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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디자인과 통하다 24 절제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도미니크 페로
코리안위클리  2011/08/24, 06:59:33   
▲ 세느 강변에서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바라보면 마치 거대한 기념비 혹은 상징물처럼 보인다. 그리고 나무 데크로 이루어진 네 개의 건물 사이에 서면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으면서 하늘과 땅으로 열린 무한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는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1989년에 실시한 <프랑스 국립도서관> 현상설계에서 렘 콜하스 등 당대 최고의 거장들을 물리치고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서른 여섯 살이었다. 파리 중심부에서 불과 3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13지구인 리브고슈 지역은 철도 변을 따라서 많은 산업용 건물이 문을 닫은 채 방치되었고, 1992년에 자크 시라크 파리 시장이 파리 변화를 알리는 상징적 프로젝트로 리브고슈 지역 재개발을 단행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이러한 계획의 성공을 위한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아이디어는 지극히 단순하고 명쾌하다. 센 강을 따라서 드넓게 펼쳐진 2만여 평의 부지에 펼쳐진 거대한 책을 상징하는 ‘ㄴ’자 형태의 고층건물 네 동을 대칭으로 건립했다. 유리로 이루어진 아무런 장식이 없는 높이 80m의 고층건물은 서로 마주보며 안쪽으로 직사각형의 공간을 만든다. 그리고 아래쪽으로 20여 미터를 파 내려가서 오크나무로 둘러 쌓인 중정(선큰 가든)을 만들었다. 기능적으로 보면 고층건물이 자료를 보관하는 수장고이고 중정 아래에 열람실이 위치한다.
세느 강변에서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바라보면 마치 거대한 기념비 혹은 상징물처럼 보인다. 그리고 나무 데크로 이루어진 네 개의 건물 사이에 서면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으면서 하늘과 땅으로 열린 무한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페로는 상식을 뛰어넘는 절제된 형태와 명료한 공간 구성을 통하여 역사적 건물로 가득 찬 파리에 완벽하게 새로운 현대적 이미지를 추가했다. 이로 인하여 파리는 예술과 지식이 결합된 도시로 거듭 태어났다.

제품에 접목된 도미니크 페로의 절제미
▲<레드 소파>의 절제된 디자인은 어떤 화려한 장식을 지닌 제품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페로의 건축적 개념만큼이나 아무런 장식이 없는 단순한 디자인의 에소프레소컵은 내부와 외부를 자기와 스테인레스스틸을 이용해 열 손실을 최소화 한 기능적 목적도 있다.

▲<레드 소파>의 절제된 디자인은 어떤 화려한 장식을 지닌 제품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페로의 건축적 개념만큼이나 아무런 장식이 없는 단순한 디자인의 에소프레소컵은 내부와 외부를 자기와 스테인레스스틸을 이용해 열 손실을 최소화 한 기능적 목적도 있다.

 페로를 몇 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의 모습과 말투가 작품과 참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했다. 단정하고 차분하지만, 작품을 설명할 때는 매우 열정적인 모습이 그러했다. 페로는 다른 건축가들과 비교해서 많은 제품을 디자인하지 않았지만 몇 개의 제품을 통해서 그가 추구하는 디자인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거의 완공될 무렵인 2005년에 페로는 알레시를 통하여 <에스프레소컵 세트>를 선보였다. 그가 가진 건축적 개념만큼이나 아무런 장식이 없는 단순한 디자인이다. 페로는 “하루 중에 커피를 마시는 순간만큼 편안하고, 한가로운 시간은 없다”라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페로는 에스프레소컵을 커피를 담는 내부와 보호 혹은 들기 위한 외부로 명쾌하게 구분했다. 내부는 자기로 손잡이를 포함한 외부는 스테인레스스틸로 만들었다. 이는 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능적 목적도 있다. 두 개의 잔을 나란히 놓으면 마치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것은 필자만의 지나친 상상일까.
페로의 절제된 디자인 철학은 올해 그가 선보인 <레드 소파>에서도 잘 드러난다. 2인용과 1인용 소파가 한 세트를 이루는데, 페로는 강렬한 붉은색만을 사용해 전체를 디자인했다. 너무나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레드 소파>는 우아한 모습으로 다가오는데, 그 이유는 소파의 다리와 등받이 부분에 사용한 곡선 때문이다. 다리부분을 경사지게 해서 구조적,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한편, 에펠탑을 상징하는 듯한 장식을 지닌 등받이 역시 위쪽으로 향하면서 조금씩 넓어진다. 이로 인하여 소파에 앉은 사람을 감싸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2인용 소파와 1인용 소파가 만나는 지점의 등받이를 사선으로 처리하여 두 개의 소파가 하나의 세트로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제품에 접목된 페로의 절제된 디자인은 어떤 화려한 장식을 지닌 제품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임에 틀림없다.

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도시사회학자)
          archtocity@chol.com

저서 : <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유럽건축 뒤집어보기>(2007)
         <유럽의 발견>(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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