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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57 생사람 잡는다?
코리안위클리  2011/08/03, 06:44:22   
▲ ADHD나 아스퍼거 아동들이 힘들어 하는 것은 자신 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를 대하는 사회의 시선이다.
학교의 행동 관찰 보고 내용 실제와 다를 수 있어
아이 특성·부모 입장 제대로 살펴야

얼마전 한 사회사업가에게 급한 연락을 받았다. 자신이 의뢰받은 아동이 최근에 엄마에게 어깨를 물려 응급 아동 보호 미팅이 개최되고 엄마는 경찰에 체포될뻔 했는데 그 엄마 말이 아이가 학교에서도 행동 조절이 안되 쫓겨날 지경이라는 것이다.
사회사업가는 아동이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지 판별해야 엄마 아빠를 트레이닝에 보내든지 아니면 아동을 데려와 안전한 곳에 위탁할 수 있기 때문에 급히 환자를 봐 달라며 필자에게 전화를 했다. 사실 이 아동은 몇년 전에도 다니던 학교에서 문제를 많이 일으켜 다른 의사에게 진찰을 받았었는데 당시 ‘아무 이상 없고 학교를 옮겼기 때문’이라는 결과에 따라 별다른 조처없이 퇴원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보고한 것을 보니 엄마 아빠가 잘 돌보지 않는지 항상 꾀죄죄한 상태로 교복도 늘 같은 것만 입고 와서 냄새가 날 정도라고 적혀있다. 도시락도 늘 같은 것만 단순하게 싸오고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며 학교선생님들이 혀를 찰 정도다. 이 정도니 학교에서의 부모에 대한 이미지도 안 좋아서 엄마 아빠가 원래부터 아동에게 관심이 없고 이번에 일어난 사건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필자가 실제로 아동을 만나보니 제대로 눈맞춤도 되지 않고 행동이 몹시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무래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왔다 갔다 하질 않나 대답하는 양상도 말의 포인트를 잡지 못하고 엉뚱한 삼천포로 빠지는 것이 아무래도 주의력 결핍 장애나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것으로 생각됐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까지 학교 리포트를 살펴 보니 대개의 사람들이 생각에 융통성이 없고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무척 힘들어 하며 친구관계가 좋지 않은 점 등에 대해 여러차례 지적하고 있었다.

시작은 이 아동의 경직된 사고와 예민한 감각 문제에서 비롯됐지만
그것으로 파생된 여러가지 문제들이 어떠한 원인으로
생기는 지는 보는 시각에 따라서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초래한다.
이것이 어쩌면 진단을 내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필자가 아동 보호 미팅에서 의논한 내용을 보니까 부모가 아동을 신경쓰지 않아 복장이나 위생상태가 불량하고 말을 안 들을 때도 그냥 놔두는 것으로 봐서 아동에 대한 관심이 많이 없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 하지만 필자가 그 아동을 자세히 진찰해 보니 아스퍼거가 있는데 그 증상 중의 하나로 자기 몸에 누군가 손대는 것을 지극히 싫어하고 또한 피부 촉감이 지극히 민감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모의 얘기로는 어릴 때부터 목욕이나 샤워시키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그나마 옷을 입혀 놓으면 깨어있을 때나 잘 때도 계속 입고 있으려 해서 갈아 입힐 수가 없었다고 한다. 더구나 워낙 고집이 세고 말을 듣지 않아 자신이 싫어하는데 억지로 옷을 갈아 입히거나 강요하면 그날은 학교에 안간다거나 하루종일 울고 화를 내서 오히려 역효과를 본 적이 많다고 이야기 한다.
부모들은 이렇게 힘든데도 첫 아이였기 때문에 ‘원래 애들은 다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여 아무리 힘들어도 견뎌왔다고 말한다.
여기서 한가지 특기할 만한 것은 부모가 아동에게 신경 써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 아동의 특성이 부모가 돌봐주는 것을 몹시 힘들게 했다는 것이다. ADHD나 아스퍼거 아동들이 힘들어 하는 것은 그 아동들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그 부모를 대하는 시선이다.
아스퍼거를 가진 아동이 분위기 파악을 너무 못해서 어른에게 몹시 무례한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당장 부모에게 손가락질이 돌아간다. 하지만 이것 은 마치 부모에게 자식의 키가 작다고 손가락질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 결과 부모들은 애들을 데리고 밖에 나가지 않게 되거나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말도 대신하고 그 애가 원하는 것을 미리 갔다 주려 한다. 이런 것을 보고 엄마가 아동의 성장을 방해하고 너무 감싸고 돈다는 식으로 이야기 한다면 안 그래도 힘든 부모의 마음에 두번 못질하는 것이다.
필자는 아동 보호 미팅에서 우리가 얼마나 이 부모의 절박한 상황을 이해해 줘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옷을 안 갈아 입거나 같은 도시락을 매일 싸오는 것이 부모가 신경을 안 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차라리 학교를 빠지거나 점심을 굶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해서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시작은 이 아동의 경직된 사고와 예민한 감각 문제에서 비롯됐지만 그것으로 파생된 여러가지 문제들이 어떠한 원인으로 생기는 지는 보는 시각에 따라서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초래한다. 이것이 어쩌면 진단을 내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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