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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52 사립진료와 NHS 진료의 차이점
코리안위클리  2011/05/18, 21:44:51   
▲ 환자들은 막연히 사립진료가 NHS 보다 낫고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의사를 선택하고 자신의 의견을 좀 더 피력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기 때문에 사립진료를 선호한다.
어쭙잖은 사립진료보다 공적기능 강한 NHS 진료가 더 믿을만해

NHS(National Health Service)에서 현직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사립진료와의 차이를 이야기 하는 것이 왠지 낯간지럽게 느껴지지만 언젠가는 한번쯤 해야 겠다고 생각해온 터에 갈수록 이런 질문하는 환자들이 많아져 적어본다.
사실 필자가 NHS에서 진료하면서 환자나 보호자들이 사립진료(private practice)로 봐줄 수 없느냐 혹은 사립진료 하는 좋은 의사를 소개해 달라는 요구를 가끔 받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난처해진다. 왜냐하면 필자가 일하는 병원의 지침이 함부로 이런 질문에 대답해 주지 말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잘못하면 환자가 나중에 자신이 원하던 방향으로 진행이 안되는 경우에 소개해 준 의사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NHS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경우에는 사립진료를 한답시고 NHS진료를 등한시 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지역에서 사립진료를 하거나 아니면 같은 날에 사립진료를 하는 것에 대한 규제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하다. 예를 들어 돈이 없는 부모가 애를 데리고 진료를 받고 싶은데 컨설턴트가 돈을 직접 주는 부모에게는 더 잘해주고 NHS 진료를 데리고 오는 경우에 불친절하거나 성의 없이 진료하는 경우 부모의 좌절과 분노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만약 이런 것이 밝혀진다면 당장 의사면허가 위험해 지고 그 의사의 도덕성이 의심받기 때문에 모든 NHS 의사들이 사립진료에 대해서는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왜 환자들이 사립진료를 선호하는지는 사람마다 틀린 것 같다. 한 시간진료에 몇백 파운드씩을 내고 사립진료를 받는 것이 엄청난 금전적 손해인 것 같지만 어떤 사람은 당연히 사립진료가 NHS 진료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도 보건소가 있지만 생활 보호 대상자가 아니면 거의 모두가 대학병원 진료를 선호하는 것과도 비슷한 이유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립진료를 할 때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자신의 입맛에 따라서 의사를 선택하고 자신의 의견을 좀 더 피력할 수 있다는 느낌을 많이 가지는 것 같다. 물론 NHS에서도 환자의 선택권을 늘리고 환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 여러가지 제도 보완을 하고 있지만 거의 탁상행정 수준이고 아무래도 공무원 조직이다 보니 반응도 느리고 여러가지 규제도 많다.

일대일로 처리하는 사립진료가 더 편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상태에 따라서는 효과면에서 별로 나은 것도 없고
오히려 환자가 악화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필자가 얼마전 진료한 아동도 사립진료에서 ODD(Oppositional Defiant Disorder)진단을 받아 왔다. 이 병은 병적으로 어른 말을 안듣고 반항을 심하게 하는 아동에게 붙이는 진단인데 예상과 다르지 않게 여러가지 오진이 될 소지가 많은 병명이다. 그런데 이 소녀는 이 병명으로 진단을 받고 약까지 복용을 하고 있다가 부모가 돈이 떨어져서 NHS병원으로 와서 약을 달라고 요구했다.
부모에게 왜 사립진료를 받았냐고 물어보니 NHS에서는 오래 기다리고 여러 사람을 거쳐서 전문가를 만나는 것이 싫어서 그랬다고 한다. 그말도 틀린 것이 아닌 것이 필자를 NHS에서 만나기 위해서 6개월 길면 1년 가까이 이사람 저사람 만났고 어떤 방법을 써도 효과가 없는 것이 확인된 다음에야 비로소 필자에게 의뢰를 해 주어서 만날 수 있었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보았다.
결국 필자가 만나보니 지금까지 부모가 고생한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전문가가 미리 보았으면 훨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을텐데 이렇게 인위적으로 진료체계를 만들어서 헛된 노력을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회의도 들었다. 아마 그 부모가 경제력이 있었다면 당장 사립진료를 받으러 가서 진단도 받아오고 약도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인데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싶었다. 물론 그 정도는 훨씬(?) 덜 하겠지만.
소아 청소년 진료에서 사립진료의 특징은 부모의 입김이 NHS진료보다는 훨씬 세다는 것에 있다고 하겠다. 부모가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으로서 은연중에 의사 결정에 많이 관여하려 하고 또 진료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서 도 당연히 피드백 받기를 원한다.
그에 비해서 NHS 진료에서는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이 정부이다 보니 공적인 기능이 훨씬 강하다. 특히 영국에서는 어린아이라도 부모와는 다른 인격체로 대하다 보니 부모의 요구나 기대보다 아동 자신의 복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아동이 말을 안듣는다고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아동이 진료 도중에 아빠가 말을 안들으면 자신을 때린다는 말을 하면 당장 경찰 부르고 구청에 전화하고 부모가 원하는 것과는 엄청나게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필자가 경험한 것도 부모가 학교 선생님이었는데 아동이 이런 말을 하자마자 학교에서 출근 정지 당하고 앞으로의 생계가 막막해진 경우도 있었다. 어떤 때는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제도가 생겨난 이유가 약자인 아동을 국가가 지켜 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동 입장에서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맥락에서 부모가 자꾸 약을 요구하거나 진료거부를 하는 경우에는 사립진료에서는 처방을 비교적 빠르게 받을 수도 있고 또 진료를 안받으러 오면 현실적으로 더 쫓아다닐 방법은 없겠지만 NHS 진료에서는 학교나 다른 공적기관에 연락하여 혹시나 아동에게 불이익이 없을까 만전을 기하려고 노력을 한다. 그런 입장에서 본다면 일대일로 처리하는 사립진료가 부모들이나 환자에게 더 편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상태에 따라서는 사립진료를 따라가는 것이 효과면에서 별로 나은 것도 없고 오히려 환자가 악화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런던시내 모두 알만한 곳(?)에서 아주 비싸게 진료비를 받는 곳인데도 진료는 정말로 형편없이 하는 의사도 있고 환자나 부모들은 전혀 모르는 체 맹목적으로 내부장식이 좋은 진료실에서 비싼 옷을 입고 있는 의사들이 대단한 의사라고 믿고 있는 경우도 보았다. 결과적으로는 어쭙잖은 사립진료보다는 NHS진료가 그래도 믿을만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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