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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61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핑계’
코리안위클리  2011/10/19, 12:08:17   
▲ 환자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변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되는데 항상 다른 사람 때문에 내가 이렇게 살고 있다라는 생각이 있다면 그 다른 사람이 바뀌기 전에는 전혀 변화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항상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환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삶의 피로함과 고통 토로하는 ‘팔자타령’
스스로 변해야겠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

환자들을 만나다 보면 대개가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의 피로함과 고통을 토로한다. 그것이 어쩌면 그들이 치료를 받으러 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분들은 특히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이 너무나 자신을 괴롭힌다고 토로하며 왜 자신이 지금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를 열심히 치료사에게 설명한다.
예를 들면 어떤 여성분은 자신이 얼마나 운이 없었으면 지금같은 남편을 만나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고 아들을 낳았는데 아버지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고 오히려 더하다면서 자신의 ‘팔자’가 기구함을 한탄한다. 아마 독자들은 이글을 읽으면서 ‘그래 맞아, 이런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본 적이 있어’라고 하면서도 근처에 살고 있는 영국 사람들 중에는 ‘팔자타령’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해 하실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한국에 비해서는 자신의 삶에 대해 드러내 놓고 핑계 대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좀 더 살펴보면 표현 방법이 틀려서 그렇지 차이가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얼마전 만났던 한 어머니는 남자 관계가 복잡했는데 한꺼번에 여러 파트너를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혼자 있겠되면 너무 외롭게 느껴져서 자신에게 사탕발림 말을 해주는 남자와 쉽사리 가까워지고 또한 깊은 생각 없이 동거를 시작하고 삶의 계획을 바꾸는 분이었다. 당연히 같이 살고 있던 자식들은 엄마 남자 친구의 성향에 따라 자신들의 행동도 영향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이사까지 다녀야 하기 때문에 보통 불만이 많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어머니는 ‘아! John이 애들하고 안맞아서 항상 시끄러웠다’ ‘아! James가 마약을 했기 때문에 항상 집안 사람들이 불안했었다’는 등 자신이 왜 그러한 파트너들을 끊임 없이 바꾸고 또한 집에 들이는 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왜 자신이 자꾸 깊은 생각 없이 이 남자 저 남자를 만나고 자식들 교육이나 친구 문제가 힘들어지는 것에 대해서 생각지 않는 가를 묻는다면 치료사가 자신을 꾸짖는다고 밖에는 생각지 못할 것이다.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별로 화낼 생각이 없었는데 자꾸 엄마가 자기를 신경질 나게 하고 자기가 말을 해도 이해하지 못해서 항상 엄마랑 싸움으로 끝난다고 한다. 그렇지만 자신이 집에 와서 엄마랑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또한 집안 식구들에게 지나치게 신경질을 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 환자들의 ‘고정’된 생각을 바꾸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다. 예를 들어서 앞선 한국 어머니의 예에서 왜 밤마다 술먹고 주정하고 구타하는 남편과 이혼하지 않고 계속해서 살았나라고 이야기 하면 ‘친정 어머니에게 이야기 했는데 그냥 살라고 했다’ 거나 ‘남편이 언젠가는 바뀔 줄 알았다’는 등 항상 질문에 대해 대답은 준비되어 있는데 늘 다른 사람이 문제가 있다는 식이다. 바꿔 말하면 ‘핑계’가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치료가 전혀 진전되지 않고 우울증이 계속되면 치료자가 엉터리여서 그렇다는 핑계를 대고 다른 치료사를 찾아 가거나 몸에 좋다는 다른 약을 먹거나 요가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결국에는 별로 나아지는 것이 없다는 것도 ‘팔자’려니 한다면서 그렇게 살기로 했다는 얘기를 어쩌다가 다시 오게 되는 환자에게서 듣는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의사’인 나도 결국에는 그 아주머니의 ‘팔자’를 확인 시켜 주는 도구로 밖에 사용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있어 심한 좌절감을 맛보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그 누가 이러한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왜냐하면 환자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변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되는데 항상 다른 사람 때문에 내가 이렇게 살고 있다라는 생각이 있다면 그 다른 사람이 바뀌기 전에는 전혀 변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다른 사람이 의사를 만나러 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항상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하긴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환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스스로 보도록 해주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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