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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63 선생님, 내 코가 삐뚤어 졌어요
코리안위클리  2011/11/16, 11:55:21   
▲근본적인 불안이 해결되지 않는 한 성형수술을 하는 것이 환자의 잘못된 믿음을 확고히 해 줄 가능성이 많고 이는 환자의 상태가 악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신체 일부분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신체변형장애
대인불안·자살사고 동반하는 경우도

정신과 의사라는 것이 참 어렵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의사도 한 개인에 불과 한데 어떤 사람은 정신이 이상하고 어떤 사람은 노이로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 어쩌면 일종의 의견개진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물론 그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과학’이라는 수완을 동원하여 체계를 만들고 통계를 이용하여 진단의 당위성을 확보하고자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긴 하지만 오히려 그런 것들이 얼마나 ‘진단’이라는 작업이 허구가 되기 쉬운지를 역설적으로 이야기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사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하다고 생각이 드는게 아마도 인간이 느끼고 생각하는 과정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신체 일부분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신체변형장애(Body Dysmorphic Disorder)가 한국에도 있고 영국에도 있다는 것도 처음엔 신기하다고 생각 될 정도였는데 그 또한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위의 제목으로 이야기 한 ‘코’는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에서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중의 하나인데 보통은 ‘코가 삐뚤어졌다’라던가 아니면 ‘코가 지나치게 크다’고 걱정하는 것이 많이 접한 사례이다. 그러나 환자가 심리 검사나 정신과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할 때 ‘코가 크다’는 이유로 오진 않는다. ‘코가 그렇게 크지 않은데 자꾸 코가 크다고 생각’해서 병원에 온다. 정신과를 찾아 오기 전에 GP나 다른 과 의사를 만나고 오는 것이 보통이고 그 의사들이 당신은 괜찮은데 자꾸 이상하게 생각하는 게 정상이 아니라는 얘기를 듣고 정신과를 찾게 된다.
하지만 보통 내원할 당시의 환자는 철썩같이 ‘자신의 코가 크다’고 믿고 정신과 의사가 코가 그렇게 크지 않은데 자꾸 불안해 하는 것이 ‘병’이라고 설명하면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 종종 곤란한 것은 환자는 전혀 근거가 없는데 우기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보통은 어렸을 때 그런 문제로 학교나 친구에게서 놀림 받은 적이 있거나 아니면 그런 경험 없이 자기 스스로 어떤 계기(미디어나 책)을 통해서 그런 생각이 서서히 발달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의사가 환자의 걱정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하면 실제 경험을 내세우며 자기 주장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보통은 어렸을 때 외모 때문에 친구에게서 놀림 받은 적이 있거나
아니면 그런 경험 없이 자기 스스로 어떤 계기(미디어나 책)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서서히 발달했을 수도 있다.

한국처럼 성형외과에 접근하는 것이 비교적 용이한 경우에는 상당수의 환자들이 정신과 진단 전에 이미 성형수술을 받기도 한다. 문제는 수술을 받고 나서도 계속 용모에 불만이 있고 집착하는 부분이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옮겨간다는 점이다. 즉 근본적인 불안이 해결되지 않는 한 성형수술을 하는 것이 환자의 잘못된 믿음을 확고히 해 줄 가능성이 많고 이는 환자의 상태가 악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 전 찾아온 소녀는 몸에 털이 너무 많이 난다는 생각 때문에 밖에 나가는데 심한 불안을 보이고 온몸의 체모를 깎는 데 엄청난 시간을 소비하는 환자였다. GP가 생각할 때는 환자의 털이 긴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하겠지만 병(Hirsutism)으로 판단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었고 환자의 입장은 사춘기의 소녀가 몸에 털이 난다는 것은 너무나 창피한 일이고 사회생활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레이저로 체모 제거 치료를 받기 원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딸의 우는 소리를 듣다 못한 어머니가 사설 레이저 치료 센터에 딸을 데리고 가서 등의 한 부분을 시술 받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 전신체모 제거는 할 수 없었고 NHS에서 같은 시술을 받을 수 있는지 GP 에게 물어보았던 것이다.
필자에게서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젊은 여자 정신과 선생님이 필자와 함게 환자를 보았는데 병원에 왔을 때 환자가 이미 자신의 체모를 완전히 면도하고 온 상태라서 과연 체모가 기형적으로 긴건지 길다면 어느 정도로 긴건지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얼굴도 화장을 너무 두껍게 해서 판단하기 어려웠다. 다만 확실한 것은 자신의 털이 길다고 생각하여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대인 불안과 자살사고를 동반하고 있었다.
한가지 재미난 것은 환자의 불안은 일정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대응 양식이나 사회생활에 미친 전반적인 영향으로 볼 때 거의 Body Dysmorphic Disorder가 확실하다고 필자는 생각했었는데 여자 선생님의 의견을 달랐다는 것이다.
물론 경험의 정도가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 여선생님은 사춘기 민감한 소녀의 몸에 털이 많이 나는 것은 사회적으로 아주 창피하게 느낄 수 있는 일이고 바깥 생활을 두려워하는 것도 충분이 이해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털이 얼마나 길어야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지 얼마정도 생활에 장애가 있어야 병이 있다고 할 수 있을지 그 기준이 너무나 애매모호하다는 것이었다. 과연 여러분은 이 소녀가 정신과 병이 있다고 생각하시는가?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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