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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디자인과 통하다 18 기하학적 디자인의 대가, 렘 쿨하스
코리안위클리  2011/05/25, 11:57:28   
▲ 21세기에 지어진 최고의 콘서트 홀 중 하나로 평가받는 <포르투 콘서트 홀>은 사각형의 거대한 박스에서 시작해서 조각칼로 사방을 날카롭게 절개한 듯한 모습의 외관으로 이 건물을 하나의 기하학적 조각 작품처럼 보이도록 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가장 폭넓게 인기를 누린 건축가를 꼽는다면 아마도 렘 쿨하스일 듯 싶다. 상식을 넘어선 독특한 디자인은 물론이고, 기존의 도시건축 논리를 뒤집는 선언적 발언을 통해서 언제나 미디어의 관심을 받았다. 독특한 사무실 운영 방식으로 젊은 건축인들이 가장 많이 추종하는 건축가임에 틀림없다.
렘 쿨하스 건축의 특징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측면 중의 하나는 독특한 기하학적 형태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21세기에 지어진 최고의 콘서트 홀 중 하나로 평가받는 2001년에 완공된 <포르투 콘서트 홀>은 이러한 특징을 잘 드러낸다. 장식을 최대한 억제한 백색 콘크리트와 유리 커튼월로 이루어진 이 건물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화려한 외관과 장식을 지닌 문화시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투 콘서트 홀>은 다양한 면 구성을 통해서 단조로움을 극복한다. 사각형의 거대한 박스에서 시작해서 조각칼로 사방을 날카롭게 절개한 듯한 모습의 외관은 이 건물을 하나의 기하학적 조각 작품처럼 보이도록 한다. 이를 통해서 이 건물은 모든 방향에서 다른 모습으로 관찰되고, 매우 육중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땅 위에 얹혀진 듯한 느낌을 준다.
 ▲  <시애틀 중앙도서관>은 마치 종이접기해서 형태를 구성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 <시애틀 중앙도서관>은 마치 종이접기해서 형태를 구성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비슷한 개념이지만 조금 더 파격적인 디자인은 2004년에 완공된 <시애틀 중앙도서관>에서 느낄 수 있다. 철과 유리를 사용하면서 혁신적 구조를 활용하여 투명한 모습의 건물을 디자인했고, 보편적인 층의 개념을 없앰으로써 공공건물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 건물은 <포르투 콘서트 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마치 종기 접기를 통해서 형태를 구성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도서관이 본래의 기능과 더불어서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는 렘 쿨하스의 생각을 담은 <시애틀 중앙도서관>은 미래형 도서관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이힐에 접목된 렘 쿨하스의 디자인

 
본 연재에서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다양한 제품을 소개했다. 소개한 작품들을 기능에 따라서 구분하면 가구와 주방용품이 많다. 이는 실제로 가구와 주방용품이 건축가가 가진 개념을 접목하기 용이할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을 통해서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의 상식을 파괴하는 디자인을 지향하는 렘 쿨하스는 그 답게(?) 전혀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바로 여성용 신발을 디자인한 것이다. 그것도 단순히 몇 개의 신발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고, 영국의 유명 신발 디자이너인 칼라하드 클라크와 손잡고 2001년에 독립 브랜드인 ‘유나이트 누드(United Nude)’를 론칭했다. 그들이 주장한 것은 건축물과 같은 입체적이고, 형이상학적 디자인을 접목한 신발이다. 따라서 매 시기마다 독특한 주제를 정하고 그에 따라서 일련의 여성용 신발을 선보이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19종이 소개되었다.
먼저 초기 디자인 중 하나인 검은색 가죽으로 만든 하이힐의 경우 우아한 곡선의 발판을 기하학적 형태의 구조로 받친 듯한 모습의 디자인이다. 이 디자인의 경우 한 눈에 건물의 독특한 구조체를 연상시키는가 하면, 다른 한 편으로 건물의 외관을 축소한 듯한 모습처럼 보인다. 매우 높은 하이힐이지만 안정감 있는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가 하면 로 레스(Lo Res)로 불리는 하이힐의 경우 보다 파격적인 모습으로, 렘 쿨하스의 건축 개념을 접목했다. 전체적인 구두의 형태를 삼각형의 기하학적 구성을 통해서 완성했는데, 이는 앞서 소개한 <포르투 콘서트 홀>과 <시애틀 중앙도서관>에서 렘 쿨하스가 사용한 형태 구성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하이힐 디자인을 통해서 그가 가진 건축적 개념을 설명한 것으로까지 보인다. 원색의 다양한 색으로 출시된 로 레스 하이힐은 마치 하나의 조각품을 신고 다니는 것과 다름 없다. 여기서 한 가지 강조해야 할 점은 이러한 독특한 디자인의 구두가 편안함에 있어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파격적이지만 매우 합리적으로 기능하는 렘 쿨하스의 건물처럼.


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도시사회학자)
          archtocity@chol.com

저서 : <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유럽건축 뒤집어보기>(2007)
         <유럽의 발견>(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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