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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54 자신의 믿음을 한번쯤 의심해 보자
코리안위클리  2011/06/15, 13:35:22   
▲ ‘아동의 훈육은 체벌로 가능하다’는 부모의 믿음은 어떠한 이성적인 자료나 객관적인 증거에서 보다는 자신의 과거나 현재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어’로서 작용을 한다.
사람과 만나는 일은 다른 사람의 믿음 체계에 영향을 주는 것

사람에겐 누구나 자신들의 생각이 있고 믿는 이론이 있다. 아주 어린 품안의 아기는 자기가 얼마든지 엄마를 조절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청소년 시기에는 뭐든지 다 안다고 생각하고 장년기가 되어서는 자신의 인생경험에 비추어 충분히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어쩌면 인간의 성장이란 것은 자신의 믿음이 주변의 영향으로 좀 더 현실에 바탕을 두고 스스로에게 도움주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믿음에 좀 더 귀기울이고 자신의 믿음에 대해서 한번쯤 의심해 보는 태도로 변화하는 것도 성장이나 성숙의 증거로 볼 수 있다.
사람과 만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매일같이 자신과 다른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믿음 체계에 영향을 주는 일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세일즈를 하고 있는 사람은 자기가 아직 차를 바꾸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믿음에 영향을 주어 그 생각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 직업이고 학교 선생님도 학생들이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있을 때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된다는 믿음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하는 일 중의 하나이다.
필자가 하는 일도 어쩌면 환자나 보호자를 만나서 그들의 ‘믿음’을 듣고 나의 ‘의견’을 전달해서 그 믿음에 영향을 주는 일이다. 그런데 세월이 지날수록 이런 일이 참으로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의 전달 능력이 부족해서도 그렇겠지만 필자를 만나러 오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이미 진료를 받기 전에 거의 ‘믿음’에 가까운 의견을 가지고 온다. 그 정도가 심할수록 진료가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인데 문제는 보통 문제가 심각할수록 이러한 믿음의 고착 정도가 더 심각하다는 데 있다.
한번은 문제 행동을 많이 일으키는 소아를 진료한 적이 있는데 그 아동은 부모가 무슨 얘기만 하면 무조건 ‘No’라고 하고 반항만 일삼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진료 도중에 그 아동은 부모가 말을 안듣는다고 때린다고 이야기하고 종아리에 멍든 것을 보여 준다. 그것을 본 부모는 아들이 얼마나 말을 안듣고 오히려 엄마를 때리려고 해서 교육차원에서 체벌을 했다고 강변했다. 물론 필자는 규칙대로 구청에 연락하고 아동 보호 미팅에 부모가 참석하는 쪽으로 유도했는데 그 부모가 어찌나 필자를 미워하는지 말도 하지 않으려 해서 도무지 진료를 할 수가 없었다.

치료자나 의사는 환자나 보호자가 가져오는 믿음에
귀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터무니 없는 맹신이든 아니든
치료자 자신의 믿음을 설파하거나 강요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들어 주는 것이 환자들이 마음을 열고
앞에 앉아 있는 치료자나 의사의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부모의 주장은 아이가 말을 안들으면 부모가 때려서라도 가르치는 것은 당연한데 왜 엉뚱하게 구청에 전화하고 쓸데 없는 미팅을 주선해서 자기들을 겁주느냐는 것이었다. 필자는 아동이 반항장애(Oppositional Disorder)나 행동장애(Conduct Disorder)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있으나 혹시 가족내의 다른 원인으로도 문제 행동을 보일 수 있으니 섣불리 진단할 수는 없고 또 체벌하는 것은 나중에 이 아동이 더 심한 공격행동을 보일수 있는 가능성을 높혀준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그런데 그 부모는 자신은 어렸을 때 그렇게 컸고 지금은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왜 자기는 자기 자식에게 그렇게 하면 안되냐고 주장했다.
필자가 판단할 때 그 부모는 과거에 자신이 강요받은 믿음을 이제는 자기 자식에게 강제로 요구하고 미화할 뿐 바꿀 준비는 전혀 안돼 있었다. 이런 경우 믿음의 ‘충돌’이 생긴다. 하지만 이 부모의 믿음이 바뀌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 부모는 자신이 아이에게 쉽게 매를 드는 경향이 있고 또한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반항하는 아이의 모습에 때론 겁을 집어 먹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에게 강압적으로 강요하고 걸핏하면 매를 들고 구타한 적도 많고 자신의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날이면 모든 식구가 겁을 먹고 숨어야 했다는 아픈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 괴로울 수도 있다. 실제로 그 어머니는 지금 남편도 술을 많이 먹고 걸핏하면 가정폭력을 일삼는 문제로 아들의 공격행동 중 많은 부분이 영향을 받고 있었지만 전혀 그러한 사실을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어머니가 처음 가져온 믿음 즉 ‘아동의 훈육은 체벌로 가능하다’는 어떠한 이성적인 자료나 객관적인 증거에서 보다는 자신의 과거나 현재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어’로서 작용을 한다.
치료자나 의사는 처음에 이러한 환자나 보호자가 가져오는 믿음에 귀기울이는 것이 아주 중요한다. 그것이 터무니 없는 맹신이든 아니든 치료자 자신의 믿음을 설파하거나 강요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들어 주는 것이 어쩌면 환자들이 마음을 열고 앞에 앉아 있는 치료자나 의사의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그것이 어쩌면 그 부모나 환자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누구’를 경험시켜 줄 수도 있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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