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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디자인과 통하다 20 해체주의 건축의 대가 다니엘 리베스킨드
코리안위클리  2011/06/22, 05:12:53   
▲ <유대 박물관>은 전체 건물의 형태에서 언뜻 보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수많은 선들의 불규칙한 교차로 이루어졌다. 이 선들은 베를린의 지도를 펴놓은 상태에서 과거에 추방당하고 암살당한 희생자들의 주소인 리가, 로쯔 등으로의 방향을 암시한다.
폴란드 태상의 미국 건축가인 다니엘 리베스킨드(D. Libeskind)는 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새롭게 건립될 <프리덤 타워>의 당선자로서 21세기 들어서 건축은 물론이고 정치적, 사회적으로 가장 집중적인 조명을 받은 건축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리베스킨드는 이미 그 전부터 기존의 구조 및 건축 조형 원리에서 파격적으로 탈피한 해체주의를 토대로 하여 그만의 독특한 건축 세계를 구축했다. 지난 2001년에 베를린에 디자인한 <유대 박물관(Jewish Museum)>은 그의 건축 철학을 드러내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리베스킨드의 부모님이 유대인 대학살의 생존자인 홀로코스트라는 점이다. 이는 곧 리베스킨드가 누구보다도 전쟁과 이데올로기의 아픔을 체험한 장본인임을 의미한다.
<유대 박물관>은 지그 재그 형태의 독특한 모습 때문에 ‘번개(Blitz)’라는 별명을 가졌다. ‘선 사이에서’라는 개념을 가진 <유대 박물관>은 전체 건물의 형태에서 개구부, 동선, 그리고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언뜻 보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수많은 선들의 불규칙한 교차로 이루어졌다. 이 선들은 베를린의 지도를 펴놓은 상태에서 과거에 추방당하고 암살당한 희생자들의 주소인 리가, 로쯔 등으로의 방향을 암시한다.
<유대 박물관>은 의도적으로 입구를 만들지 않아서 진입은 기존의 <베를린 박물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미로와 같은 입구를 통하여 내부에 들어서면 세 개의 전시공간인 홀로코스트 타워, 감옥정원, 영원의 축으로 연결된다. 관람자는 철저히 의도된 동선을 따라 공간을 체험하고, 이 과정을 통하여 과거의 처참했던 역사를 간접 경험하게 된다. 리베스킨드가 디자인한 <유대 박물관>은 전시품의 내용과 무관하게 건물 자체가 추모 시설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상식을 깨는 리베스킨드의 제품 디자인

▲ 독특한 디자인의 그랜드 피아노와 스피리트 하우스 의자
▲ 독특한 디자인의 그랜드 피아노와 스피리트 하우스 의자
 
리베스킨드의 제품 디자인은 그의 건축 못지 않게 파격적이다. 먼저 그가 디자인한 <그랜드 피아노>는 마치 우주인이 사용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 형태이다. 연체 동물을 연상시키는 피아노의 본체는 기존 피아노의 모습을 완전히 새롭게 해석한 것이고, 육중한 다리를 대신하여 본체를 지지하는 철재 프레임 또한 보편적인 피아노의 구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지대와 연결되어서 건반 아래에 놓인 페달은 앙증스럽게 보일 정도다. 리베스킨드는 이와 같은 독특한 형태의 디자인을 통해서 마치 피아노 자체가 음악의 우아한 선율을 따르는 것처럼 의도한다.
그런가 하면 그가 디자인한 <스피리트 하우스 의자>는 더욱 상식을 깨는 디자인 개념을 드러낸다. 철판을 정교하게 접어서 만든 기하학적 형태는 리베스킨드가 디자인한 대부분의 건물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긴장감을 드러내는 독특한 형태를 지니면서 가운데에 사람이 앉아서 등을 기댈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 역시도 미래 영화의 우주선이나 주택에 등장할 법한 의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의자는 실제 건물 내에 설치되었다.
앞서 설명한 <그랜드 피아노>와 마찬가지로 리베스킨드는 <스피리트 하우스 의자> 디자인에서 기존 가구가 지닌 형태, 구조, 재료 사용 등의 관념에서 완전히 탈피했다. 다시 말해서 “의자는 이래야 한다”는 고전적 개념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점은 리베스킨드가 디자인한 의자는 기존 의자와 비교해서 기능적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조각과 같은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리베스킨드의 독특한 디자인은 항상 많은 논쟁을 유발한다. 분명한 점은 그의 파격적 디자인이 단순한 형태적 유희를 넘어서 깊은 철학적 사고의 결과라는 점이다.

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도시사회학자)
          archtocity@chol.com

저서 : <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유럽건축 뒤집어보기>(2007)
         <유럽의 발견>(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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