돌덩어리 몇 개를 가지런하게 늘어놓은 듯한 모습은 <케 브랑리 박물관>에서 느끼는 원시적 감성과 유사하다. 장 누벨의 건축과 디자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사랑 받는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본질을 탐구하는 그만의 일관된 의지 때문이다.
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도시사회학자)
archtocity@chol.com저서 : <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유럽건축 뒤집어보기>(2007)
<유럽의 발견>(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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