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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주재원 글짜크기  | 
미디어플레이어 7 종교의 길, 언론의 길
코리안위클리  2011/05/11, 04:57:46   
▲ 영국의 BBC는 지난 2009년 5월, 종교 및 윤리 담당 편집장으로 아랍계이자 이슬람교도인 Aaqil Ahmed를 선임했다. 기독교 전통이 강한 영국에서 종교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슬람교도가 BBC의 종교 프로그램 수장이 된 것은 매우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BBC 종교 담당 편집장 이슬람교도 선임 논란
지상파 방송은 모든 정치, 종교, 경제 권력에서 자유로워야

지난 2008년 7월, SBS가 방영했던 종교 다큐멘터리 ‘신의 길, 인간의 길’은 한국 사회에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그 동안 금기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특정 종교에 대한 비판적/역사적 고찰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 및 법정 소송을 당했고, SBS를 비롯한 방송사들은 특정 종교가 가진 교리와 다른 내용이라고 해서 방송을 제한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비단 이 사건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한국 언론에서 종교적 이슈는 기자들이나 PD들 사이에서도 기피대상 중 하나로 손꼽힐만큼 민감한 것이 사실이다.

영국의 BBC는 지난 2009년 5월, 종교 및 윤리 담당 편집장으로 아랍계이자 이슬람교도인 Aaqil Ahmed를 선임했다. BBC에서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이 종교 관련 프로그램 편집장이 된 사례는 2001년 무신론자였던 Alan Bookbinder가 있었지만, 기독교 전통이 강한 영국에서 종교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슬람교도가 BBC의 종교 프로그램 수장이 된 것은 매우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영국에서 종교 관련 이슈는 언제나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슬람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상당수 영국인들이 논리적 판단보다는
기독교 편에 서서 논쟁에 참여한다.


영국 성공회를 비롯한 영국 내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곧바로 항의의 뜻을 BBC에 전달했으며, 일반 시민들로부터도 BBC를 비난하는 수많은 편지 및 이메일이 배달되었다.
영국 성공회의 실질적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 Dr Rowan Williams는 BBC 사장인 Mark Thompson과의 면담을 통해 “향후 영국 사회에서 기독교인들의 목소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고, 영국 대주교회의 일원인 Christina Rees 역시 “영국 국민 대다수가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향후 BBC의 종교 관련 프로그램에서 영국 주류의 정체성은 소외될 것”이라고 BBC의 결정을 비판했다.

그러나 BBC의 입장은 확고했다. BBC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Aaqil이 선임된 것은 그가 가장 우수한 후보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BBC와 Channel 4 등의 지상파 방송을 통해 ‘Christianity: A History’, ‘The Qur’an’, 그리고 영국 방송협회(BAFTA)가 수여하는 최고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선정된 ‘Saving Africa’s Witch Children’ 등과 같은 역사에 남을만한 작품들을 제작해 왔다. BBC는 영국의 취업 관련법에 경험과 적합성을 기준으로 우수한 인재를 뽑았을 뿐이며, 종교적 신념은 전혀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BBC는 방송 편성 규정에 의거 매년 일정 시간 이상의 종교 관련 프로그램을 방영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BBC의 전체 방송 시간은 2배 이상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1988년 총 177시간이었던 종교 관련 프로그램이 2008년에는 155시간으로 오히려 줄어든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종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줄어드는 것을 반증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과는 다르게 종교 관련 이슈는 언제나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일간지 The Telegraph는 2009년 7월 20일자 기사를 통해 “영국에서 매주 예배에 참석하는 기독교인은 전체 인구의 5%에 불과하지만, 종교 관련, 특히 영국 내 이슬람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상당수 영국인들이 논리적 판단보다는 기독교 편에 서서 논쟁에 참여한다. 영국 내에서는 여전히 많은 종교적 소수자들이 일상에서 차별적 시선을 경험한다”고 밝혔으며, 실제로 2009년 오프콤(Ofcom) 보고서에 의하면 인종적 소수자들과 종교적 소수자들일수록 영국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말 영국 성공회가 BBC로부터 “BBC는 여전히 영국 내 주류인 기독교인 시청자들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며, 이러한 방침은 프로그램 편성에 충분히 반영될 것이다”라는 약속을 받은 후 한동안 잠잠했던 논쟁은 2010년 2월, 영국교회 연합회의 전야제에 열린 토론회에서 Aaqil Ahmed가 “공영방송의 프로그램 편성에 있어서 모든 종교는 동등한 취급을 받아야 하며, 기독교라고 해서 더 많은 배려를 베푸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다”라고 밝힘으로써 다시 재점화되었다.

“공영방송의 프로그램 편성에 있어서 모든 종교는
동등한 취급을 받아야 하며, 기독교라고 해서
더 많은 배려를 베푸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신이 주류 종교에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더 많은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이기적이고 단순한 발상이며,우리는 좀 더 고차원적인 논의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러한 생각은 공영방송의 이념에 완전히 어긋나는 것이다. 우리는 기독교계의 다양한 요구들을 경청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이미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고 주장하면서, 영국 기독교계가 요구하는 사항을 무조건 받아들일 수는 없음을 강조했다.

영국에서는 7/7 런던 테러 이후 무슬림들에 대한 반감이 극대화 되었다. 파키스탄이나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등과 같은 이슬람 국가에서 들어오는 이민자들에 대한 심사가 매우 엄격해졌으며, 2006년에는 무슬림 학생이 이슬람 전통 복장인 질밥(Gilbob, 혹은 히잡(hijab)이라고도 함)을 착용했다는 이유로 등교를 거부한 공립학교의 결정이 합법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BBC가 아랍계이자 이슬람교도인 Aaqil Ahmed를 종교 관련 프로그램 편집장으로 임명한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용기가 필요한 결정이었다. BBC 역시 그의 인사를 놓고 많은 내부적 갈등을 경험했을 것이며, 그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짐작은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BC 결정을 지탱해 준 요인은 ‘인종, 성별, 종교적 신념이 고용의 평등성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라고 하는 가장 기본적인 영국고용평등법 조항이었다.

18세기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나는 당신의 견해에 반대한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견해를 지킬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다”라는 인상적인 격언을 남겼다. 이는 자신과 다른 생각이 제거와 억압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관용의 정신이며, 민주주의의 정신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나와 다른 성별, 인종, 장애, 종교를 가진 사람과 그 집단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가? 그리고 이러한 관대함이 보편적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는 언론에는 얼마나 적용되며, 또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가? BBC의 사례를 통해 다시 한 번 진지한 고민을 해 보게 된다.

글쓴이 주 재 원
         (LSE,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
          mediakorea@hotmail.com

약력 : - 부산·포항 극동방송/CBS 영화·문화관련 프로그램 진행 
         - 중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출강 
         - 언론중재위원회·방송진흥위원회·한국콘텐츠진흥원·방송협회 영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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