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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67 ‘환자의 목소리’ 제대로 듣고 있는가
코리안위클리  2012/01/18, 07:48:43   
▲ 사회적으로 미성년자는 스스로의 의견을 가지기에는 아직 어리다는 견해가 있고 마찬가지로 정신보건 분야에서 환자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제 정신 아닌 사람’의 목소리라고 폄하되고 무시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도 병원 서비스 불만 환자 요구 묵살되기 일쑤
한국 왕따 자살, 피해자 이야기 검토 정책 반영해야

의료 건강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하루가 멀다하고 높아가는 환경에서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환자나 보호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진지 오래다. 이미 토니 블레어 때부터 노동당의 의료 정책 중 하나가 환자의 권익을 지키고 환자에게 좀 더 많은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는 지침서가 내려 왔고 각 병원이나 헬스 트러스트에서는 그 정책을 실제 진료에 적용하기 위해 골몰해 왔다.
아마도 관심 있는 분들은 NHS에서 환자가 자신의 의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의사를 만날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또한 다른 병원에도 의뢰 될 수 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거의 모든 경우에 환자나 보호자의 이런 요구는 묵살 되고 온갖 이유를 들어 다른 곳으로 보내 주지 않아 환자나 보호자가 PALS (Patient Advice Liaison Service)서비스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매니저를 만나 따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아마도 좀 더 비싸고 스페셜한 병원에 보내 달라는 탄원이 예산을 관리 하는 매니저에게는 듣기 싫은 메시지가 되겠지만 환자의 싫은 소리를 듣는 것이 서비스를 향상 시키는 데 귀중한 자원이 된다는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다만 이런 목소리가 성인 환자가 아니라 어린이나 청소년의 것이라면 과연 어른들이 얼마나 그들의 의견을 반영할 것인지는 약간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왜 다른가 하면 사회적으로 미성년자는 스스로의 의견을 가지기에는 아직 어리다는 견해가 있고 마찬가지로 정신보건 분야에서 환자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제 정신 아닌 사람’의 목소리라고 폄하되고 무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정신보건 환자의 권익 보호가 그렇게 더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각 서비스 단체들은 얼마만큼 자신들이 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를 상부에 보호하도록 강제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영국에서는 아무리 어린 환자라도
그 사람이 어떤 상태에 있고 어떤 치료가 왜 필요한지,
또한 여러 치료 방법의 장단점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최종 결정을 할 때 그 환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실제로 대다수의 병원 트러스트는 전문적으로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고용해 병원에 오는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잡지를 만들거나 어린 환자들이 좋아 하는 컴퓨터를 이용해 설문조사로 자료를 모으고 그것을 홍보하는 데 애쓴다. 실제로 이런 환자그룹은 병원 직원을 뽑을 때도 참여하는데 실제로 필자가 컨설턴트에 인터뷰를 할 때 청소년 환자들이 와서 필자를 면담하고 채점도 해서 적극적으로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했다.
한국에도 과거에 비슷한 것이 있었는데 ‘신문고’나 병원 귀퉁이에 나무상자를 설치하고 불만 있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쪽지를 넣어서 자신들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런 경우 영국에는 법적인 제재가 따르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제도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있어서 널리 시행되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인터넷이 발달하여 초등학생도 게시판에 버젓이 별별 이야기를 다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스템을 대신한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느끼니까 이렇게 남의 아이디를 도용하거나 무기명의 방식으로 할말 못할말을 다 갈겨대는(?) 것은 아닐까?
한국은 오랜 세월동안 유교의 영향을 받은 나라다. 삼강오륜의 장유유서 (長幼有序)는 어른과 어린아이 사이에 사회적 순서와 질서가 있음을 강조했고 효경(孝經)에 있는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는 말은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다’라는 말과 같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 어린아이나 청소년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의사 선생님이나 학교 선생님들에게 병원은 이렇게 운영되어야 하고 학교는 이렇게 학생을 가르쳐야 된다고 주장하는 제도가 얼마만큼 효과를 발휘할 지는 의문이다.
영국에서는 아무리 어린 환자라도 그 사람이 어떤 상태에 있고 어떤 치료가 왜 필요한지, 또한 여러 치료 방법의 장단점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최종 결정을 할 때 그 환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는 어린 환자가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이야기 할 수 있도록 격려할 수 있는 의사가 진료를 잘 하는 의사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한국에서는 ‘어른’인 의사 선생님이 다른 ‘어른’인 어머니나 아버지와 의논해서 결정을 내리면 ‘어린아이’로서 따라야 한다는 문화적 정서가 아직도 팽배해 있는 것 같다.
참고로 필자는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라고 특별히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정서적인 차이가 어떤 배경에서 존재하고 실제 의료나 양육 혹은 교육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가를 지적하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예를 드는 것은 얼마전 한국에서 왕따를 당하고 집단 폭력에 괴롭힘을 당하다 자살한 엄청난 사건이 있었다. 국회에서 대책을 논의 하고 교장, 교육감 등 교육 전문가들 그리고 심리학 교수, 정신과 교수들이 나와서 요즘은 무엇이 문제고 어떤 제도가 마련되어야 되고 등등 장황하게 설왕설래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실제 이슈가 되고 있는 청소년 피해자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종합되고 검토되어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는 뉴스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유교나 어떤 문화적 차이를 떠나서 좀 더 효과 있는 대책을 마련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그들의 의견이 제도적 변화의 밑거름이 되도록 해야 되지 않을까.
물론 피해 학생들이 보복이 무섭거나 아니면 부모들이 ‘공연한 일에 휘말리지 말라’는 충고를 해서 그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른들이 ‘우리는 항상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데 그들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라고 핑계를 댈 수는 없지 않는가.
얼마전 정신 박약 아동과 일하는 영국 치료사가 필자에게 와서 어떻게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동의 의견을 들을 수 있을까 고민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그림책도 생각해 보고 카드를 만들어 볼까 아니면 의견을 내는 아동에게 사탕을 줄까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 내고 몇 가지 안을 정리하여 곧 서베이에 들어가게 되었다. 어쩌면 수동적인 자세와 능동적인 태도의 차이라고 할지, 아니면 정말로 어른들이 ‘꼭지에 피도 안마른 녀석’들의 이야기를 듣기 싫어서 그런 건지는 가슴에 손을 얹고 진진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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