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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55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코리안위클리  2011/06/29, 11:53:44   
▲ 청소년기에는 부모와 넘을 수 없는 벽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자신이 더 이상 부모의 품안에 안겨 있을 수 없다는 사실에 큰 슬픔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상실’을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지만 마음 속에서는 엄청난 상실감과 우울이 자리하고 있다.
어렸을 때 성적 학대·전쟁·고문 등 정신적 고통 겪은 후 발생하는 ‘이인 장애’

얼마 전 영국 중학생이 찾아 왔는데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한 뒤에 갑자기 자신이 자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스스로가 자신을 둘러 보면서 마치 타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상한’ 느낌 때문에 클리닉을 찾았고 너무 무섭고 이리 저리 의사를 찾아 만나봤지만 누구도 시원하게 대답해 준 사람이 없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 왔다고 한다. 혹시나 다른 증상이 있는지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혹은 정신분열 초기 같은 심각한 상태를 의심할 만한 다른 증상은 발견 되지 않았다.
소년은 “자신에게 이런 현상이 2년 이상 지속되어 지금은 옛날 만큼 무섭진 않지만 여전히 불편하다”며 “이런 현상을 없앴으면 좋겠다”고 하소연 했다. 소년은 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까 이런 현상을 ‘이인 (depersonalisation) 증상’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어떤 치료방법이 있는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에서 쓰는 진단 체계에서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병을 ‘이인 장애’라고 부른다. 그 원인은 심리적인 경우가 많고 특히 어렸을 때 성적 학대를 당했다든지 전쟁이나 고문 등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 너무 큰 충격을 당했을 때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자, 그러면 이 학생이 어렸을 때 성학대나 끔찍한 외상을 겪었다고 추정할 수 있을까. 본인은 스스로 기억하기에 어떠한 충격을 받은 적도 없고 가족 사항도 지극히 평범해 도무지 왜 이러한 특이한 증상을 보이는지 알 수 없었다.
정신과 의사로의 한계를 느낄 때는 바로 이렇게 진단은 그럭 저럭 찾아서 끼워 맞출수 있으나 그 이상의 것을 해줄 것이 없다고 느낄 때다. 의사로서 다른 불안 장애나 정신병 초기 증상 등 교과서에서 시킨대로 감별 진단을 하고 이 환자가 아주 심각한 정신장애로 발전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냥 지켜 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가벼운 항불안제를 처방하는 대증요법으로 뭔가 미지근 하게 마쳐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로서 다른 내과의사나 외과 의사들이 가지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환자를 증상에 맞추어서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의학적인 모델말고도 심리적인 측면에서 환자를 이해할 수도 있다.
이 학생의 경우는 현재 나이가 14살이고 12살 때부터 이런 이인 현상으로 고생해 왔다. 그러면 이런 현상이 왜 생겼는가. 왜 갑자기 12살 때부터 이런 증상이 생기기 시작했는가. 환자는 그 시기에 어떠한 심각한 사건은 없었다고 말한다. 옆에 앉아 있던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봐서 환자가 거짓말을 한다든지 아니면 충격이 너무 커서 기억을 못한다든지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청소년 시기에 시작되는 몸의 변화가 반갑게 느껴질 수도 있고 또한
몹시 역겹게 때로는 괴롭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몸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성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모든 청소년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 갈 수 있다.

그런데 한가지 실마리가 되는 것은 이 학생의 나이다. 12살이면 청소년의 시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청소년의 시기는 발달학적으로 많은 도전이 시작되는 시기다. 특히 중요한 것은 몸의 변화다. 즉 자신의 몸이 ‘성적인 육체 (sexual body)’로 바뀌는 때다. 그 변화가 자신에게 반갑게 느껴질 수도 있고 또한 몹시 역겹게 때로는 괴롭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몸이 지금까지 다르게 성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모든 청소년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 갈 수 있다.
그것과 더불어 부모와는 넘을 수 없는 벽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여학생은 더 이상 문을 잠그지 않고 샤워를 할 수 없고 남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부모지만 넘어서는 안되는 선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것은 모든 청소년들에게 큰 ‘슬픔’을 가져 온다. 즉 자신들이 더 이상 부모 품안에 안겨 있을 수 없다는 것. 즉 아들이 엄마품에 안겨 있을 때 자신의 성기가 ‘꿈틀’ 거리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자신을 엄마 품안에서 더 이상 머물지 못하게 한다.
대개의 청소년들은 이러한 ‘상실’ 에 대해서 겉으로는 우울해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끼리 뭉쳐서 기성세대들과 거리를 둠으로서 서로의 ‘슬픔’에 대해 무시하는 일종의 깡패조직의 분위기를 만들어 이러한 어려움들을 이겨내려 한다. 하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그 시기에 대한 엄청난 상실감과 우울이 자리하고 있다. 동성연애자가 되거나 때로는 자해를 하는 것도 이러한 자신의 몸에 대한 거부감이 자리한다고 볼 수도 있다.
프로이드는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오이디푸스’ 현상에 대해서 강조해 왔다. 청소년은 성적인 존재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반대편 성의 부모에 대한 성적인 욕망과 같은 성의 부모에 대한 여러가지 경쟁 의식이 아주 치열해 진다.
이 학생은 자신의 아버지가 옥스포드 대학을 나왔는데 자신의 그렇게 공부를 잘 하지 못한다고 몹시 심한 열등 의식을 가지고 있고 속으로는 자신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아버지에게 강한 반발심을 느끼고 있었다.
이 학생이 자신의 무의식에 있는 아버지에 대한 성적인 경쟁의식 혹은 두려움(거세불안, castration anxiety)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겠지만 스스로가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느낌으로서 자신의 마음 한 구석에서 끊임 없이 생겨나는 불안에서 해방되고 있었다.
이러한 모든 것은 환자의 무의식에 있는 것이고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이론을 세울수는 있겠지만 환자를 분석 치료(psychoanalysis)하기 전까지는 이러한 이론이 환자의 마음속에서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환자에게 그냥 두고 보자고 얘기 하기 보다는 이 학생의 청소년 기는 어떻게 진행되고 어떠한 과정을 겪고 있는지 들어 줄 수는 있다. 또한 많은 경우 그것만으로 충분히 정상적인 발달 궤도로 되돌아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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