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분리 독립할 지 모른다는 우려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최근 버킹엄궁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만나 스코틀랜드 의회 선거 결과가 군주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영국의 분열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고 현지 언론들이 30일 보도했다. 왕실은 내각에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추진 과정과 그 결과에 따른 영향 등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여왕은 특히 304년간 이어져온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통합이 깨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왕의 시름이 깊어진 것은 지난 5일 실시된 스코틀랜드 의회 선거에서 독립을 주장해온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다수당에 오르면서 부터다. SNP는 지난 2007년 총선에서 노동당을 제치고 제1당에 올라 소수당 정부를 끌어왔으나 의석이 전체 129석 가운데 46석에 불과해 노동당, 보수당, 자유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국민투표 법안을 처리하지 못해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SNP는 129석 가운데 69석을 차지해 단독으로 법안처리가 가능해진 것.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1603년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 1세가 세상을 떠난 뒤 후손이 없자 인척인 제임스 6세 스코틀랜드 왕이 잉글랜드 왕(제임스 1세)에 오르면서 통합 과정을 밟았다. 이후 1702년 제임스 2세의 차녀가 여왕으로 즉위하면서 스코틀랜드는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이라는 하나의 의회와 정부 아래 잉글랜드에 완전히 합쳐졌다. 그러나 앵글로 색슨족에 밀려 스코틀랜드 지역으로 쫓겨간 켈트족이 주류인 스코틀랜드인들은 잉글랜드에 대한 반감이 강하게 남아있으며 현재 국방, 재정, 외교, 이민 등의 분야를 제외하고 광범위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그동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등의 자치권 확대에 못마땅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여왕은 1977년 노동당 정부가 스코틀랜드 자치권 확대를 제안하자 의원들에게 “본인은 (잉글랜드가 아니라) 영국(United Kingdom)의 여왕에 즉위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는 말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었다. 잉글랜드에 대한 스코틀랜드인들의 민족적 반감에도 불구하고 노동당, 보수당, 자유민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민투표가 ‘찬성’으로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선거에서 SNP가 다수당에 오르긴 했지만 이는 노동당과 보수당에 대한 반발 심리 때문이지 독립에 대한 압도적 지지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독립에 관한 국민투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정, 산업 등의 분야로까지 자치권을 확대하는 선에서 중앙 정부와 정치적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